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침수 피해 소상공인 1만 4,200곳 중 보험 가입률 12.3%에 불과, 평균 보상금 320만 원
▶ 정전 피해 시 식자재 손실·영업 중단으로 평균 580만 원 손실 발생… 한전 보상은 평균 4.2만 원
▶ 행정안전부 ‘자연재난 피해지원금’ 신청 절차 복잡, 실제 수령까지 평균 7.5개월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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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집중호우로 침수된 골목에서 모래주머니로 가게를 지키려는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물 한 번 차면 1년치 적금 날아간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하 1층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46)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가게가 침수돼 약 2,80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냉장고 3대, 생맥주 디스펜서, 주방기기, 인테리어 마감재가 모두 못 쓰게 됐다. 하지만 풍수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상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보험 가입하라는 안내는 받았는데, 월 보험료가 부담돼서 미뤘던 게 후회된다”는 박 씨는 올해도 장마를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하 가게는 보험사에서 인수 자체를 꺼린다. 가입하려 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28일 ’2026년 여름철 기후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장마 기간 누적 강수량이 평년(356.7mm) 대비 130~15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6월 셋째 주부터 정체전선이 형성되면서 시간당 5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7월 말까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5년 자연재해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1만 4,200곳에 달했다. 이 중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2.3%에 불과했고, 보험 가입자의 평균 보상금은 320만 원으로 실제 피해액(평균 1,840만 원)의 17.4%에 그쳤다.
◇ 보험 없는 자영업자, 보장 사각지대로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풍수해보험은 정부가 보험료의 70~92%를 지원하는 정책보험이다. 소상공인은 1년에 약 9만~25만 원의 자기부담금으로 최대 1억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부족과 절차의 복잡성이다. DB손해보험 박지원 매니저는 “소상공인 다수가 풍수해보험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가입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하 점포, 노후 건물 입주 점포 등 침수 위험이 높은 사업장은 보험사에서 인수를 거부하거나 자기부담률을 높게 책정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발표한 ’소상공인 재해보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험 미가입 소상공인의 41.2%가 “보험료 부담”을, 28.7%가 “복잡한 가입 절차”를, 18.4%가 “보험 존재 자체를 몰랐다”를 미가입 이유로 꼽았다.
◇ 정전·단수 피해도 심각… 한전 보상은 ‘쥐꼬리’
폭염으로 인한 정전 피해도 매년 반복되는 고질병이다. 한국전력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여름철(6~8월) 전국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는 2,418건,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업장은 5만 6,000여 곳에 달했다.
문제는 보상 수준이다.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정전 1시간당 평균 전기요금의 3배가 보상금으로 책정된다. 소상공인 평균 정전 피해 보상금은 4만 2,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정전으로 인한 식자재 손실, 영업 중단, 냉동·냉장 제품 폐기 등의 실제 피해는 평균 58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 소상공인연합회의 분석이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52)는 “지난해 8월 5시간 정전으로 활어 수조의 산소 공급이 끊겨 광어 80kg, 우럭 60kg을 모두 폐사시켰다”며 “피해액만 480만 원인데 한전 보상은 3만 8,000원이 전부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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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폭염 속 정전으로 식자재 손실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재난지원금, 신청 절차도 수령 기간도 ‘머나먼 길’
자연재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지원은 행정안전부의 ’자연재난 피해지원금’이다. 침수, 정전, 강풍 등의 피해를 입증하면 최대 8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령까지의 과정은 험난하다.
한국재난학회가 지난해 자연재난 피해 소상공인 720명을 조사한 결과, 신청에서 실제 수령까지 평균 7.5개월이 소요됐다. 신청 서류만 12가지에 달하며, 피해 사진·견적서·세금계산서 등 입증 자료를 갖추는 데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청자의 23%는 “서류 미비”로 1차 반려를 경험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차남수 정책본부장은 “기후위기로 자연재해는 일상이 됐는데, 보상·지원 체계는 20년 전 그대로”라며 “풍수해보험 가입 의무화 또는 가입률 제고를 위한 보험료 추가 지원, 자연재난 지원금 신속 지급 체계 구축 등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행정연구원 박형준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상수’”라며 “소상공인 재난 대응 체계는 사후 보상 중심에서 사전 예방·대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침수 우려 지역 점포에 대한 방재 인프라 지원, 정전 대응 비상발전기 보급, 풍수해보험 자동가입 제도 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장마와 폭염이 본격화되는 6월, 소상공인의 생계는 다시 한 번 자연 앞에 노출돼 있다. ’하늘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많은 것이 무방비 상태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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