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경제] 대만과 독일의 기업지원 정책에서 배울 점

소상공인 심층/기획 / 김경훈 대기자 / 2026-01-15 14: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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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정책을 넘어 산업 구조를 바꾸는 국가적 전략이 시급
▲ 한국산업단지공단은 2024년 9월 산업단지 탄생 60주년을 맞아 기존의 단순 제조 생산 공간을 넘어 첨단 기술과 문화, 삶터가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역동적인 산업캠퍼스'로의 재창조 비전을 발표했다.(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 산업 정책은 오랜 기간 기업 지원 중심 정책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며 수출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운영해 왔다. 기업 활동을 돕는 데 분명 일정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산업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왜 지원 정책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구조는 쉽게 변화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단순히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정책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산업 정책의 목적은 단순히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형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떤 시장에 진입하고 어떤 공급망 속에서 경쟁하며 어떤 방식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지가 결국 산업 정책의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 제조업은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반도체 산업과 자동차 산업, 전자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 성과는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과 생산 능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력은 대부분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형성된 경우가 많다. 중소 제조 기업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생산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브랜드와 시장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OEM과 ODM 구조는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생산 기술을 축적하는 데에는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다. 실제로 많은 한국 제조 기업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OEM과 ODM 구조에서는 브랜드 기업이 시장과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 기업은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통해 공급망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시장 구조를 직접 설계하기는 어렵다. 결국 기업은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경쟁하지만 시장에서는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 놓이게 된다.

 

대구 섬유 산업은 한국 제조업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대구는 오랜 기간 한국 섬유 산업의 중심 지역으로 성장해 왔으며 섬유 생산과 염색, 가공 기술이 축적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특히 염색 산업은 섬유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공정으로 평가된다. 원단의 품질과 색상 안정성은 염색 공정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기술은 오랜 경험과 기술 축적을 통해 형성된다.


대구 염색 산업단지에는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들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일염직이다. 우일염직은 대구 서구 염색공단에 위치한 섬유 염색 가공 기업으로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하며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기업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일염직을 이끌고 있는 박종철 대표이사는 대구 섬유 산업 현장에서 오랜 기간 기업 경영을 이어 온 경영인이다. 그는 염색 산업이 단순한 가공 공정이 아니라 섬유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우일염직의 사례는 한국 제조업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생산 기술과 공정 경쟁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 제조업의 핵심 자산은 바로 이러한 현장 기술 축적에 있다.생산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과 시장 구조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대만 산업 정책은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비교 사례가 된다. 대만은 중소기업을 단순히 지원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산업 생태계 속에서 중소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설계했다. 정책은 산업 클러스터와 공급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며 기업 지원 정책과 산업 전략이 함께 설계되는 구조를 형성했다.


대만 산업 정책의 핵심은 산업 구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정책적으로 만들고 산업 네트워크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기업 지원 정책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독일 산업 구조는 또 다른 참고 사례가 된다. 독일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이른바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고 불리는 중소기업 네트워크다. 독일에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중소 제조 기업이 수천 개 존재한다. 이 기업들은 대기업의 단순 하청 구조에 머무르지 않는다.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틈새시장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산업 정책의 특징은 개별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정책에 있다. 지역 산업 클러스터와 기술 연구소, 금융 시스템이 연결된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독일 제조업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함께 산업 경쟁력을 형성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산업 정책 역시 이제는 전략적 방향을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기업 지원 정책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지원의 규모가 아니라 산업 구조다. 기업이 어떤 시장에 참여하고 어떤 공급망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지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국 제조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산업 정책이 기업 지원 중심 정책에서 산업 구조 설계 중심 정책으로 전환될 때 비로소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경훈 대기자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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