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하기로 마음먹기까지 엄청난 용기 필요...정말 울기도 많이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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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학습지 교사를 그만두고 순대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이현주 사장.(사진=김진우 기자) |
“제가 드리는 순대로 가족들과 함께 모여 앉아서 드시면서 화목했으면 좋겠어요.”
서울 광진구 구의동 다세대주택 골목 귀퉁이에 서 있는 하얀 간판에 아담하고 깔끔한 푸드 트럭이 눈길을 끈다.
근처에 지나가던 트럭 기사부터 도보로 이동하는 손님들까지 남녀노소 골고루 순대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교육잡지 방문교사였던 이현주 사장(47)은 교회 집사님의 소개로 푸드 트럭을 열고 순대를 3년째 판매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비 등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는 이현주 사장은 첫 사업을 시작하면서 노점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종종 받아 남모르게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는 손님을 대함에 있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마진이 줄어들더라도 최대한 가격을 유지하고 푸짐한 양을 제공하려 애쓴다면서, 정부 또한 생계를 위해 힘들게 노점 운영하는 분들을 헤아려 원리·원칙만을 내세워서 내치지만 말고 요즘같이 어려운 불경기에 더불어 잘 살자는 마음으로 아량도 좀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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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학습지 교사를 그만두고 순대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이현주 사장.(사진=김진우 기자) |
<다음은 이현주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순대라는 품목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저는 혼자서 정말 열심히 사는 편이거든요. 대학까지 혼자 열심히 돈 벌어서 학교를 다닌 경우인데요. 그런데 직장생활로 아무리 벌어도 가난한 형편이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돈을 모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백날 직장 생활해서는 돈 모으기 힘들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죠. 그리고 학습지 교사 일은 항상 부모님이랑 상담을 해야 돼요. 없는 말 만들어야 되고 안 똑똑한 애들 똑똑하다고 얘기해 줘야 되고 이런 것들이 좀 힘들었죠. 제가 없는 말 잘 못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확실히 면역 질환이 생기더라고요. 온갖 면역 질환에 다 시달리면서 매일 약으로 살았어요. 때마침 우리 교회 집사님들 중 한 분이 이 순대를 하고 계셨는데 너무 편안해 보이는 거예요. 시간 자유롭고 내가 나가고 싶을 때만 나가서 일해도 이 정도는 번다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귀가 솔깃해서 찾아가서 순대도 먹어보고 맛도 괜찮아서 저도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해서 시작한 거예요. 그 집사님한테서 전화번호 하나 건네받고 그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가 이렇게 차를 다 만들어서 줬어요. 저는 순대 값만 내고 썰어주면 되는 거죠. 그렇게 시작하게 된 거죠.
Q. 매장 없이 장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A. 무점포이다 보니까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게 단점이죠. 장점은 직장보다 수입이 훨씬 더 좋아요. 그러니까 힘들지만 하는 거죠. 사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Q.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다른 사람이 신고를 하면 제가 차를 빼야 되니까 그런 점들이 가장 어렵죠. 먹고살 길이 없어서 나와서 이 일을 하는 건데 차 빼라면서 못 하게 막으니까 먹고살기가 쉽지 않네요.
Q. 무점포 단속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무점포에 대해 단속하지 말고 저희처럼 어려운 사람들도 먹고살게끔 해줬으면 좋겠어요. 봐도 못 본 척 좀 해줬으면 싶죠. 저희도 오죽하면 이 일을 하고 있겠어요. 너무 야속한 사람들도 있거든요. 손님들 중에 일부는 먹고살려고 하는데 좀 봐주지 그렇게 두둔하는 분들이 계시는 반면에 여기에 차를 뺐다가 또 올까 봐 지키고 서 있는 단속반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게 너무 심한 거죠. 그 사람들도 맡은 일을 하는 거니까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자꾸 신고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자꾸 우리한테 단속하거든요. 그분들이 오게 되면 힘들죠. 사실 이렇게 노점을 하기로 마음먹기까지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 일을 하면서도 처음에는 너무 서러워서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3년째 되니까 좀 익숙해져서 그리고 저는 새로운 자리를 자꾸 발굴해야 되는데 그런 걸 잘 못하니까 같은 자리만 가니까 이제는 다들 얼굴을 조금 알고 이렇게 익숙해져서 별로 그런 건 없는데 간혹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곳에서 (신고해서) 단속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순대 찐 거는 마저 팔아야 되는데 다 버려야 되잖아요. 그럴 때는 정말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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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사장은 3년째 순대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사진=김진우 기자) |
