은행 "동생과 조카 채용 당시 김 회장은 부행장으로 서울서 근무하고 있었다"

[소상공인포커스=이수근 기자]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사퇴한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3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14일 오전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김 회장으로 인해 하나금융지주의 CEO 리스크가 마침내 현실화됐고, 심지어 김 회장이 자신의 가족들을 채용하기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김 회장은 이를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공투본은 이날 “최흥식 금감원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으나 다행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각 사임 의사를 밝히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하나금융지주와 자회사들의 경영환경을 어지럽히고 하나금융지주와 금융당국 사이의 불안한 기류를 조성하는 등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친 김정태 회장 또한 양심이 있다면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최흥식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자신의 대학 동기 아들의 인사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부정하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12일 결국 사임을 표명했고 지난 13일 사표가 수리됐다.
이와 관련 공투본은 김 회장이 자신의 3연임을 위해 최 원장의 인사청탁 의혹을 계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투본은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기간 제한 없이 자체 전수조사를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채용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되어 복구가 불가능하다’면서 최근 1년간 이루어진 채용사례에 대해서만 조사해 결과를 보고한 것에서 단서를 잡았다"고 밝히고 이어 "실제 금감원의 현장조사도 2015~2017년 채용에 대해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최 원장이 2013년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은 하나금융지주 혹은 KEB하나은행의 고위 임원 쪽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배경이 추측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초 하나은행의 고위 임원이 '금감원이 채용비리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최흥식 원장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최 원장이 옷을 벗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한 것에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투본은 또 "김 회장은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회장 지위에 있었다"면서 "최 원장 채용비리 관련 의혹의 출처는 하나금융지주나 하나은행 경영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김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 '셀프 3연임 강행' 등으로 인해 그간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시중은행 채용비리 조사에서도 하나은행은 가장 많은 비리 사례가 적발돼 검찰이 현재 수사 중에 있다.
공투본에 따르면 김 회장의 직계가족인 친 남동생은 하나금융지주의 관계사인 ‘두레시닝 부산사업소’에 2006년 입사, 정년이 지났음에도 현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김 회장의 조카는 2004년 KEB하나은행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2005년 정규직 전환 후 현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공투본은 "김 회장 가족들이 채용되는 과정에서 비리가 없었는지 여부도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김 회장의 동생과 조카 채용 당시 김 회장은 가계고객사업본부 담당 부행장으로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면서 "인사 담당도 아니었으며, 두 사람 모두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입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생의 경우 2005년 은행의 각종 서류를 배송하는 은행 행우회 자회사 두레시닝의 배송원으로 채용했다"면서 "당시도 계약직, 현재도 계약직으로 근무중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카의 경우 2004년 필기시험과 면접 등 정상적인 공개 채용절차를 통해 전담텔러로 입행했다"면서 "이들은 일정기간 계약직 근무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으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투본은 이날 김 회장 즉각 사퇴와 더불어 2013년 채용자료 등 'VIP 리스트' 관련 증거를 인멸한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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