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유튜브 확산 사례 3건이 지역 관광 매출 20~40% 감소로 이어져
▶ 관광객 68.4% “특정 관광지 바가지 뉴스 후 방문 계획 취소·변경 경험”
▶ 지자체 ‘관광 물가 안정 캠페인’ 확대, ‘착한 가격 인증제’ 도입 지역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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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바가지 논란 이후 관광객 발길이 뜸해진 관광지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옆집 하나 때문에 우리도 손해”
강원도 강릉시에서 30년째 회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56)는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했다. 지난 6월 초 인근 관광지에서 ‘10만 원 회 정식’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후부터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한 관광객이 “여기 회 정식 10만 원인데 회는 한 접시가 손바닥만 하다”고 폭로한 영상이 4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우리 가게는 회 정식이 3만 5,000원이다. 30년째 정직하게 장사해왔는데, 옆 동네 한 가게 때문에 이 지역 전체가 ’바가지 관광지’로 낙인찍혔다”는 정 씨의 하소연이다.
관광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릉은 바가지가 심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검색 트렌드도 급락했다. 강릉시 관광통계에 따르면 6월 강릉 방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여름 관광 예비객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4%가 “특정 관광지 바가지 뉴스를 본 후 방문 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SNS·유튜브 시대의 ’바가지 낙인’은 지역 관광 전체에 치명적 타격을 준다.
◇ 바가지 신고 2,340건 전년 대비 34% 증가
한국소비자원 여행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관광지 ‘과도한 요금·바가지’ 관련 신고 건수는 2,340건으로 전년 동기(1,745건) 대비 34% 증가했다. 신고 유형별로는 ▲ 메뉴판과 실제 가격 불일치(38.4%) ▲ 특정 시즌 임의 요금 인상(27.6%) ▲ 관광객 상대 별도 가격 적용(21.8%) ▲ 강매·강제 주문(12.2%)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 관광지(28.4%), 제주도(21.7%), 부산·경남 해수욕장(18.4%), 전남 남해안(14.6%) 순으로 신고가 많았다.
한국관광학회 이재열 회장은 “일부 자영업자의 바가지가 지역 전체 이미지를 훼손하는 ’집단 낙인 효과’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관광 산업은 신뢰가 자본인데, 그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에 수년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 왜 여름 성수기에 바가지가 늘까
여름 성수기 바가지 논란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첫째, 관광지 임대료가 시즌별로 크게 차이 난다. 강원도 해변 상권의 여름 성수기 임대료는 비수기 대비 2.5~4배에 달한다.
이 부담을 감당하려면 성수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야 한다. 둘째, 관광지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시즌 장사’로 1년 매출의 60~70%를 여름철에 올려야 한다. 셋째, 재방문 고객이 적은 관광지 특성상 ’단골 관리’보다 ’단기 이익’ 우선의 유혹이 크다.
관광지 임대인 정모 씨(강원 강릉, 62)는 “임차인이 여름 두 달 벌어서 1년치 임대료 다 내는 구조다. 비수기에는 임대료 못 내는 임차인이 부지기수다. 여름 성수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착한 가격 인증제’ 확대… 실효성은?
지자체 차원의 대응도 확대되고 있다. 강원도, 제주도, 부산광역시는 올해 ’착한 가격 인증제’를 대폭 확대했다. 표준 가격을 준수하는 관광지 자영업자에 인증 스티커를 부여하고, 정부·지자체 SNS와 관광 지도에 우선 노출하는 제도다.
강원도 관광정책과 노명수 과장은 “올해 강원도 착한 가격 인증 사업자를 지난해 1,240곳에서 3,800곳으로 3배 확대했다. 인증 사업자에 대해서는 매출 증대 지원, 홍보 우선 노출, 관광객 할인 쿠폰 연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강릉에서 착한 가격 인증을 받은 카페 사장 임모 씨(41)는 “인증 마크를 붙였지만 손님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결국 바가지 낙인이 지역 전체를 덮은 상황에서는 개별 인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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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착한 가격 인증’ 스티커를 부착하는 관광지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소비자·자영업자·지자체 3자 협력이 관건
전문가들은 바가지 논란 해결을 위해 소비자·자영업자·지자체 3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는 사전에 가격 정보를 확인하고, 자영업자는 투명한 가격 공시와 표준 준수, 지자체는 표준 가격 매뉴얼과 홍보 지원을 담당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바가지는 개별 자영업자의 도덕성 문제로만 접근하면 해결되지 않는다. 관광지 임대료·시즌 매출 구조 등 근본 원인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관광지 바가지 문제는 한국 관광 산업의 이미지와 지속 가능성에 직결된다. 정부·지자체는 관광지 특화 임대료 조정 정책, 시즌별 매출 균형화 지원, 지역 관광 소비 활성화 정책 등 종합 접근이 필요하다.
관광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는 ‘진정성 있는 지역 경험’이다. 성실한 자영업자와 진정성 있는 지역 스토리를 발굴·홍보해 ’바가지 낙인’을 ’진짜 관광지’ 이미지로 전환하는 마케팅 전환이 필요하다.
여름 관광 성수기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성실하게 매장을 지키는 대다수 자영업자와 소수의 바가지 사례 사이의 간극이 크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지역 관광의 미래를 지키는 핵심 과제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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