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20년째 학생 알바에 ’가족의 이름’을 붙이는 편의점 사장… “우리 아이들”

소상공인24 / 이경희 기자 / 2026-07-27 13: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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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 상계동 ‘온마음편의점’ 유혜숙 사장(58), 20년째 학생 알바 720명 배출
▶ 알바 이름을 부를 때 ‘우리 아이들’로 부르는 원칙, ’가족 같은 편의점’ 정체성 만들어
▶ 알바 이직률 12%로 편의점 업계 평균(63%)의 5분의 1 수준, 채용난 시대의 예외 사례
▶ 20년간 이어온 ‘알바 가족’ 문화 — 결혼식, 취업 축하, 명절 인사까지 이어지는 관계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학생 알바를 딸처럼 대하며 대화하는 편의점 사장. (사진 = 제미나이)

 

 

◇ “지호야, 오늘 학교 시험 어땠어?”
7월 21일 저녁 7시 40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온마음편의점’. 20대 초반 여학생 지호(가명)가 편의점 유니폼을 입고 카운터에 들어섰다. 사장 유혜숙 씨(58)가 반갑게 맞이했다. “지호야, 오늘 학교 시험 어땠어? 너 어제 스트레스 받는 거 같더라” 지호는 미소로 답했다. “네, 다행히 잘 봤어요. 사장님이 어제 마음 편히 다녀오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유 씨의 편의점은 특이하다. 알바를 부를 때 ’우리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이름을 부르지, 성으로는 안 부른다. 그리고 20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 유 씨는 2006년부터 이 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왔다. 20년 동안 그의 편의점을 거쳐 간 학생 알바는 총 720명. 대학생·고등학생 모두 포함이다. 그 720명의 이름을, 유 씨는 대부분 지금도 기억한다.


◇ ‘알바 이직률 12%’, 편의점 업계 평균의 5분의 1
편의점 업계에서 알바 이직률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편의점 알바의 평균 6개월 이직률은 63%다. 3개월도 안 돼 그만두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유 씨의 편의점은 다르다. 알바 6개월 이직률이 12%. 편의점 업계 평균의 5분의 1이다. 대부분의 알바가 취업이나 졸업 등 자연 종료 사유로 그만두며, 매장 불만족으로 인한 중도 퇴사는 거의 없다.


“우리 매장에 오면 아이들이 안 그만둔다. 그만두는 사유는 대개 취업, 유학, 이사, 결혼 같은 자연스러운 이유”라는 유 씨의 자부심이다. 이 이직률 격차가 결국 유 씨의 편의점이 인력난 시대에도 알바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 20년, ‘알바 가족’ 문화의 형성
유 씨의 특이점은 알바와의 관계가 근무 기간을 넘어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의 편의점을 거쳐 간 720명 중 상당수가 지금도 유 씨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12월 말, 유 씨는 자신의 편의점 뒷방에서 ’알바 동창회’를 연다. 20년간 유 씨의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던 20~40대 청년들이 매년 30~50명 모인다. 결혼한 알바가 자녀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이 자리에서 유 씨는 ’우리 아이들의 근황’을 하나씩 듣는다.


“작년에는 우리 첫 알바였던 지영이(38)가 자기 딸 데려왔더라. 지영이가 알바 시작할 때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이제 애 엄마가 됐네. 세월이 그렇게 됐어”라는 유 씨의 감회다. 유 씨의 편의점에서 알바로 시작해 지금은 대기업 회사원, 초등교사, 창업자, 유학생 등으로 성장한 이들이 많다. 그들과의 인연이 유 씨의 삶의 큰 부분이다.


◇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요? 그게 편의점 사장의 진짜 일이니까”
유 씨에게 왜 이렇게까지 알바를 챙기냐고 물었더니, 그는 담담히 답했다. “편의점 사장의 진짜 일이 그거야. 카운터 지키는 거 아니라, 매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시간이 좋은 시간이 되게 만드는 거. 그게 알바든 손님이든 마찬가지지.”


유 씨는 매년 알바 채용 시 특이한 원칙을 지킨다. 시급이 아니라 사람을 본다. 첫 면접에서 유 씨는 알바에게 “이곳에서 얻고 싶은 게 뭐예요?”를 묻는다. “돈”이라는 대답보다 “경험”, “사회 첫 걸음”, “학비 벌면서 배우고 싶음” 같은 대답에 더 관심을 갖는다. “돈만 벌겠다고 오면 오래 못 있어. 뭔가 배우고 싶다고 오는 아이들이 6개월, 1년을 채워.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 매장이 좋은 첫 사회 경험이 되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는 원칙이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학생 알바들과 매장 뒷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의점 사장. (사진 = 제미나이)



◇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사회학적 가치

유 씨의 접근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사회학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정재웅 연구위원은 “청소년·대학생에게 편의점 알바는 첫 사회 경험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경험이 좋은 관계 속에서 이뤄지면 그 청년의 이후 사회 진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부정적 경험은 노동 세계에 대한 불신을 심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지현 연구위원은 “편의점 알바의 이직률 63%는 산업 전체의 낭비다. 재교육 비용, 알바 서비스 품질 저하, 사장의 정신적 부담 등이 누적된다. 유 씨의 사례는 ’관계 중심 채용·관리’가 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알바가 손님이 되고, 손님이 다시 알바를 데려온다”
유 씨의 편의점에는 흥미로운 순환 구조가 있다. 알바로 시작한 청년이 몇 년 후 취업해 다른 지역에 살게 되어도, 부모님이 이 근처 오시면 유 씨의 편의점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눈다. 결혼한 알바는 배우자를 데리고 오고, 자녀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자기 아이들 데리고 오면, 그때는 그 손녀도 나에게 ’할머니’라 부른다. 20년이 그렇게 흐르니 편의점이 우리 지역의 ’사랑방’이 됐다”는 유 씨의 뿌듯함이다. ’온마음편의점’의 매출 구성도 특이하다. 매출의 43%가 반경 500m 이내 재방문 고객으로부터 발생한다. 편의점 업계 평균(28%)보다 훨씬 높다.


◇ 인력 위기 시대의 새로운 지혜
전문가들은 유 씨의 사례가 한국 자영업 인력 위기 시대의 중요한 지혜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이재훈 교수는 “인력 위기 시대의 답은 시급 인상만이 아니다. 관계·문화·의미 등 무형의 가치가 결합돼야 알바가 오래 남는다. 자영업자의 ’리더십’이 재조명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 인력 문제는 시장 논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 씨 같은 ’관계 중심 자영업 모델’을 지원·확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자 리더십 교육, 알바 관리 노하우 공유, 우수 사례 표창 등이 시작이 될 수 있다.


유 씨의 편의점 같은 사례는 편의점 업계 전체에 영감을 준다. 프랜차이즈 본부 차원에서도 이런 우수 점포의 노하우를 발굴·공유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7월의 여름밤, 서울 상계동 골목의 ’온마음편의점’에는 오늘도 학생 알바와 사장이 함께 카운터를 지킨다. 그 카운터에는 20년의 ’가족의 이름’이 쌓여 있다. 편의점을 넘어, 자영업을 넘어, 한 사장이 지역 사회에 남기는 관계의 유산 — 그것이 유혜숙 씨가 20년 동안 지켜온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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