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Innovation Radar ②] 왜 어떤 TIPS 기업은 세계시장으로 성장하는가

소상공인 이슈&분석 / 서영현 기자 / 2026-07-20 10: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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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픽셀 사례로 본 기술사업화의 첫 번째 조건
▲ 기술은 기업의 출발점일 뿐, 성공의 종착점은 아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은 투자와 사업화, 인허가, 시장 검증이라는 연속된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산업이 된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메디픽셀의 성장 과정은 정부 지원이 성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원 이후에도 시장의 검증을 지속적으로 통과하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좋은 기술이 반드시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뛰어난 연구성과가 없어도 시장을 정확히 읽은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기도 한다. 기술사업화의 성공은 기술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구개발, 투자, 인허가, 시장 검증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기술은 산업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의료 인공지능 기업 메디픽셀이다. 메디픽셀은 2017년 심혈관 중재시술 분야를 목표로 설립됐으며, AI 기반 영상분석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초기 엔젤투자와 시드투자를 유치한 뒤 2019년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이후 시리즈 A 투자,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미국 FDA 관련 인허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단계적으로 이어가며 성장했다. 최근에는 Scale-up TIPS에도 선정되며 성장 단계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TIPS가 메디픽셀을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TIPS는 성장의 출발점이었다. 메디픽셀은 이후 제품 개발, 임상 근거 확보, 규제 대응, 후속 투자 유치, 해외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기업가치를 높였다. 즉, 정부 지원이 기업의 성공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지원 이후에도 끊임없이 시장의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대구·경북의 기술사업화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지역 대학에서 연구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거쳐 TIPS 추천을 받는다고 해서 기업의 성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투자자는 다음 단계의 기술 검증을 요구하고, 병원과 고객은 실제 성능을 확인하며, 시장은 제품이 지속적으로 선택되는지를 평가한다.


결국 기술사업화의 핵심은 'TIPS 선정'이 아니라 'TIPS 이후'에 있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술이 자본을 만나고, 자본이 다시 시장의 검증을 통과할 때 비로소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메디픽셀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TIPS 이후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 정부 지원은 시작일 뿐, 시장의 검증은 이제부터다
많은 스타트업은 TIPS 선정을 하나의 목표로 생각한다. 그러나 투자자의 시각은 다르다. TIPS는 ‘합격증’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민간 투자와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확보했다는 것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일 뿐, 기업의 성공은 이후 얼마나 시장의 검증을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의료 AI 기업 메디픽셀이다. 메디픽셀은 창업 이후 엔젤투자와 시드투자를 유치하고 2019년 TIPS에 선정됐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은 TIPS에서 끝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의료기기 인증, 미국 FDA 510(k) 허가, 시리즈 A와 시리즈 B 투자 유치, 해외 시장 진출, Scale-up TIPS 선정까지 단계적으로 성과를 축적하며 성장했다.


이 사례는 기술사업화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준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만들어지고, TIPS는 연구개발을 지원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규제기관과 고객, 그리고 시장이 다시 평가한다. 의료기기라면 인허가를 통과해야 하고, 병원이 실제 제품을 채택해야 하며, 후속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인정해야 한다.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성장 속도는 크게 둔화될 수 있다.


결국 TIPS 이후 기업들은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기술 검증이다. 연구실 수준의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둘째는 시장 검증이다.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기술과 좋은 제품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셋째는 자본의 검증이다. 초기 투자 이후에도 후속 투자자가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야 기업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결국 매출, 임상 성과, 해외 진출, 규제 대응 등 객관적인 사업 성과로 입증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포커스는 앞으로 TIPS 선정 자체를 성공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TIPS 이후 기업이 어떤 데이터를 축적했고, 어떤 시장을 확보했으며, 어떤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가를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메디픽셀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기술은 TIPS에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기업은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는다. 기술사업화의 성패는 지원사업 선정이 아니라, 그 이후 축적되는 검증의 과정에서 결정된다.

같은 TIPS 기업인데 왜 어떤 기업은 성장하고, 어떤 기업은 멈추는가
-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을 반복하는 능력’이다

기술사업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큰 오해는 좋은 기술이 곧 좋은 기업을 만든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실제 벤처투자 시장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같은 시기에 창업했고, 같은 TIPS 프로그램을 거쳤으며,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이후의 성장 속도는 크게 달라진다. 어떤 기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반면, 어떤 기업은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거나 사업화 과정에서 성장이 정체된다.


