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프린터 전문가’ 김무곤 사장 “소규모 사업장 4대 보험 의무 규정, 직원 고용 발목 잡아”

인터뷰 / 김진우 기자 / 2023-03-17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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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성공 비결, 전문가 조언·관련 회사 경험·고객 유치 필수”
▲40년째 프린터 관련 전문매장을 운영 중인 김무곤 사장.(사진=이경희 기자)


“제가 고친 프린터를 손님이 오랫동안 쓰면 매우 뿌듯하죠. 실제로 감사하다는 손님들의 인사를 종종 듣곤 해요.”

김무곤(62) 사장은 타 지역에서 잉크, 토너, 프린터 수리 매장을 운영해 오다가 1997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로 점포를 옮겨 26년째 운영하고 있다. 

어느 회사 제품이든 상관없이 김무곤 사장이 다루는 제품이라면 모두 수리할 수 있다며 다른 업체보다 3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하게 해 드린다면서 한평생 프린터 기술자로서의 자부심을 내비쳤다.

자영업을 40년 가까이했다는 김무곤 사장은 동일 업종의 회사에 기술과 직원으로 근무했었다며 창업 초반에 회사의 고객을 일부 끌고 오는 등 현상 유지에 힘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무턱대고 창업하면 단골손님 확보도 안 돼 있을뿐더러 대출도 안 되는 등 이유로 보통 6개월도 못 버틴다면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 전에 소상공인이나 전문가에게 반드시 자문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5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원 모두 4대 보험을 해줘야 하는 정부의 방침 때문에 직원 고용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무곤 사장이 운영 중인 프린터 관련 전문매장 전경.(사진=이경희 기자)


<다음은 김무곤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자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40년 가까이 됐죠. 이 매장은 97년부터 시작해서 26년 됐고요. 그전에는 같은 업종으로 자영업을 다른 데서 했었죠.

Q. 이 업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원래 제가 이 계통의 회사에 다녔었어요. 다른 데로 갈 수가 없으니까 그냥 하던 거 하는 거죠. 원래 제가 신도리코 본사 기술파트에 있었거든요. 그전에는 이것 관련해서 공부를 좀 했었죠.

Q. 가게에 대해 소개한다면? 
A. 예를 들어서 삼성 제품을 다른 데서 수리하게 되면 간단한 것만 수리해 주고 나머지는 프린트 가격보다 더 비싸잖아요. 반면 저희 매장은 3분의 1 가격으로 수리할 수 있죠. 어느 회사 제품이든 상관없이 제가 맡고 있는 종류의 제품이라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수리가 가능합니다. 프린트가 안 돼서 고생하다가 여기 찾아와서 제가 다시 수리해 주고 손님이 오랫동안 쓰는 거 보면 뿌듯하죠. 저한테 수리 잘해줘서 오래 쓰고 있다면서 고맙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그럴 때 기분이 좋죠.

 

Q. 사업을 시작할 때 세운 소신과 철칙이 있다면? 
A. 지금 워낙 장사도 안 되니까 그런 거 다 포기했어요. 이제는 다 포기하고 그냥 되는 대로 하는 거죠. 지금 발버둥 친다고 해서 전체적인 불경기가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소비자가 일단 와야 될 거 아니에요. 여기만 손님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용산이나 국제 전자상가 등 전국적으로 다 텅텅 비었는데 지금은 어떤 뾰족한 방법이 없죠. 지금은 금리가 너무 높으니까 사람들이 돈을 못 쓰잖아요. 소상공인, 집 사는 사람들, 전세 등 거의 다 대출받는데 대출 안 받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예요. 전부 다 가계 부채에 시달려서, 자기 코가 석 자라서 이런 거 수리할 것도 안 하고 먹을 것도 안 먹고살 것도 안 사고 다 이런 거죠.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은?
A. 이 테크노마트는 집단 상가예요. 예전에는 직원이 몇 명씩 있었어요. 직원이 몇 명씩 있었던 이유는 정부에서 근로자들을 가지고 통제를 안 했거든요. 자유로웠죠. 지금은 정부가 통제하는 범위 안에 들어가니까 직원을 못 쓰는 거예요.