Q. 온라인을 통한 배달도 하시나요?
A. 여기서 만약 그렇게 하려면 매장이 있어야 되고 사업자를 내야 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사업자가 없거든요. 사업자 없이 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렇게 나와서 손님만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게 조금씩 차츰 늘어가는 거죠. 제 주변에 저처럼 순대 파시는 사장님이 열몇 분 계시거든요. 그분들 중에서 많이 파시는 분은 많이 파세요. 그분들처럼 많이 팔려면 자리를 계속 옮겨 다니면서 팔아야 돼요. 하지만 전 체력이 안 돼서 그렇게까지는 못 하고 있거든요. 한자리에만 계속 있어요.
Q. 손님들은 주로 어떤 루트를 통해 이곳을 찾나요?
A. 손님들 중에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시는 분들도 꽤 있어요. 요즘 유튜버들 많으시잖아요. 이런 분식류로 영상 찍으시는 분이나 먹거리 찍으시는 분이 많으신데, 그분들도 어차피 먹고살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그분들 얘기 들어보면 투잡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직장 그만두고 뛰어들었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사는 게 다들 비슷해요. 그분들이 여기 찾아와서 ‘영상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어차피 같이 먹고살아야 되니까 ‘하세요’라고 답하거든요. 그렇다고 유튜브가 저한테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광고 효과가 크지 않아요. 한 달에 한 명 올까 말까 하거든요. 유튜브 보고 오지는 않아요. 제가 광고를 잘 안 하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주로 자녀분들 통해 알거나 입소문으로 오시는 거죠. 요즘 젊은 분들은 인스타그램을 다 하시니까 인스타그램 보고 오시는 편이에요. 젊은 분들은 차 끌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한 3년 되니까 조금씩 조금씩 단골이 생기는 거죠.
Q. 이제는 단골손님도 많이 생겼는데, 한자리에 오랫동안 있는 편인가요?
A. 저희는 그렇게 해서 늘어나는 손님보다는 옮겨 다니면서 많이 파는 게 더 낫죠. 단골손님 하나 기다리자고 죽치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유동인구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한 사람에게 더 파는 게 저희한테는 이롭거든요. 그러니까 리스크가 큰 데는 신고가 엄청 들어와요. 차를 뺐다가 다시 자리 잡는 걸 열심히 하셔야 돼요. 발품 많이 팔아야죠. 저같이 죽치고 있으면 덜 팔게 돼요.
Q. 가격을 지금까지 올리지 않았다면 마진이 점점 줄어들 텐데요?
A. 네. 맞아요. 보통 서민들이 먹는 분식류 중에서 순대가 가장 가성비가 좋은데, 작년에 순대 재료값이 3번이나 올랐어요. 1년에 3번이나 원재료 값이 올라간다는 건 말도 안 되거든요. 그리고 가스비 이런 것도 엄청 올랐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마진이 많이 떨어지는데도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가격을 쉽게 못 올려요. 요즘 떡볶이도 엄청 비싼데 이 순대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은 무슨 순대가 이렇게 비싸냐고 하시고요. 저는 가격을 안 올렸는데 오랜만에 찾아오신 분들 중에서 몇몇 분은 가격을 올렸는 줄 아세요. 그런데 공장 측에서 이번에 원재료 값을 또 올린다고 통보가 왔어요.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또 올라가면 이제 그때는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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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학습지 교사를 그만두고 순대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이현주 사장.(사진=김진우 기자) |
Q. 창업을 준비할 때 세운 소신과 철칙이 있다면?
A. 제 신념은 거창하지는 않고요. 손님을 상대할 때마다 항상 역지사지를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과거 한때 순대를 사 갔던 손님 입장을 떠올려 보면서 제가 싫어했었던 부분들을 저는 제 손님들께 하지 말자고 다짐해요. 그리고 손님들이 순대를 같이 먹고 공생하기를 바라죠. 쉽게 말해서 제가 드리는 이 순대로 가족들과 함께 모여 앉아서 드시면서 화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항상 새해 인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데요. 우리 순대가 화목의 재료가 됐으면 좋겠다는 인사 글을 올리고는 하죠. 거창한 건 아니어도 맛있게 즐겁게 드셔주시면 너무 감사하겠다는 마음이에요.
