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바뀐 '데자뷔' 정책… 왜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가
![]() |
| ▲ 실패한 정책이 이름만 바꾼 채 '무한 반복'되는 이유는 담당자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단기 지표에 매몰된 평가 체계와 기득권화된 집행 생태계가 결합한 구조적 결과이다. 정책의 경쟁력은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기획의 힘'이 아니라, 효과 없는 사업을 과감히 멈추고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는 '중단의 용기'와 '수정의 유연함'에서 결정된다.(이미지=중소기업정책자금종합센터) |
산업 정책이 현실의 변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수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정책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비슷한 정책이 다시 등장하고 이름만 바뀐 사업이 다시 만들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 현상은 단순한 행정 실수나 정책 설계의 미숙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제도와 이해관계가 결합된 정치경제적 구조가 존재한다.
정책이 실패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정책의 목적은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있지만 정책 평가의 기준은 대부분 단기적인 지표에 맞춰져 있다. 예산이 얼마나 집행되었는지, 참여 기업 수가 얼마나 되는지, 보고된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 같은 수치가 정책의 결과를 설명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이러한 지표는 행정 관리에는 유용하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 정책을 먹고 사는 생태계… ‘중단’이 불가능해진 지원 사업
이 구조에서는 정책이 실제로 산업 경쟁력을 높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정책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책의 실패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은 집행되었고 기업은 참여했으며 일정한 성과 지표가 보고되었기 때문에 정책은 형식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산업의 위치가 바뀌지 않는다면 정책의 본래 목적은 달성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 구조에 있다. 정책은 단순한 경제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연결된 제도다. 정책이 만들어지면 그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생기고 관련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과 단체가 형성된다. 이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생태계를 만든다. 정책이 종료되거나 구조가 바뀌면 이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정책을 완전히 수정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은 쉽지 않다. 정책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제도를 유지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 정책은 점진적으로 조정될 수는 있지만 구조 자체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환경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산업 정책은 장기적인 결과를 목표로 하지만 정치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단위로 움직인다. 정책의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경우라도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하는 압력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보다 단기 성과를 보여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쉽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정책의 수정이 쉽지 않다. 정책의 문제를 인정하는 순간 기존 제도의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실패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하지만 그 과정은 정치적 부담을 동반한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완전히 수정되기보다는 조금씩 조정되며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대만의 정책 수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작동하는 이유는 정책 평가가 정치적 경쟁의 도구로만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행 기관은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 정책 설계 기관과 함께 수정 방향을 논의한다.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단순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산업 전략의 문제로 이해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정책이 반복되는 현상은 단순히 정책 담당자의 능력 문제로 설명할 수 없다. 제도와 정치 구조, 이해관계가 결합된 결과다. 정책이 실패했음에도 반복되는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책 역시 같은 결과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 정책의 경쟁력은 정책을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정책을 중단할 수 있는 능력에서도 나타난다. 효과가 없는 정책을 정리하고 새로운 설계를 시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정책은 한번 만들어지면 유지되어야 하는 제도가 아니라 산업 환경에 맞게 계속 수정되어야 하는 설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 정책의 중요한 질문은 하나로 돌아온다. 정책은 실패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수정될 수 있는가. 정책을 반복하는 구조와 정책을 수정하는 구조 사이에서 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달라진다.
● 핵심 시사점 정책 실패의 반복은 제도의 문제에서 발생하고 산업 경쟁력은 정책 수정 능력과 연결되기 때문에 정책은 유지되는 제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설계되는 산업 도구라 할 수 있다. |
소상공인포커스 / 김경훈 대기자 kkh4290@daum.net
[ⓒ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