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62.4점, 쿠팡이츠 58.7점, 요기요 55.1점… 100점 만점 중 '미흡'
수수료 투명성·소상공인 소통·분쟁해결 절차 등 5개 영역 평가
플랫폼 업계 "일방적 평가 기준" 반발 vs 소상공인 "당연한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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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 플랫폼 상생지수를 발표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자회견. |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택시·숙박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상생지수'를 사상 처음으로 공개했다. 5월 6일 발표된 '2025년 플랫폼 상생지수 평가 결과'에서 배달 분야는 배달의민족 62.4점, 쿠팡이츠 58.7점, 요기요 55.1점(100점 만점)으로, 3사 모두 '미흡' 등급에 해당했다.
상생지수는 수수료 투명성(25점), 소상공인 소통·참여(20점), 분쟁해결 절차(20점), 계약 공정성(20점), 상생 프로그램 운영(15점)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공정위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과 이용사업자 간 거래 관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매년 정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5개 영역 평가… 수수료 투명성이 가장 낮아
5개 영역 중 가장 점수가 낮은 분야는 '수수료 투명성'이었다. 3사 평균 11.2점(25점 만점)으로, 수수료 구조의 복잡성, 항목별 세부 내역 미공개, 수수료 변경 시 사전 고지 미흡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상공인 소통·참여'는 평균 12.8점(20점 만점)으로, 소상공인 의견수렴 채널 운영, 수수료 정책 변경 시 사전 협의 여부 등이 평가됐다. '분쟁해결 절차'는 평균 11.4점(20점 만점)으로, 리뷰 조작·부당 평점·배달 사고 시 분쟁 해결의 공정성과 신속성이 기준이었다.
'계약 공정성'은 평균 13.7점(20점 만점)으로,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 일방적 계약 변경 조항 유무, 입점 제한·퇴점 기준의 투명성 등이 평가됐다. '상생 프로그램 운영'은 평균 9.6점(15점 만점)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생지수는 강제력이 있는 제재 수단은 아니지만, 공개적 평가를 통해 플랫폼의 자율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소상공인 반응… "수치로 확인되니 답답함이 해소"
소상공인들은 상생지수 공개를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대한소상공인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그동안 막연히 느꼈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객관적 수치로 확인됐다"며 "상생지수가 실질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배달앱을 이용하는 전 모 씨(49)는 "수수료를 왜 이렇게 많이 떼가는지 궁금해도 알 길이 없었다. 투명성 점수가 11점밖에 안 된다는 게 납득이 간다"고 말했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평가 기준이 플랫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잣대"라며 "플랫폼이 배달 인프라 구축과 소비자 편의에 투자한 기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소상공인 상생을 위해 수수료 인하, 광고비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나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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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배달 주문을 준비하며 플랫폼 수수료 내역을 확인하는 음식점 사장 모습. (사진 = 챗GPT) |
◇ 해외 사례… EU·일본은 플랫폼 수수료 규제 강화 중
해외에서도 배달 플랫폼 수수료 규제는 뜨거운 이슈다. EU(유럽연합)는 2024년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대형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 투명 공개를 의무화했고, 수수료 인상 시 30일 전 사전 통지를 법으로 규정했다. 독일 베를린은 2024년 한시적으로 배달앱 수수료 상한을 15%로 제한하는 조례를 시행했다.
일본도 2025년부터 '투명화법'을 시행해, 배달 플랫폼이 매년 수수료 구조와 변경 내역을 경제산업성에 보고하고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뉴욕시는 2021년부터 배달앱 수수료 상한을 15%로 제한하는 법을 시행 중이며, 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국도 EU·미국 수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상생지수 공개가 그 첫걸음이지만,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 "상생지수, 시작은 됐지만 갈 길은 멀다"
전문가들은 상생지수 공개를 긍정적 첫걸음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제기한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정 모 교수는 "상생지수는 '이름을 붙여 부끄럽게 만드는(naming and shaming)' 방식의 연성 규제"라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구조적 변화를 이끌려면 법적 근거를 갖춘 경성 규제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 수수료 산정 기준 공시 의무화, 소상공인 대표의 수수료 협의 참여권 보장 등 입법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상생지수라는 새로운 잣대가 등장했다. 이 수치가 단순한 숫자에 그칠 것인지,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 거래 관행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는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배달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을 만드는 것은 플랫폼, 소상공인, 정부 모두의 책임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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