이 차이는 기술력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벤처캐피털은 이를 ‘스케일업 역량(Scale-up Capability)’의 차이로 본다. 초기 기술은 비슷할 수 있지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자금을 조달하며 조직을 성장시키는 능력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메디픽셀 사례는 이러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 TIPS 선정 이후에도 의료기기 인허가, 해외 규제 대응, 임상 데이터 축적, 후속 투자 유치,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여러 단계를 지속적으로 통과했다.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한 것은 단순한 AI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었다. 이러한 실행력이 있었기에 기업은 다음 단계의 투자와 시장 진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반대로 성장이 정체되는 기업들의 공통점도 있다. 기술은 우수하지만 제품 개발이 지연되거나, 인허가 일정이 늦어지고, 목표 시장이 불분명하거나,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경우다. 이러한 기업들은 기술 자체보다 사업화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투자자는 특허보다 실행 계획, 연구성과보다 시장 진입 전략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 점은 앞으로 지역 기술사업화를 바라보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에서도 대학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이 창업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사업화의 성패는 연구실이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TIPS는 출발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이후 기업이 스스로 성장의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소상공인포커스는 앞으로 기술기업을 분석할 때 단순히 ‘TIPS 선정기업’이라는 사실만 소개하지 않을 것이다. 선정 이후 기업이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지, 그리고 시장에서 실제 경쟁력을 확보했는지를 함께 추적할 것이다. 그것이 기술사업화의 진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다음 메디픽셀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다

메디픽셀 사례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특정 기업의 성공이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하나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실과 투자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학의 연구성과, 기술사업화 조직, 창조경제혁신센터, TIPS 운영사, 벤처캐피털, 후속 투자기관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기술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구·경북은 국내에서도 비교적 완성된 기술사업화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북대학교와 DGIST를 중심으로 연구성과가 축적되고,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기술 이전과 창업을 지원한다. 이어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액셀러레이팅을 수행하며, TIPS 운영사와 민간 투자기관이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다시 검토한다. 이후 정부 연구개발과 후속 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업은 본격적인 시장 검증 단계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러한 기반이 구축됐다고 해서 자동으로 성공 기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태계는 기업을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그 기회를 실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은 기업의 실행력과 시장의 선택이다. 따라서 지역 혁신을 평가할 때도 창업기업 수나 특허 건수보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후속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제 소상공인포커스도 같은 기준으로 기업을 분석하려 한다. 앞으로 주목할 기업은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아니다. 첫째, 기존 산업의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기술을 보유했는가. 둘째,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셋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TIPS, 민간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가. 넷째, 후속 투자와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업 전략을 갖추고 있는가.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술실사와 기업실사, 투자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결국 ‘다음 메디픽셀’은 연구실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안에서 성장한다. 기술은 출발점이고, 기업은 과정이며, 시장은 최종 평가자다. 지역 혁신의 경쟁력도 우수한 논문이나 특허의 숫자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배출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기술을 분석하는 시대를 넘어, 성장하는 기업을 추적하는 시대로
- 소상공인포커스가 시작하는 새로운 기술사업화 저널리즘

기술사업화는 더 이상 연구실 안에서만 논의되는 주제가 아니다.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은 창업으로 이어지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TIPS를 거쳐 투자자와 만나며, 시장에서 다시 경쟁력을 평가받는다. 이제 기술은 연구성과가 아니라 국가 산업과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성장 자산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보도는 대부분 결과에 집중해 왔다. “TIPS 선정”, “투자 유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코스닥 상장 추진”과 같은 소식은 많이 전해졌지만, 그 기업이 왜 선택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실제 경쟁력은 무엇인지를 장기적으로 추적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상공인포커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기업의 보도자료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개된 특허와 논문, 정부 지원사업, 투자 이력, 기업 공시, 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을 검증하고 기업을 분석하며, 자본이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택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것이다. 기술이 시장에서 어떻게 검증되고, 기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는지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살펴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앞으로 Innovation Radar는 단순한 기획기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충북 오송 바이오클러스터, 판교 AI·반도체, 대전 연구개발특구, 광주 AI 산업 등 지역별 혁신 생태계를 차례로 분석할 계획이다. 각 지역에서 성장하는 기업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고, 기술과 자본, 시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추적해 나갈 것이다.


또한 선정된 기업은 기술실사(Technology Due Diligence), 기업실사(Business Due Diligence), 투자실사(Investment Due Diligence)를 통해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기술의 원리와 차별성, 사업모델과 시장성, 투자 유치와 성장 전략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분석함으로써, 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Innovation Radar는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시작되지만, 기업은 시장에서 성장하고, 산업은 그 성장의 결과로 완성된다. 소상공인포커스는 그 과정을 단편적인 뉴스가 아니라 데이터와 공개자료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검증하는 전문 저널리즘을 구축하고자 한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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