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 매장 절도·기물파손 발생률 일반 점포의 4.2배… 점포당 월평균 피해액 87만 원
▶ 무인 매장 전용 보험 가입률 23%에 불과, 보상 한도 낮고 면책조건 까다로워
▶ 청소년 절도범 비율 41% 차지, ‘게임처럼 인증샷 찍어 SNS 공유’ 신종 범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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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절도 피해를 입은 무인 매장에서 CCTV를 확인하는 운영자. (사진 = 제미나이) |
◇ “사람 안 쓰면 인건비 절감? 도둑 잡는 데 더 든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36)는 지난 5월 한 달간 도난 피해액만 320만 원을 기록했다. CCTV 분석 결과 청소년 추정 10대 5명이 새벽 시간대 매장에 침입해 상품을 무더기로 가져갔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 식별에 시간이 걸려 보상은 아직 받지 못했다.
“인건비 아끼려고 무인으로 차렸는데, 도난 피해와 CCTV 관리, 청소·정리 알바비까지 합치면 오히려 유인 매장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박 씨는 “다음 달 계약 만료되면 폐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6년 무인 매장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전국 무인 매장은 5만 2,400곳으로 집계됐다. 2022년(8,300곳) 대비 6배 이상 폭증했다. 업종별로는 아이스크림(28.3%), 카페·음료(21.7%), 편의점(18.4%), 빨래방(12.6%), 셀프 사진관(8.2%) 순이다.
문제는 도난·기물파손 피해다. 경찰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공동 조사한 결과, 무인 매장의 절도·기물파손 발생률은 일반 점포의 4.2배에 달했다. 점포당 월평균 피해액은 87만 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1,044만 원이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낮은 무인 매장에는 치명적인 손실 규모다.
◇ 보험 가입률 23%, 보상도 제한적
DB손해보험,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은 ‘무인 매장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도난, 화재, 기물파손, 손해배상 등을 종합 보장한다. 하지만 가입률은 23%에 그치고 있다. 보험료 부담과 면책 조항의 까다로움이 원인이다.
삼성화재 자료에 따르면 30평 무인 매장 기준 월 보험료는 평균 18만~27만 원이다. 영업이익이 박한 무인 매장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또한 보험 약관상 ▲CCTV 미설치 시간대 발생 사고 ▲점주 부주의로 인한 사고 ▲청소년·미성년자 단체 침입 등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동구에서 무인 빨래방 3개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48)는 “보험 가입은 했지만 막상 청구하니 면책 조항이라며 거절당했다. 한 번 거절당한 후로는 가입을 안 한다”고 했다.
◇ 청소년 범죄, ’SNS 인증샷’으로 확산
무인 매장 범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청소년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무인 매장 절도 검거자 중 10대 청소년 비율은 41.3%였다. 일반 절도 사건에서 청소년 비율(18.7%)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청소년이 절도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인증샷’으로 공유하는 풍조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6년 청소년 일탈 행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청소년의 7.4%가 “무인 매장에서 물건을 가져간 적이 있다”고 답했고, 그 중 12.3%는 “SNS에 자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무인 카페를 운영하는 양모 씨(52)는 “지난달 청소년 3명이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컵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영상을 찍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 친구들과 깔깔거리더라”며 “물질적 피해를 떠나 마음이 무너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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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도난 방지를 위해 CCTV와 보안 시스템을 강화한 야간 무인 매장. (사진 = 제미나이) |
◇ 무인 매장 보안 강화 비용, 영업이익 잠식
도난 피해가 늘면서 무인 매장의 보안 설비 투자 비용도 폭증하고 있다. AI 인식 CCTV, 출입 인증 시스템, 보안업체 출동 서비스, 무인 결제 단말기의 도난 방지 기능 등을 모두 갖추려면 초기 설치비만 600만~1,200만 원이 든다.
KT텔레캅, ADT캡스, 에스원 등 주요 보안업체들은 무인 매장 전용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월 8만~15만 원으로 24시간 모니터링과 침입 시 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건비 절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박재훈 연구위원은 “무인 매장의 평균 월 영업이익은 약 220만 원인데, 보험료, 보안비, 도난 피해를 합치면 월 90만~120만 원이 사라진다. 결국 인건비 절감 효과가 절반 이상 사라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 법·제도 정비 시급… “청소년 보호처분 한계”
무인 매장 범죄에 대한 법적 대응 체계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청소년 범죄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피해 보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가 가담한 경우 처벌 자체가 어렵다.
전국 무인매장 운영자협의회 김상민 회장은 “무인 매장이 청소년의 ’범죄 놀이터’가 되고 있다. 보험 의무화, 청소년 출입 시간 제한, 신원 확인 시스템 의무화 등 종합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혜인 선임연구원은 “무인 매장 범죄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청소년 일탈 양상이다. 단순 처벌 강화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 현장의 예방 교육, 보호자 책임 강화, 무인 매장의 보안 기준 마련 등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법무법인 새얼 박현주 변호사는 “현행법상 무인 매장은 ’소매업’으로 분류돼 별도의 보안·운영 기준이 없다. 무인 매장의 법적 정의와 운영자·이용자 의무를 명확히 하는 별도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5만 개를 돌파한 무인 매장은 한국 자영업의 새로운 풍경이 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절도, 기물파손, 청소년 범죄, 보험 사각지대 등 복합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단순한 ’인건비 절감 모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무인 매장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지가 6월 자영업 현장의 과제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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