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분쟁 역대 최다… 권리금 회수 못 하고 쫓겨나는 소상공인들

소상공인24 / 김영란 기자 / 2026-04-10 15: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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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상가 임대차 분쟁 역대 최다 기록… 2020년 대비 3배 증가
▶ 권리금 미회수로 인한 소상공인 손실액 연간 수조 원대 돌파
▶ 월세 인상 요구의 ‘상한제’ 법안도 국회에서 표류 중
▶ “30년 권리금, 하루아침에 날린다”… 울분을 못 참는 사업주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상가 임대차 분쟁으로 법정에 가게 되는 소상공인. (사진 = 제미나이)

 

 

◇ “역대 최다” 임대차 분쟁… 월세 인상 요구의 폭증이 원인
2026년 1분기, 대한민국의 법원에는 상가 임대차 분쟁 사건이 폭증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가 임대차 관련 소송은 약 3,4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00건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최고 수준이다.


분쟁의 원인은 명확하다. 건물주들의 월세 인상 요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부활하면서, 건물주들은 보유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 맞춰 월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 세입자들과의 마찰이 발생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상가 임대차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월세 인상 요구율은 평균 25% 수준이다. 10년 전의 평균 8~10% 인상 요구율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폭증했다. 일부 건물주는 30~50%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의 작은 식당을 운영 중인 최 모 씨(53)는 지난해 월세 인상 문제로 건물주와 분쟁 중이다. “매달 월세 800만 원을 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1,2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한다”며 “5년을 더 있으라고 했지만, 건물주는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면 권리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권리금 회수 불가능”… 소상공인의 30년 자산이 하루아침에 증발
더 심각한 문제는 권리금이다. 한국의 상가 임대차 관행에서 권리금(보증금이 아닌 ‘관례의 금액’)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수십 년 장사한 점포의 권리금은 때로 수억 원대에 이른다. 이는 사업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은퇴 후의 생활자금 원천이 된다.


하지만 지금 많은 소상공인들은 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건물주가 인상 요구를 하면서 동시에 “나가면 권리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권리금 보호 법안(상가임차인보호법)이 있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미미하다.


인천의 노래방 사장 정 모 씨(62)는 지난 30년간의 권리금 약 3억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월세 인상 요구를 거부했더니, 건물주가 직접 ’you out’을 선언했다”며 “권리금을 달라고 해도 계약서에 권리금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30년간 벌어모은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울먹였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권리금 미회수로 인한 소상공인의 평균 손실액은 약 1억 2,000만 원대다. 보통 1~5개 년도 월세 규모다. 전국적으로는 이런 사례가 연간 수만 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연 손실액은 약 5조 원대에 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건설 중인 새로운 상권과 폐업한 상가. (사진 = 제미나이)


 

◇ 법적 보호는 “그림의 떡”… 실효성 있는 대책 전무
상가임차인보호법은 2020년 제정되었고,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월세 인상 상한을 제한하고(연 5% 이내), 권리금 보호, 갱신 청구권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법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첫째, 법의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면적 330제곱미터(약 100평) 이상이거나, 보증금이 3억 원을 넘으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조건 때문에 전국 상가의 약 30% 이상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둘째, 분쟁 발생 후 해결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 법원 소송까지 가면 보통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사업은 중단되고, 소상공인의 경제적 손실은 급증한다. “법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부산의 카페 사장 김 모 씨(51)는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달라고 했을 때, 법을 들먹였더니 오히려 무섭다고 느껴졌다”며 “소수의 권력 있는 건물주 앞에서 개인 사업자는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 “국회의 월세 인상 상한제 법안, 언제쯤 통과될까?”… 답답한 입법 과정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는 여러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가장 주목할 법안은 ’월세 인상 상한제’다. 이 법안은 월세 인상률을 3년간 연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보수진은 “건물주의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진보진은 “소상공인 보호”를 주장하면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길 기다리다가 우리는 다 폐업할 것 같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대구의 화장품 매장 사장 박 모 씨(49)는 “3년, 5년 뒤의 법을 기다리면서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 “시스템 개선” 전까지 개인 사업자들의 비극은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상가 임대차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학교 부동산학과 이 모 교수는 “현재는 건물주와 세입자의 협상력 차이가 너무 크다”며 “권리금 등기제, 강제 중재 제도 같은 구체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월세 인상 상한제 같은 입법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가 임차인들의 조직화”라고 지적했다. “개인 사업자들이 힘을 합쳐서 건물주와 교섭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법 개정이 될 때까지 개인 사업자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약 3,000건 이상의 분쟁 사건들이 모두 해결되려면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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