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Innovation Radar ①]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술은 누가 기업으로 만드는가

소상공인 이슈&분석 / 서영현 기자 / 2026-07-17 10: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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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TIPS가 만드는 기술사업화 생태계
▲ 기술사업화는 좋은 기술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술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화 지원, 민간 투자자의 검증, TIPS와 후속 투자라는 연속된 관문을 거치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한다. 결국 기술의 성공은 연구개발의 완성도가 아니라 시장의 검증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사진=창조혁신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좋은 기술이 반드시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연구실에서는 매년 수많은 특허와 논문이 탄생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술이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이후에도 사업화, 투자, 시장 검증이라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 기술은 연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대구·경북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학은 기술을 개발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과 보육을 지원하며, TIPS 운영사와 벤처캐피털은 투자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후 정부 R&D와 후속 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업은 시장으로 나아간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시작되지만, 기업은 혼자 성장하지 않는다. 기술을 산업으로 연결하는 생태계가 존재할 때 비로소 기업은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무엇을 보고 기업을 선택하는가
좋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단순한 창업지원기관으로 이해하면 기술사업화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업 공간을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술이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검토하는 ‘초기 선별자(First Screener)’에 가깝다.


대학 연구실에서는 매년 수많은 특허와 연구성과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관심을 갖는 것은 특허의 숫자가 아니다. 연구성과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시장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인지, 그리고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실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TIPS 연계 과정에서도 기술성만으로 기업이 선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기술은 기본 조건일 뿐이며, 사업모델의 완성도, 시장 규모, 대표자의 실행 역량, 지식재산권 확보 수준, 후속 투자 가능성 등이 함께 검토된다. 결국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좋은 기술’을 찾는 기관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기관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러한 관점은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과도 일치한다. 벤처캐피털은 기술을 평가할 때도 시장성과 사업화 전략을 함께 본다.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고객이 없거나 사업모델이 불명확하면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대로 기술적 완성도가 다소 낮더라도 시장의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고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은 창업기업을 단순히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시장의 언어로 설명될 수 있도록 돕고, 투자자와 연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핵심이다.

TIPS는 무엇을 검증하는가
정부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먼저 선택한 기업을 다시 검증한다. 기술기업을 분석할 때 흔히 “TIPS에 선정됐다”는 결과만 주목한다. 그러나 TIPS의 본질은 정부가 유망기업을 직접 발굴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데 있다. 먼저 민간 투자기관이 기업의 가능성을 판단하고 투자한 뒤, 정부가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연계 지원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TIPS는 정부의 첫 번째 평가가 아니라 민간 투자자의 1차 검증을 거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차 검증 시스템이다.


이 점은 기술사업화 생태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받고, 이후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가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만이 TIPS 추천 대상이 된다. 결국 TIPS 선정은 단순한 정부 지원사업이 아니라, 기술과 사업성이 일정 수준의 시장 평가를 통과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성공을 보장하는 의미는 아니며, 이후 시장과 투자자의 지속적인 검증을 계속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민간 투자기관은 무엇을 볼까. 기술의 독창성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 규모는 충분한지, 대표와 연구진이 기술을 사업으로 발전시킬 역량을 갖췄는지, 지식재산권은 보호되고 있는지, 경쟁 기술과 비교해 차별성이 있는지, 후속 투자와 해외 진출 가능성은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결국 TIPS는 기술만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 가능성 전체를 검증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때문에 TIPS 선정 여부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선정 이후에도 연구개발 성과, 시제품 완성도, 인허가, 고객 확보, 후속 투자 유치 등 여러 단계의 검증이 이어진다. 실제로 모든 TIPS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TIPS를 거치지 않고 성장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이 지속적으로 시장의 검증을 통과하는가이다.

벤처캐피털은 왜 같은 기술을 다르게 평가하는가
투자자는 기술이 아니라 ‘성장의 경로’를 본다. 좋은 기술이라고 해서 모두 투자를 받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기술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도 있다. 이 차이는 벤처캐피털(VC)이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평가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투자자는 기술이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본다. 따라서 VC의 질문은 “기술이 우수한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이 기술을 구매할 것인가”, “언제 매출이 발생하는가”,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성장 구조를 갖추었는가”와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동일한 기술도 투자자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투자자는 기술의 독창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다른 투자자는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어떤 투자자는 대표자의 실행력을 높게 보지만, 다른 투자자는 인허가나 생산 역량의 부족을 더 큰 위험으로 볼 수도 있다. 기술은 같지만, 성장 시나리오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결과도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의료기기와 바이오 분야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크다. 기술은 우수하지만 임상시험과 인허가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상용화까지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 따라서 VC는 기술 자체보다 검증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임상과 인허가를 통과할 역량이 있는지, 후속 투자 유치가 가능한지를 함께 분석한다. 기술의 우수성보다 사업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실행력이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되는 이유다.


결국 VC가 투자하는 것은 특허 한 장이 아니다. 연구성과도 아니다. 기술이 제품이 되고,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며,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는 현재의 기술보다 앞으로 3년, 5년 뒤 기업이 어떤 위치에 있을지를 먼저 본다.


이러한 이유로 소상공인포커스는 앞으로 투자실사를 단순한 투자 유치 기사로 접근하지 않는다.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보다 왜 투자자가 그 기업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이후 실제 성장으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할 것이다. 이것이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이해하는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자본이 주목하는 기술기업은 어디인가
생태계를 보면 다음 기업이 보인다.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분석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안에서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기 위해서다. 연구실과 창조경제혁신센터, TIPS, 벤처캐피털은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기업에는 일정한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는 명확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의료기기와 제조공정, 인공지능, 로봇 등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받는다. 기술은 독창성보다 문제 해결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둘째는 사업화 경로가 분명한 기업이다. 연구성과를 제품으로 연결할 계획이 있고, 인허가와 양산, 시장 진입 전략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기업일수록 투자자의 평가가 높다. 기술은 연구실에서 완성되지만 기업은 시장에서 성장한다. 이 연결 과정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설계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셋째는 후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다. 초기 투자만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TIPS 이후 후속 투자, 전략적 투자자(SI), 벤처캐피털, 정책금융 등 다양한 자금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투자자는 현재보다 다음 단계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함께 본다.


넷째는 산학협력 생태계와 연결된 기업이다. 대구·경북은 경북대학교, DGIST를 비롯한 대학 연구성과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VC가 비교적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환경은 기술의 고도화와 전문 인력 확보, 후속 연구개발 측면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단일 기업보다 생태계 안에서 성장하는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기준을 종합하면 앞으로 소상공인포커스가 주목할 기업은 단순히 매출이 높은 기업이나 유명 기업이 아니다. 기술의 차별성, 사업화 가능성, 투자 연결성, 생태계 연계성을 함께 갖춘 기업이다. 이것이 Innovation Radar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다.


소상공인포커스는 앞으로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학 기술지주회사, TIPS 운영사,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후보 기업을 지속적으로 추적할 예정이다. 그리고 동일한 기준으로 기술실사, 기업실사, 투자실사를 수행해 공개자료와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업의 현재 위치와 성장 가능성을 분석할 것이다.


이번 Innovation Radar는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 위한 기사가 아니다. 기술이 연구실에서 시작돼 자본을 만나고, 시장에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새로운 분석의 출발점이다. 다음 호부터는 Innovation Radar를 통해 선정된 대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실사와 기업실사, 투자실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기술사업화 생태계가 실제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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