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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등장했다고 해서 곧바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의료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 치료법보다 더 안전하고, 더 정확하며,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시하는 기술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
1편에서는 기술의 개발 배경과 공학적 접근을 분석했다. 공개 특허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서지오젠은 기존 척추 고정술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골 앵커와 삽입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구조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술은 새로운 아이디어만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지 않는다.
● 기술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 의료기기 기술은 무엇으로 경쟁력을 입증하는가
연구실에서 완성된 기술이 곧 산업의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오히려 연구가 끝난 이후부터가 시작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특허는 기술 개발의 출발점일 뿐이며, 그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엄격한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산업에서는 흔히 '기술은 논문으로 시작하지만 데이터로 완성된다'는 말을 한다.
논문은 기술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특허는 기술적 권리를 보호한다. 그러나 병원과 의료진, 규제기관이 궁금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다. "이 기술은 실제로 더 안전한가." "기존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인가." "같은 결과를 반복해서 재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기술은 연구성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의료기기 기술은 일반적으로 네 단계의 검증을 거친다. 첫 번째는 공학적 검증(Engineering Validation)이다. 설계한 구조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두 번째는 생체역학 검증(Biomechanical Validation)이다. 반복 하중 시험(Fatigue Test), 인발강도(Pull-out Strength), 비틀림(Torque), 응력 분산(Stress Distribution) 등을 통해 실제 인체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구조적 안정성을 평가한다.
세 번째는 임상적 검증(Clinical Validation)이다.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시장 검증(Market Validation)이다. 의료진이 실제 수술에서 선택하고 병원이 지속적으로 채택할 때 비로소 기술은 산업적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서지오젠 기술은 현재 공학적 설계와 특허 전략은 공개자료를 통해 확인되지만, 생체역학 데이터와 임상 결과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단계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이 요구하는 검증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기술실사의 목적은 기술을 높게 평가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 그것이 기술실사의 출발점이다. 다음 장에서는 공개된 특허와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서지오젠 기술의 구조적 차별성이 기존 척추 고정술과 비교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 공개 특허를 해부하다
- 골 앵커 구조는 기존 척추경 나사못의 어떤 한계를 해결하려는가
기술실사의 출발점은 특허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특허가 어떤 기술적 문제를 정의하고 있으며, 그 문제를 어떤 공학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분석은 공개 특허의 청구항과 도면을 중심으로 기술의 구조를 검토했다.
공개 특허를 분석한 결과, 서지오젠 기술은 기존 척추경 나사못(Pedicle Screw)을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고정술을 제안하는 기술이라기보다, 기존 수술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삽입 정확성, 고정 안정성, 수술 과정의 재현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척추 고정술은 척추경 내부에 나사못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해부학적 위치를 정확하게 확보해야 하며, 삽입 각도의 작은 오차도 신경 손상이나 고정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골밀도 감소로 인해 나사못의 인발강도(Pull-out Strength)가 낮아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서지오젠 특허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골 앵커(Bone Anchor)와 삽입 유도 시스템이다. 청구항에서는 앵커와 삽입기구가 결합되는 구조, 삽입 경로를 유지하는 방식, 고정 메커니즘 등이 반복적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히 새로운 부품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수술 과정 자체를 표준화하려는 설계 개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기술실사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설계가 실제 성능 개선으로 이어졌는가. 이를 판단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 기존 척추경 나사못 대비 인발강도(Pull-out Strength) 비교시험, 반복 하중(Fatigue) 시험을 통한 장기 구조 안정성 데이터, 비틀림(Torque) 및 응력 분산(Stress Distribution) 시험 결과, 골다공증 모델에서의 고정력 유지 데이터, 동물실험 또는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현재 공개자료에서는 이러한 정량적 비교 데이터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구조적 개선 의도는 확인되지만, 성능 우위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가장 객관적이다.
즉, 이번 기술실사에서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기술적 문제 정의는 명확하다. 기존 척추 고정술의 삽입 정확성과 고정 안정성을 개선하려는 설계 의도가 특허에 일관되게 반영되어 있다. 둘째, 기술적 우위는 아직 입증 단계다. 특허는 공학적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문서일 뿐이며, 실제 산업적 경쟁력은 생체역학 시험, 임상 결과, 인허가 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번 분석은 기술의 우수성을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개 특허를 통해 확인되는 설계 의도와 현재 확인 가능한 검증 수준을 구분하는 것이 기술실사의 목적이며, 향후 공개되는 시험 데이터와 임상 결과가 이 기술의 산업적 가치를 결정할 핵심 근거가 될 것이다.
● 기술은 무엇과 경쟁하는가
- 글로벌 척추 고정기술과 비교하면 서지오젠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의료기기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등장했다고 해서 곧바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의료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 치료법보다 더 안전하고, 더 정확하며,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제시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기술실사의 핵심 역시 특허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기존 표준 치료기술과 비교해 어떤 개선 효과를 제공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데 있다.
