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귀금속 판매·수리’ 김영엽 사장 “비전 보다는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도전해야”

인터뷰 / 임태경 기자 / 2023-04-21 09: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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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값 오른 만큼 금 소비 위축...경기 회복 소망”
“저는 10년 후에 물러나고 아들한테 물려 줄 계획”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영엽 사장은 서울 종로 4가 시계골목에서 귀금속과 시계를 수리하는 기술을 배웠다. 현재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매장을 운영 중이다.(사진=이경희 기자)


“경기의 흐름에 따라서 마진 기복이 크지만 다른 가게보다 최대한 저렴하게 팔고 있습니다. 금, 시계뿐만 아니라 안경까지 수리해 드립니다. 손님들께 만족감과 신뢰감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975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영엽(63) 사장은 서울 종로 4가 시계골목에서 시작한 일을 계기로 한평생 동종 업계에 종사한 장인이다.

현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엽 사장은 백화점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당시에 귀금속과 시계를 수리하는 기술도 배웠다고 한다.

앞서, 김 사장은 다른 일을 한 번 곁눈질로 배우면서 일해본 적이 있지만, 본인이 확실하게 아는 거만큼 확실한 게 없다면서 다른 업종은 절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현재 일이 돈벌이가 풍족하지 않고 비전 없는 업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먹고사는 데에 나름대로 만족한다면서 자신의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부터 금 가격이 많이 오르는 추세인 만큼 손님들이 더 줄어들고 있다면서 자금 회전이 잘 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귀금속 관련 업종이 제일 먼저 경기를 타고 경기가 활성화돼도 제일 늦게 손님들이 찾는다면서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또,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해 각종 정책과 자금지원 등을 쏟아내도 귀금속 관련 업종은 지원 대상에서 예외고, 은행 대출 역시 금을 담보로 돈을 끌어다 쓸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 같은 모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풀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데에 적극 나서서 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기업과 국민 모두 손잡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영엽 사장은 서울 종로 4가 시계골목에서 귀금속과 시계를 수리하는 기술을 배웠다. 현재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매장을 운영 중이다.(사진=이경희 기자)

 

<다음은 김영엽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이 업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요?
A.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1975년도에 종로에 나갔죠. 제가 이 건물 오픈할 때 하다가 다른 데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거예요. 1994년도에 이 건물이 오픈했거든요. 그때 여기서 한 10년 하다가 저희 집이 용인시 수지구로 이사하면서 그 동네로 갔거든요. 그러다가 분당구 수내동 금오 상가에서 제가 우리 동생하고 같이 하다가 거기 가게를 동생에게 주고 다시 여기로 온 지가 한 7년~8년 정도 됐어요.

Q. 이 업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1975년도에 종로 4가 시계골목에서 일하다가 1983년부터 한 10년 정도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어 현대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들어가서 근무했어요. 그 후에 제가 가게를 차린 거예요.

Q. 백화점에 근무했던 당시에도 시계와 귀금속 매장에서 판매를 했나요?
A. 네. 그렇죠.

Q. 가게에 대해 소개한다면?
A. 저희는 크든 작든 일단 오시는 고객님한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영업을 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가격이나 손님들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 맞춰서 제공해 드리려고 하죠.

Q. 경기를 타다 보면 같은 금이라도 가격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A. 맞은편에 금 거래소 거기는 지금 순금 한 돈에 35만 원씩 받거든요. 저희는 32만 원에 팔아요. 그러니까 마진이 몇천 원 남아도 파는 수밖에 없어요. 마진이 경기의 흐름에 따라서 기복이 크지만 손님들한테는 안정적인 가격을 제공하고자 다른 데보다는 최대한 저렴하게 팔고 있죠.


Q. 이 품목이 계절마다 소비 패턴이 다른가요? 
A. 거의 옛날에는 봄, 가을 위주로 결혼식도 좀 있어서 장사가 잘 됐는데요. 지금은 봄, 가을이라도 결혼을 많이 하는 추세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젊은 분들이 결혼한다고 예물을 옛날처럼 몇 세트씩 사지 않으니까 예전만 못하죠.

 

Q. 수리하는 기술은 어떻게 배우게 됐나요?
A. 과거에 백화점업에 종사하면서 많이 배웠죠. 저는 안경을 판매하지 않아도 부품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안경 쓰고 찾아오시면 안경 코받침 이런 것도 서비스로 무료로 교체해 드리거든요. 그러면 손님들이 엄청 좋아하세요. 이런 거는 제 안경을 고치면서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특히 동네분들은 그런 세세한 거 하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그것만 교체하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그냥 해드려요.

저희는 조금씩 벌어가면서 계속 투자하면서 운영하고 있고요. 그리고 저는 백화점에 다닐 때부터 많이 쉬어봤자 일주일에 한 번 쉬었고 그게 몸에 뱄기 때문에 가능하죠. 지금은 종로에 가도 토요일, 일요일 다 쉬고 금, 토, 일 쉬는 데도 있는데요. 우리 가게는 그렇게 쉬면 망해요. 원래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무조건 쉬어야 하는데 손님들이 쉬는 날 여기 찾아오시기 때문에 여기는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쉬어요.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일하는 직장은 없잖아요. 그렇게 일할 사람도 없고 품목이 금덩어리라서 일을 남한테 맡길 수도 없어요. 고용주도 그렇지만 일하는 친구들도 안 하려고 하죠.