Q. 푸드트럭을 깨알 홍보한다면?
A. 손님들이 제가 파는 순대는 냄새가 안 나서 좋다고 하세요. 그런데 우리 집 거 입에 맞으신 분들은 우리 집에 오시는 거고 또 다른 데 순대가 입에 맞으시면 그 사람한테 가는 거기 때문에 ‘이 집 순대는 좀 달라요 진짜 맛있어요’라는 손님들의 평가를 저는 100% 받아들이진 않거든요. ‘이분들은 우리 순대가 좀 더 입에 맞으시나 보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저희 가게는 주변과 비교해 볼 때 5000원에 적게 주는 양이 아니거든요. 그런 입장인데 솔직히 더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정말 얄미워요. 저도 주변에 ‘요즘 세상에 어디 가서 많이 달라는 말 하지 마라. 오히려 역효과다. 더 안 준다. 아니면 더 해코지한다’고 얘기하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일일이 다 설명을 하면서 물건을 드리는 게 아니다 보니까 생색내는 대신 저는 기본적으로 많이 드시라고 덜 남기고 더 많이 드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셔서 더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데 참 양심도 없다. 자기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반면에 어떤 손님은 오셔서 ‘가격 좀 올리세요. 이렇게 많이 주시면 남는 게 있어요?’라고 말씀하시거든요.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맞아요. 그런 사람은 더 신선한 걸로 더 많이 주고 싶고 실제로도 더 주게 돼요. 저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고깃집에 가도 상추 먹기도 미안할 지경이거든요. 우리가 더 주세요 하면 벌써 인상이 돌아가는 식당들도 있어요.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저는 그 마음이 이해가 돼요. 좀 야박하다 싶으면서도 요즘 가격이 안 올라가는 게 없으니까 손님들도 이해하시는 분이 있는 반면에 어떤 분은 무조건 더 달래요. 이렇게 썰다가 너무 많아서 사실 요만큼 토막토막 해서 손님 한 다섯 분만 드려도 우리가 한 팩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더 달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색내기 귀찮아서 장사를 잘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순대를 그릇 터지게 막 퍼주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순대는 단가가 다르다 보니까 그렇게 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 사람이 싸게 떼어오면 싸게 많이 줄 수가 있죠.
저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밤 9시 반까지 열어요. 다른 순대 사장님들은 보통 밤 11시까지는 다 계시는데 순대가 좀 남으면 밤 12시~밤 1시까지도 계신대요. 만약 밤 9시 반까지 순대를 다 못 팔 때는 그냥 버리는데요. 그러지 않으려고 모자라게 갖고 나오는 편이에요. 그래서 내장이라든지 다 팔린 종류는 못 드리고 나머지를 사 드시거나 다음에 오시는 거죠. 안 그러면 원재료 값 때문에 남은 거 버리면 손실이 많아져서 그렇게 해야 돼요.
Q.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한다면?
A. 제가 조언을 할 만큼의 위치는 아니지만, 한 말씀드리자면 일단 음식 장사는 기본적으로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미 말씀드렸듯이 제가 손님이었을 때를 많이 생각한다고 했었잖아요. 그 마음으로 일하면 비록 조금 덜 남기더라도 기분만큼은 손님도 좋고, 저도 좋고 서로 함께 더불어 살지 않을까 생각돼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푸드트럭 같은 노점들이 요즘 너무 많아져서 이제 자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먹고살기 힘들다는 거죠. 최근에 30대 중반 정도 되는 남자분들 두 분이 들어오셨거든요. 한 분은 육아휴직 중이고 또 다른 분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가 하신대요. 그분들은 여기저기 장소 옮겨 다니면서 되게 잘 팔더라고요. 이렇게 본인이 노력하기에 달려있다고 봐요. 저처럼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은 잘 못 팔 것이고 하나라도 더 팔려고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더 팔고 그럴 것 같아요.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특별한 계획은 없고요. 다른 일을 좀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 제가 이 일 때문에 관절 위주로 병이 생기다 보니까 병원을 자주 다니거든요. 원래 제가 1주일에 한 번씩 가야 되는데 2주일에 한 번씩 가고 있어요. 그래서 이 일을 오랫동안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저처럼 노점으로 순대 파시는 사장님들은 류머티즘 등 관절병이 많아서 주로 정형외과를 많이 다니시죠. 저 같은 경우는 워낙에 약골이라서 많이 못 팔고요. 글로벌시대이니만큼 현시대에 발맞춰서 제가 노동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보다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어요.
소상공인포커스 / 김진우 기자 jw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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