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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산업의 무게중심이 생명을 관찰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영역에서 생명체의 기능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합성생물학이 의약품을 넘어 식품·화학·농업·에너지·환경 등 제조업 전반의 생산방식을 바꿀 차세대 산업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사진=챗GPT) |
인류는 오랫동안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미경의 발명으로 세포를 발견했고, DNA 구조를 규명하면서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후 유전자 분석기술과 유전자 편집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맞춤형 치료와 정밀의학이라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산업은 또 한 번의 거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생명을 단순히 관찰하거나 치료하는 단계를 넘어 원하는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려는 시대에 들어섰다.
● 바이오는 치료를 넘어 제조업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라고 한다.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과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데이터 분석을 융합해 세포를 하나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공장’으로 만드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화학, 식품, 농업, 에너지, 환경 산업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바이오산업은 자연에서 발견한 미생물이나 단백질을 활용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반면 합성생물학은 생명체를 하나의 설계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원하는 유전자 회로를 설계하고 이를 세포에 삽입해 특정 물질만 선택적으로 생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반도체 설계도가 전자회로를 만들듯, 합성생물학은 DNA를 설계해 생명체의 기능을 새롭게 정의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석유화학 공정으로 생산하던 화학소재를 미생물이 생산할 수 있고, 희귀 의약품이나 백신, 단백질, 친환경 플라스틱, 바이오연료까지 생명공장에서 생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기술까지 발전하면서 합성생물학은 AI 시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미국은 Ginkgo Bioworks, Twist Bioscience, Amyris 등을 중심으로 생명공학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AI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약개발과 바이오 제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은 정밀의학과 바이오파운드리(Bio Foundry)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유전자 설계와 자동화 실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연구개발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있으며, 바이오산업은 연구 중심에서 제조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앞으로는 생명과학자뿐 아니라 AI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 반도체 엔지니어가 함께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합성생물학의 산업적 활용 범위는 의료를 넘어 거의 모든 제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약 분야에서는 맞춤형 항암제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식품산업에서는 배양육과 대체단백질 생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화학산업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과 바이오 화학소재 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며, 농업에서는 병충해에 강한 작물과 탄소를 흡수하는 미생물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 시대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연료와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기술까지 연구되면서 합성생물학은 환경문제 해결의 핵심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실사의 관점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생명체를 설계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는 생물안전성과 윤리 문제, 규제 체계, 특허권 분쟁, 환경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실험실에서 성공한 기술이 대량생산 단계에서도 동일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합성생물학 기업을 평가할 때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공정, 원가 경쟁력, 지식재산권(IP), 규제 대응 능력까지 함께 분석해야 한다.
대한민국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과 정밀화학 기술, 정보통신기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AI와 바이오를 융합한 연구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파운드리 구축과 자동화 실험 시스템,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적극 육성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중소 바이오기업이 대기업과 연구기관, 병원, AI 기업과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 기술실사의 종합적인 판단은 명확하다
합성생물학은 단순한 생명과학 기술이 아니라 ’생명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새로운 제조혁명’이다. 반도체가 정보산업을 바꾸고 AI가 지식산업을 바꾸었다면, 합성생물학은 의약품과 식품, 화학, 에너지 산업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향후 경쟁의 핵심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산업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미래 바이오산업의 승자는 가장 많은 특허를 가진 기업이 아니라, AI와 자동화, 데이터, 제조기술을 결합해 생명을 산업적 가치로 전환하는 기업과 국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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