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전통시장]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로켓배송 도입

지역/소상공인 / 김진우 기자 / 2022-11-28 14:00:18
  • 카카오톡 보내기
-물류 시스템 개선, 30~40% 배송비 절감 효과
-“매출 늘고, 시민 만족도 매우 높아질 것”

# “시장에도 만약 대형마켓과 같이 주문에서 배송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지원해주는 전문적인 운영기관이 함께 한다면 매출도 늘어나고 시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노량진수산시장 ‘해영상회’ 장은주 상인)

# “그동안 냉장설비가 없다 보니 배송 중에 반찬이 쉬어 버리는 등 품질 관리가 안 되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각종 음식과 반찬을 신선하게 배송할 수 있는 배송체계가 절실했는데 서울이 우리시장 빠른 배송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돼 매우 기대됩니다.”(암사종합시장 ‘순수한찬’ 김향주 상인)

최근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배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신선식품은 물론 각종 패션 상품도 빠른 배송으로 받는 추세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른 배송은 상품에 관계없이 온라인쇼핑의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신속한 배송이 시장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지만, 전통시장은 상인의 고령화와 노후화된 시설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김혜지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1월 18일 서울 암사종합시장을 찾아 서울시의 ‘우리시장 빠른 배송’ 사업의 설명을 듣고 시장 상인회의 의견을 청취했다.

‘우리시장 빠른 배송’ 사업은 4차산업혁명에도 물류 사각지대에 놓여 시장경쟁력이 약해져 가는 전통시장의 물류 기능을 지원하고자 시작한 서울시 지원 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지난 8월 ▲암사종합시장 ▲노량진수산시장 ▲청량리종합시장 세 곳이 선정됐고, 지난 10월 냉장·냉동시설과 물품보관 등을 하는 소규모 물류시설(MFC)과 친환경 배송을 위한 전기화물차, 전기카트의 구축을 완료했다. 그리고 11월 22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 전통시장에도 혁신 물류체계 도입…수기→디지털 주문관리

‘우리시장 빠른 배송’은 시장 내 MFC, 디지털 물류시스템 등 물류 기반 시설 구축을 통해 시장의 주문과 배송시스템을 혁신하는 실증사업이다.

그동안 전화나 수기 방식으로만 주문이 관리됐다면 이제는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돼 시장 내 물류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MFC에는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장·냉동창고를 비롯해 배송을 위한 전산장비(바코드스캐너·송장 출력기 등), 상품 픽업, 배송을 위한 전기 카트, 전기화물차 등이 도입됐다.

디지털 물류 플랫폼은 상점에서 주문·배송정보가 입력되면 자동으로 시장의 물류 플랫폼으로 연동되는 시스템이다. 상인이 주문·배송지 정보를 입력하면 데이터가 MFC로 실시간 연동돼 MFC에서 물건 픽업·배송, 정산 처리를 지원한다. 시장 내 물류 인프라 구축·운영은 콜로세움이 책임진다.

현재 암사종합시장·노량진수산시장·청량리종합시장 3개 시장의 평균 상인 동의율은 86%다. 우리시장 빠른 배송에 참여한 시장 상인들의 호응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인들은 공통으로 품질관리 향상, 배송 효율, 판로개척 등에 대한 만족이 높았다. 편리해진 이용환경에 따라 청년층 고객들의 시장 이용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상인은 상품관리만 집중…일괄 배송으로 가격도 저렴

청량리종합시장 ‘정민청과’의 김인근 상인회장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비대면 주문이 증가해 시장매출이 이전보다 40% 감소하는 등 전통시장도 온라인 주문 흐름에 발맞춰 나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매우 높다”며 “우리시장 빠른 배송은 시장이 가지고 있었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사업”이라고 반겼다.

청량리종합시장 ‘광성유통’의 이상렬 상인은 “기존에는 전화로 주문받아 수기로 작성해 배송을 보내다 보니 잘못 배송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고, 배송 물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바닥에 쌓아두는 예도 있었다”며 “개별적으로 배송하다 보니 배송료도 비쌀 뿐 아니라 배송 시간도 불규칙해서 소비자의 불만이 지속해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청량리종합시장 ‘공동상회’의 함승철 상인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집 앞까지 배송이 가능하다면 주차 등의 어려움이 있어 그동안 전통시장이 아닌 마트나 백화점으로 갔던 젊은 고객층의 발걸음도 다시 전통시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류 인프라 도입으로 시장 내 주문과 배송흐름도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기존에는 상인 개인이 모든 과정을 처리해야 했다면 이제는 픽업, 보관, 분류, 배송 등 번거로운 작업은 물류 전문기관이 운영하는 MFC에서 일괄 처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하고 배송지 정보를 입력하면 상인은 상품을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 운영인력이 이를 픽업해 MFC로 이동하고 배송유형에 따라 신속하게 분류한다. 특히 도착지가 같은 상품은 한 번에 묶음 배송이 가능해져 여러 상품을 주문하는 소비자 부담이 줄어든다.

분류 후 상품은 냉장 또는 냉동창고로 옮겨져 최대한의 신선도를 유지한 상태로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최종적인 배송이 이루어진다.

 

▲우리시장 빠른배송 체계도. 사진=서울시


◇ 당일·새벽·묶음 등 배송 유형도 다양

우리시장 빠른 배송을 통해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묶음배송 등 배송 유형도 다양해졌다. 모든 배송은 서울 전역은 물론 경기도 일부까지 가능하다. 소비자는 시장을 방문해 배달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다양한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시장 배송은 배송비가 비싼 퀵 또는 배송이 2~3일 이상 걸리는 택배 배송만 가능해 저렴하고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시민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소비자는 온라인 구매뿐만 아니라 현장 구매에도 당일·새벽·묶음배송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즉, 소비자는 빈손으로 편하게 시장을 방문해 여러 상점의 상품을 주문한 후 묶음배송을 신청하면 상품을 번거롭게 들고 귀가할 필요 없이 당일 또는 다음 날 새벽까지 원하는 시간에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다.

조영창 서울시 물류정책과장은 “기존에는 시장 내 상인들이 각자 배송업체와 연락해 높은 배송비를 내고 불안정한 배송체계로 배송 영업이 다소 어려웠지만, 해당 사업을 통해 약 30~40%의 배송비 절감과 함께 택배사와 계약으로 안정적인 배송체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화와 대면 주문에 의존하던 시장 상인들에게 네이버·카카오·당근마켓 등 온라인 판매망을 확대해 시민들의 이용 접근성을 향상하고, 주문접수 시간에 따라 새벽배송·당일배송·묶음배송 등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김혜지 의원은 “우리시장 빠른 배송‘ 사업을 통해 암사종합시장도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게 돼 더 많은 소비자가 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배송은 상인들이 각자 처리해 그 비용이 과다하게 부과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소규모 물류시스템 도입을 통해 비용의 절감과 물류 처리의 효율이 높아져 상인들의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진우 기자 jwkim@gmail.com 

 

[ⓒ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