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줌] 상가 임대료 갈등 폭증… ‘환산보증금 초과 점포’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난다

소상공인24 / 이지원 기자 / 2026-06-17 11: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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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분기 상가 임대료 분쟁조정 신청 건수 4,820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
▶ 환산보증금 초과 점포 비율 41.3%… 서울 강남·홍대 일대는 70% 넘어
▶ 권리금 회수 실패 사례 2,140건, 평균 손실액 6,830만 원 추산
▶ 상가임대차보호법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 개정안 국회 계류, 시민단체 “임차인 보호 시급”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가게를 비우는 강남 상권의 임차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내 손으로 만든 가게,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5년간 일본식 라멘집을 운영해 온 김모 씨(38)는 지난달 임대인으로부터 계약 연장 거절 통보를 받았다. 권리금 회수를 위해 새 임차인을 구해 임대인에게 소개했지만, 임대인은 “월세 30% 인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안 한다”며 거절했다. 결국 김 씨는 새 임차인으로부터 받기로 한 권리금 1억 2,000만 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5월 말 가게를 비웠다.


“5년 동안 인테리어, 메뉴 개발, 단골 확보에 1억 6,000만 원 넘게 투자했다. 권리금은 그동안의 노력의 대가인데, 법은 나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김 씨는 “임대인은 새 임차인에게 직접 더 비싼 임대료로 계약하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산하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분쟁조정 신청은 4,820건으로 전년 동기(3,653건) 대비 32% 증가했다. 신청 유형은 임대료 인상 분쟁이 38.4%로 가장 많았고, 권리금 회수 방해(27.6%), 계약 갱신 거절(19.8%), 부당 퇴거 요구(14.2%) 순이었다.


◇ ‘환산보증금 초과 점포’ 법 사각지대
문제의 핵심은 ‘환산보증금’ 제도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일정 환산보증금(보증금 + 월세 × 100) 이하의 임차인에게만 5% 인상 상한, 10년 계약갱신요구권 등의 강력한 보호를 적용한다.


2026년 현재 환산보증금 기준은 서울 9억 원, 수도권 6.9억 원, 광역시 5.4억 원이다. 이를 초과하는 점포의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은 적용받지만, 임대료 인상 상한 규제는 받지 못한다. 임대인이 매년 10%, 20%씩 인상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서초구·송파구·마포구 일대 1층 상가의 환산보증금 초과 비율은 평균 73.4%에 달한다. 강남역 인근은 89.2%, 홍대입구역 인근은 81.7%, 성수동은 76.5%다. 사실상 ’핵심 상권의 자영업자 대부분이 법적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학회 김재태 회장은 “환산보증금 기준은 2018년 마지막 개정 이후 8년째 그대로다. 그동안 상가 임대료는 평균 41% 상승했는데, 보호 기준은 멈춰 있다. 사실상 임대차보호법이 무력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 권리금 회수 방해, 입증도 어려워
권리금 회수 분쟁도 심각하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를 금지하고,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 권리금 회수 실패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


법무부 산하 분쟁조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권리금 회수 실패 사례는 2,140건으로 집계됐다. 평균 손실액은 6,830만 원, 5,000만 원 이상 손실 사례도 1,420건에 달했다.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임대인의 방해 행위를 입증해야 하는데,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면 다툼이 길어진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지난 4월 폐업한 정모 씨(41)는 “임대인이 새 임차인 후보를 6명이나 거절했다. 매번 ‘월세가 너무 낮다’, ‘업종이 마음에 안 든다’ 같은 이유였다. 결국 권리금 8,000만 원을 포기하고 나왔다”고 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연이은 폐업과 임차 분쟁으로 빈 점포가 늘어가는 도심 골목 상권. (사진 = 제미나이)


 

◇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 개정안, 국회 표류
국회에는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서울 12억 원, 수도권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안은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상가 임차인에게 5% 인상 상한을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안은 1년 가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임대인 단체와 부동산업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임대료 규제 강화는 신규 상가 공급 감소, 임대인의 임차인 가려받기 등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지현 본부장은 “환산보증금 기준이 8년째 그대로인 것은 입법 직무유기”라며 “상가는 자영업자의 일터이자 자산이다. 임대인의 재산권만큼 임차인의 영업권도 헌법적 가치다. 균형 잡힌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법학원 김재훈 연구위원은 “한국의 상가임대차 보호는 일본, 대만 등 비교 국가에 비해 임차인 보호 수준이 낮다.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과 함께, 권리금 회수 방해 입증 책임 완화, 표준 임대차 계약서 의무화 등 종합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상기 교수는 “상가 임대료 갈등은 단순한 사인 간 분쟁이 아니라 도시 상권의 다양성과 골목 경제의 활력에 직결되는 문제다. 자본력 있는 프랜차이즈만 살아남는 상권은 결국 도시의 매력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6월의 상가 골목에는 셔터 내린 점포가 늘고 있다. 권리금을 포기하고, 단골을 떠나보내며, 마지막 짐을 챙기는 자영업자들의 발걸음에는 한국 도시 경제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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