Q. 직원을 고용하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 많으신가봐요?
A. 제한하고 있죠. 그게 뭐냐면 5인 이하 사업자에서 4대 보험 전부 다 해줘야 되잖아요. 사람이라는 거는 자기가 임시로 머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이런 데는 4대 보험이 적용이 안 되면 임시에 들어와서 있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렇게 되면 직원을 쓸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전부 다 묶여 있으면 안 되는데 결국 직원을 쓸 수가 없는 거고 그렇게 되면 이 상가라는 게 제가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까지 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셈이죠. 완전히 집 지키는 똥개예요.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층마다 업종이 달라요. 그래서 핸드폰 같은 거는 저녁 늦게라도 있으면 손님을 받을 수 있어요. 사무실에 들어가는 이런 사무기기는 그럴 수가 없어요. 사무실에서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까지 일하니까 금요일까지만 이렇게 운영하게 되거든요. 그 시간에 맞춰서 운영하면 좋기는 좋은데 돈이 안 되는 거예요.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사람도 없는데 혼자 지킨다고 하니까 집 지키는 똥개라는 얘기죠. 이런 게 개선이 안 돼요. 그리고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쉬어요. 그러면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못하잖아요. 집단상가라도 최소한 주 4회라도 쉬도록 정부에서 만들어 줘야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집 지키는 똥깨밖에 더 돼요. 피로가 많이 누적돼서 졸린데 잠도 편하게 자는 것도 아니고 여기 와서 졸아봐야 그게 어디 편하게 잠 잘 수나 있어요? 못 자죠. 

▲김무곤 사장이 운영 중인 프린터 관련 전문매장 전경.(사진=이경희 기자)


Q. 테크노마트 빌딩의 규율 등 개선점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A. 네. 그리고 여기는 각 층마다 업종이 다 달라요. 그러면 층마다 업종에 대한 어떤 기준으로 적용하는데 업종과 상관없이 일괄적인 기준은 아직 적용 안 된다는 문제가 있어요. 여기 7층은 사무기기이고 6층은 핸드폰이에요. 핸드폰은 저녁 6시가 넘어도 손님이 올 수 있잖아요. 사람에게 제일 많이 필요한 게 핸드폰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핸드폰 매장은 언제든지 오픈하면 더 좋다는 얘기고요. 사무기기 파는 여기는 그렇지 않아요. 또 3층, 4층은 장사가 안 돼서 지금 웨딩 홀이 들어왔어요. 웨딩 홀이 들어오면 일주일에 금요일까지 쉬어요. 그러면 3층, 4층에 불이 다 꺼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테크노마트를 찾는 손님이 더 줄어들죠. 각 층마다 같은 업종으로 묶지 말고 룰을 바꿔서 자유롭게 배치하는 게 오히려 낫죠. 자기가 매장을 열고 싶으면 얼마든지 열고, 일찍 가고 싶으면 일찍 가고 전체적으로 아예 해제를 해버리는 게 낫다는 거죠. 그러는 게 차라리 소비자의 발길을 줄이지 않게 만드는 거죠. 

 

Q. 그 밖의 불편한 점이 더 있다면?
A. 이 집단 상가가 정말 잘못됐어요. 여기는 관리단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서 지금 거의 한 30년 돼가는데 이 관리단 사람들이 30년 지배를 하니까 오래 지배하면 썩어요. 바꿔야 해요. 그런데 우리가 관리비 내는 걸 가지고 관리 직원이 월급도 받잖아요. 작년 12월에 관리팀 담당자들이 찾아와서 장사도 안 되는데 카트 하나를 매장 밖으로 진열하며 갑질을 하고요. 갑질을 하더라도 똑같은 잣대로 기준을 정해서 부과금을 떼면 되는데 자기가 미운 데는 그냥 스티커를 발부해요. 이 무슨 경찰서도 아니고 말이죠. 이거 조금 내놨다고 하면서 4만원 떼고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8만원 떼고 그래서 관리비 정산에 갖다 내라는 식이에요. 이게 관리비 정산이에요. 여기 보세요. 부과금 12만원 계산한 거예요. 이 물건을 내놨다고 자기가 저랑 그때 좀 다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은 안 떼고 여기에 12만원 부과금을 내놨어요. 같은 시간에, 이런 기준도 없고 아무 근거도 없는데 이렇게 해서 그걸 내라는 얘기예요. 돌아서서 자기한테 욕했다고 돌아가서 같은 시간에 이거 두 장이나 더 발부하고 이런 게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리고 76호, 59호, 38호 전부 다 제가 운영하는 매장이지만 76호에서 문제가 터졌으면 76호로 부과금을 내야 되는데 엉뚱하게 38호로 벌금을 매겨놨어요. 호수를 정확하게 적어야 될 거 아니에요. 저한테 사인해 달라고 요구해도 사인해주지도 않았는데 자기 마음대로 성질부리듯이 영수증을 발부하고 있어요. 

