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당 교체 비용 300~500만 원… 영세 소상공인 "또 다른 비용 폭탄"
정부,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단계 적용 검토… 영세 사업장 예외 인정 여부 핵심 쟁점
전문가 "기술 접근성 향상은 필수, 비용 지원 방안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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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소비자를 돕고 있는 매장 직원. (사진 = 챗GPT) |
장애인·고령자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보장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 의무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월 "공공 및 민간 사업장에 설치된 무인 주문기(키오스크)에 대해 장애인·고령자 접근성 기준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이후, 장애인 단체와 소상공인 단체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키오스크가 대면 주문을 완전히 대체하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시각·청각·지체 장애인은 물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까지 사실상 이용을 배제당하고 있다"며 "키오스크 배리어프리 의무화는 인권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약 50만 대로 추정되며,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다. 그중 배리어프리 기준(화면 높이 조절, 음성 안내, 촉각 버튼, 확대 화면 등)을 충족하는 기기는 5%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의 교체 비용이 1대당 300~500만 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 영세 소상공인 "인건비 줄이려 키오스크 도입했는데, 또 비용 폭탄"
소상공인연합회는 즉각 반발했다. 추문갑 회장은 "소상공인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어렵게 키오스크를 도입했는데, 이제 그것마저 고가 장비로 교체하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운영 중인 소상공인의 78.2%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시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46)는 "2년 전 키오스크를 250만 원에 도입해 직원 1명을 줄였다. 이제 배리어프리 기준으로 바꾸려면 500만 원이 더 든다는데, 차라리 키오스크를 철거하고 다시 사람을 쓰는 게 나을 판"이라고 한탄했다.
전국 590만 소상공인 사업장 중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곳은 약 15만 곳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약 8만 곳, 개인 영업 소상공인 매장이 약 7만 곳이다. 영세 소상공인에게 대기업과 동일한 배리어프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 정부, '단계적 의무화' 검토…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적용 유력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단계(2025~2026년)는 연매출 100억 원 이상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영·가맹점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2단계(2027~2028년)는 연매출 10억 원 이상 중형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안이 유력하다.
영세 소상공인(연매출 10억 원 미만)에 대해서는 '권고' 수준에 머물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시 정부가 비용의 50~80%를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를 병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술 접근성 향상은 사회적 책임이지만, 영세 사업자에게 일률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비용 지원과 유예 기간을 통해 연착륙시키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는 이에 대해 "단계적 적용은 수용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3~5년의 유예 기간은 인정하되, 그 기간 동안 대면 주문 창구를 반드시 병행 운영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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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배리어프리 기능을 갖춘 차세대 키오스크의 모습. (사진 = 챗GPT) |
◇ 기술로 해결할 수 없을까… 저비용 배리어프리 솔루션 등장
한편, 기존 키오스크에 배리어프리 기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추가하는 저비용 솔루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모두의키오스크'는 기존 키오스크에 음성 안내·화면 확대·고대비 모드를 소프트웨어로 추가하는 서비스를 월 5만 원에 제공하고 있다. 하드웨어 교체 없이도 기본적인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어 소상공인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스타트업 대표는 "키오스크 화면의 글자 크기를 키우고, 음성으로 메뉴를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고령자·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가 크게 향상된다"며 "하드웨어 전면 교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80%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러한 소프트웨어 기반 접근성 개선 솔루션에 주목하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의 지원 항목에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 소프트웨어'를 추가해, 소상공인이 저비용으로 배리어프리 기능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접근성과 생존, 양립할 수 있는 해법 찾아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논란은 '장애인·고령자의 접근권'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사이의 갈등이지만, 결국 양쪽 모두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이분법적 접근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비용을 영세 소상공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약자에게 약자의 권리를 지키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이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해법으로는 △대형 프랜차이즈부터 단계적 의무화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비용의 80%) △소프트웨어 기반 저비용 접근성 개선 솔루션 보급 △의무화 전까지 대면 주문 창구 병행 운영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50만 대의 키오스크가 한국의 일상에 깊이 들어온 지금,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기술'을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소상공인의 생존과 장애인의 접근권,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지킬 수 있는 '한국형 배리어프리 모델'의 설계가 시급하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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