Q.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세웠던 철칙이 있다면? 
A. 손님이 언제 와도 변함없는 신뢰를 갖고 찾아오실 수 있게끔 저희가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게 자구책이죠. 멀리서도 한번 거래해 주신 분들도 다시 찾아오게 하려면 시계나 금하면 저희 가게가 딱 떠오를 수 있도록 최대한 손님들 입장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 해 드리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Q. 이 일을 통해서 만족스러웠거나 긍정적인 기억이 있다면?
A. 우리 가게의 물건을 판매하거나 시계 약을 교체하거나 수리할 때 손님들이 만족감을 표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실 때 금액을 떠나서 제가 이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영엽 사장은 서울 종로 4가 시계골목에서 귀금속과 시계를 수리하는 기술을 배웠다. 현재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매장을 운영 중이다.(사진=이경희 기자)


Q.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코로나19 당시와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A. 경기 자체가 그만큼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아직 크게 변한 거는 없어요.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코로나 이후로 지금 나아졌다고 볼 수도 없죠. 저희 품목은 주부님들이 생활이 풍족해서 쓰고 남는 돈을 가지고 소비하시기 때문에 거의 우리 품목은 생활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래요. 그러다 보니까 좀 여유 있는 경제 상황이 돼야 저희가 좀 활성화가 되는데 모든 업종이 다 똑같을 거예요. 특히, 저희 업종이 제일 먼저 경기를 타고 경기가 활성화돼도 제일 늦게 손님들이 찾아요.

Q. 온라인을 통한 거래도 하나요?
A. 온라인 판매를 하려면 시스템이 갖춰져야 되고 매일 인터넷 창에 들어가서 관리해 줘야 되는 등 힘든 작업을 해야 돼서 오프라인으로만 거래하고 있어요. 저희는 여기 찾아오는 고객님들에 한해서 열심히 판매하는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돈 안 되는 시계 배터리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해주다 보니까 손님들께 그런 자그마한 거를 친절하게 잘해드려야 손님들도 이왕이면 그 집 가서 팔아주자는 마음을 갖게 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거든요. 이런 점을 노리고 친절하게 해 드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요. 제가 여기서 제 기술 가지고 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그냥 서비스로 해 드리면서 고객님한테 신뢰를 쌓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광고를 돈 들여서 할 수도 없는 거고요. 제일 중요한 게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지 여부가 최고의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믿고 찾아올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하죠.

Q. 변함없이 항상 늘 이 자리에 머문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제공하고자 노력한다는 말씀이군요.
A. 그렇죠.

Q. 정부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내놓은 지원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나요?
A. 저희는 이게 귀금속 업종이다 보니까 그런 혜택은 거의 못 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저희 업종은 품목 때문에 너희는 운영이 안 되면 그냥 금이라도 팔아서 해결하라는 식이죠. 금은방은 그런 게 취약점이죠.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이게 회전이 돼야 다음은 얼마씩 떨어져서 그걸 가지고 숨통이 트여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제일 어렵죠. 또 금이 고가로 많이 올랐잖아요. 그러니까 손님들이 더 없는 거죠. 

Q. 경기의 흐름을 민감하게 타는군요?
A. 네. 엄청 많이 타죠. 불경기에는 저희 업종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되죠. 생필품이면 소진될 때 그걸 보충하기 위해서 소비하지만 저희 업종은 소비자들이 여유 있는 시간과 돈이 같이 연결이 돼야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보다 좀 더 힘들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영엽 사장은 서울 종로 4가 시계골목에서 귀금속과 시계를 수리하는 기술을 배웠다. 현재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매장을 운영 중이다.(사진=이경희 기자)

Q. 이런 어려운 점과 관련해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정부에 바라는 거는 경제 활성화를 잘 시켜서 우리 같은 업종도 상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저희 업종이 거의 대부분이 도태하는 중이에요. 특히 시계 수리가 가능한 곳은 여기가 오래됐고 다른 지역에는 거의 없어서 서현동, 판교 쪽에서도 소비자들이 찾아와요. 저희는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끝까지 버텨서 살아남은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고요. 저희 업종이 은행 가서 대출도 안 되거든요. 담보 잡을 게 있어야 대출이 되잖아요. 그렇다고 이거 금을 갖다 맡기고 돈을 빼 쓸 수도 없는 거고요.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현재 제 아들과 같이 운영하고 있거든요. 제 아들도 제가 하는 거 보고 배워가면서 한 10년 정도 함께 하다가 저는 뒤로 물러나고 아들한테 물려주려고요.

Q. 이 업종이 시대나 트렌드와 상관없이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요.
A. 저도 다른 일을 한 번 곁눈질로 배우면서 해봤는데요. 제가 확실하게 아는 거 이거만큼 확실한 게 없어요. 이거 가지고 풍족하진 않지만 먹고사는 데에 나름대로 만족하니까요. 다른 거는 절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Q.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한다면? 
A. 우리 업계는 비전이 없어요. 그리고 투자되는 돈도 많이 필요하고요. 저희가 시계와 금을 판매와 수리를 같이 하니까 버티는 거죠. 둘 중에 하나만 하면 생존할 수가 없어요.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우리 가게도 좀 활성화가 잘 될 수 있도록 경기가 어서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국민이 다 함께 손잡고 노력해 주시기를 제일 부탁드리고 싶어요. 누구나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솔직히 기대는 안 합니다. 제가 백화점서 직원으로 근무할 때는 진짜 경기들이 좋았거든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을 만큼 손님들도 많았고 장사도 잘 됐는데요. 옛날 꿈같은 얘기죠.

 

소상공인포커스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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