Q. 이 일이 처음 발생한 일인가요?
A. 아뇨. 그전에도 물건이 나오면 빼라고 하면 뺐어요. 그때는 금액까지는 부과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에 관리 담당자가 당신 가게도 아닌데 카트를 갖다 놓으면 관리비 낼 거냐고 묻길래 제가 성질이 나서 한 번 다퉜어요. 그렇다고 규정대로 안 하고 자기 성질대로 밉다고 청구서를 이렇게 발행했어요. 그전에도 다른 사람들 역시 같은 일이 많았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한테 불이익이 올까 싶어서 말을 안 해서 그런 거죠. 저기 보면 밖에 툭툭 튀어나온 물건들이 많아요. 그런 거는 단속 안 하고 물건 하나 밖에 놔뒀다고 12만원 떼는 게 세상에 어디 있어요. 관리단 사람들은 기준이 없고 자기 기분대로 하죠. 자기 마음에 들면 물건이 매장 밖으로 나와 있든 말든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말이죠. 좀 이렇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저한테 하듯이 이런 식으로 가죠.

Q.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집단 상가에서 상인들이 좀 자율적으로 하게끔 정부가 관리단에 얘기해서, 관리단이 일방적인 기준으로 강제하지 말고 좀 자율적으로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관리단이 전부 다 묶어놓으니까 하기 싫어도 거기에 따라가야 되니까 힘들어요.

Q.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코로나19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A. 정부가 코로나 지원금을 줬잖아요. 지원금이 들어오니까 사람들은 일단 공짜 돈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면 그 돈을 받아서 사람들이 와서 써요. 그런데 지금은 공짜 돈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매장을 안 찾는 거죠. 그리고 저는 온라인 거래를 따로 안 하는데 코로나 당시에 비대면 문화가 확산했잖아요. 프린트 같은 거는 거의 대면 쪽으로 해야 거래가 되는데, 재택근무해야 되니까 컴퓨터랑 태블릿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도움 되는 장비들은 엄청나게 팔린 거죠. 지금은 비대면이 다 해제돼서 사람들이 나와서 소비하고 있지만 손님 수가 실감 나게 늘어난 건 아니에요. 

Q. 코로나19 이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현재가 더 안 좋다는 말씀이죠? 
A. 네.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지금은 더 안 좋죠. 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금 돈을 안 써요. 

Q.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해 내놓은 각종 정책과 자금 지원이 도움이 됐나요?
A.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많겠죠. 하지만 지금 대출을 받아도 그걸 갚기가 어려워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돈을 떼먹겠다고 생각하면 대출을 얼마든지 받죠. 그렇지만 돈을 전부 다 갚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대출 안 받죠. 지금 제가 대출받은 거는 한 3000만원밖에 없어요. 제가 받은 대출 금리도 많이 올랐죠. 현재 상황에서 이 지원금을 주는 것이 한 30% 정도의 착하고 정직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절반 이상 한 70% 정도는 지금 일단 대출받아서 먹고 그냥 튀든지 말든지 어떻게 되든 난 모르겠다는 입장이에요. 

Q.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창업은 무조건 창업하면 망하는 거예요. 아이템을 얻으면 소상공인이나 전문가한테 가서 자문을 받아서 창업을 해야 성공을 하죠. 덮어놓고 창업하면 그냥 망하는 거예요. 옛날 같으면 경기 좋을 때는 무조건 창업하면 됐어요. 옆에서 가게 되면 그냥 남들처럼 따라 해도 됐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에요. 지금은 자기가 이거 금방 될 것 같다 싶어서 창업하면 다 망하잖아요. 문 열어놓고 6개월도 못 견뎌서 다 쓰러져요. 일단 단골손님 확보도 안 돼 있을뿐더러 대출도 안 되는 거죠. 그렇게 창업하려면 차라리 자기 전문 분야 회사에 들어가서 몇 년간 근무하다 보면 고객도 생길 거 아니에요. 그 고객을 일부 끌고 와서 창업을 하면 일단 현상 유지는 되니까 그건 되겠죠. 그리고 업종은 자기가 할 수 있고 자기가 능력이 되는 걸 선택해야 되죠. 자기가 아무것도 안 해보고 상상만으로 이거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하면 안 돼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언론매체에서 소상공인들을 자주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애로사항 듣고 전부 다 신문에 좀 냈으면 좋겠어요. 여기 저 말고도 다른 어려운 사람들 인터뷰해서 과연 문제가 뭔지, 어떤 게 갑질을 당하고 있는지 이런 거 다 조사 좀 해서 이런 게 사회적으로 개선이 돼야 해요.

 

소상공인포커스 / 김진우 기자 jw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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