현재 글로벌 척추 고정기기 시장은 메드트로닉(Medtronic), 스트라이커(Stryker), 글로버스 메디컬(Globus Medical), 짐머 바이오메트(Zimmer Biomet)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오랜 기간 축적한 임상 경험과 방대한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척추경 나사못(Pedicle Screw) 기반 고정 시스템을 표준 치료기술로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척추 고정술이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표준 치료기술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척추경 나사못은 삽입 위치와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신경 손상이나 고정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골다공증 환자에서는 골밀도 감소로 인해 고정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최근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삽입 정확도를 높이고 최소침습수술(MIS)에 적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이러한 임상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공개 특허를 분석한 결과, 서지오젠의 기술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존 척추경 나사못을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제시하기보다, 골 앵커와 삽입 유도 시스템을 통해 수술 과정의 재현성과 삽입 정확성을 높이려는 공학적 접근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존 치료기술을 부정하기보다 그 한계를 보완하려는 기술 개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기술실사의 중요한 질문이 다시 제기된다. 이러한 설계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 개선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은 특허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존 제품 대비 인발강도(Pull-out Strength)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반복 하중 시험에서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골다공증 환경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재현되는지, 임상시험에서 합병증 감소 효과가 확인됐는지가 기술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번 기술실사에서 확인한 공개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서지오젠은 기존 척추 고정술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계 방향과 기술적 접근은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상용 제품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생체역학 시험 결과나 장기 임상 데이터, 객관적인 성능 비교 자료는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기술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의 방향성’이며, ‘기술의 경쟁력’은 앞으로 축적될 생체역학 시험과 임상 데이터, 인허가 과정 등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의료기기 산업에서 기술은 특허가 아니라 데이터로 평가받고, 시장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선택한다.
● 공개자료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 기술실사의 핵심은 확인된 사실과 미확인 사실을 구분하는 일이다
기술을 평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대와 사실을 혼동하는 것이다. 의료기기 산업에서는 기술에 대한 기대가 아무리 크더라도 객관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반대로 모든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술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도 합리적인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기술실사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구분하는 작업이다.
이번 기술실사에서 공개 특허와 기업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사실은 비교적 명확하다. 서지오젠은 척추경 나사못의 고정 안정성과 삽입 정확성 향상을 목표로 골 앵커와 삽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허 역시 이러한 구조적 접근을 중심으로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기존 척추 고정술의 한계를 공학적으로 개선하려는 방향성도 공개자료를 통해 확인된다.
반면 공개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다. 기존 제품과 비교한 생체역학 시험 결과는 어느 수준인지, 반복 하중 시험에서 장기 안정성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골다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가 축적됐는지 등은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보는 기술의 산업적 경쟁력을 평가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기술실사의 역할이 달라진다. 기술실사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추정으로 채우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확인 가능한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기술실사의 원칙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업에 불리한 평가를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번 분석을 통해 확인된 것은 서지오젠 기술이 기존 척추 고정술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접근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이는지는 향후 생체역학 시험, 임상 결과, 인허가 자료를 통해 추가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평가는 ’기술의 방향성은 확인됐지만, 경쟁력은 계속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실사의 목적은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일이다. 기술이 어느 단계까지 검증됐고, 앞으로 어떤 데이터가 추가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할 때 투자자와 산업계는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 기술은 언제 산업이 되는가
- 기술실사가 내린 첫 번째 결론
기술은 연구실에서 탄생하지만 산업은 시장에서 완성된다. 그 사이에는 특허와 논문, 생체역학 시험, 임상시험, 인허가, 의료현장의 채택이라는 긴 검증 과정이 존재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기술은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를 담고 있어도 연구성과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술실사는 이러한 기준에서 경북대학교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사업화가 추진되고 있는 서지오젠의 골 앵커 기술을 분석했다. 공개 특허와 기술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기술은 기존 척추 고정술이 안고 있는 고정 안정성과 삽입 정밀성 문제를 개선하려는 공학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었다. 기술이 해결하려는 임상적 과제도 비교적 명확하게 설정돼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방향성과 산업적 경쟁력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생체역학 시험 결과와 임상 데이터, 장기 추적 결과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 기술 대비 성능 우위나 시장 경쟁력을 단정하는 것은 기술실사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분석에서 확인된 사실은 분명하다. 서지오젠은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을 제시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아직 확인이 필요한 부분 역시 명확하다. 실제 고정력 개선 정도, 반복 사용 환경에서의 안정성, 임상적 유효성, 의료현장의 적용 결과는 앞으로 추가적인 데이터와 검증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기술실사는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반대로 가능성을 성급하게 부정하기 위한 작업도 아니다.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구분하고, 현재 기술이 어디까지 검증됐는지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것, 그것이 기술실사의 본질이다.
이번 리포트는 하나의 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대학 기술사업화와 의료기기, 바이오, 첨단 제조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기술실사 저널리즘의 첫 번째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기술은 더 이상 특허 등록만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아니다. 연구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타당성, 임상적 근거, 시장의 검증이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소상공인포커스는 앞으로도 공개 자료와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술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갈 것이다. 좋은 기술은 기대가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되며, 산업은 검증을 통과한 기술만을 선택한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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