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예방의학은 어떻게 산업이 되는가

소상공인 이슈&분석 / 노금종 기자 / 2025-10-07 15: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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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서 과학으로, 해외 사례로 본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기준과 구조
미국·유럽, FDA와 EFSA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구축한 허위·과장 광고 없는 시장의 신뢰
▲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전통적 생활 지혜와 유통 중심의 신뢰 구조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으나, 예방의학을 체계적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학적 검증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엄격한 임상 데이터와 기능성 표시 제도를 통해 건기식을 '검증된 산업'으로 편입시킨 사례를 거울삼아, 설명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의 산업 구조로 재편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사진=cphikorea)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산업이 아니다. 이 시장은 예방의학이 어떤 기준 위에서 체계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산업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구조에 가깝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신뢰와 유통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소비자의 선택 역시 데이터보다 설명과 노출에 의해 영향을 받는 특징을 보인다. 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질문이 필요하다. 예방의학은 어떻게 산업이 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한국은 오랜 시간 건강과 식생활을 연결해 온 전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식이 산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다른 경로를 걸어왔다.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전통 의학은 생활 속 경험과 축적된 지혜로서 의미를 유지해 왔지만, 이를 현대 과학의 기준으로 재정리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은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

 

◆ 체감이나 경험 배제하고 오직 임상 데이터로만 기능성 인정하는 철저한 검증 원칙 시급

그 결과 건강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생활 경험과 민간적 접근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으며, 예방의학이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과학적 기반은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는 전통의 부재가 아니라, 전통을 과학으로 전환하는 연결 구조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건강 관리 방식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나타난다. 질병이 발생한 이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매우 높은 반면,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에서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건강을 유지하려는 행동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 국가 건강검진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진 이후 결과를 기반으로 생활을 개선하거나 예방 관리로 이어지는 비율이 충분히 높지 않다는 점은 이러한 구조를 보여준다.


결국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행동 구조에 있다. 예방의학은 제도적으로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그것이 일상적인 선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건강은 여전히 질병 이후의 치료 중심으로 관리되는 경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와 달리 미국과 유럽은 예방의학을 생활 지식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의 대상으로 다루며 산업 안으로 편입시켜 왔다. 미국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은 식이보충제(Dietary Supplement)라는 개념 아래 관리되며, 기능성 표현은 일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제품이 주장하는 효능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하며, 허위·과장 표현에 대해서는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


유럽 역시 유사한 방향을 취하고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엄격하게 관리하며, 특정 성분의 효과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임상 데이터와 과학적 검증이 요구된다. 체감이나 경험 중심의 표현은 기능성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데이터가 없는 주장은 시장에서 유지되기 힘든 구조를 만든다.


일본은 또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를 통해 일정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제품에 대해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그 근거에 대한 책임을 기업이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규제와 자율을 결합한 방식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모델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예방의학을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핵심 기준이 신뢰가 아니라 검증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누가 설명하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보다, 어떤 근거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이 기준이 유지될수록 산업은 기술 중심으로 축적된다.


반면 한국 시장은 다른 방향에서 형성되어 왔다. 기능성 기준은 존재하지만 실제 소비 과정에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며, 신뢰는 데이터보다 전달 방식과 노출을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시장은 검증 중심이 아니라 설명 중심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차이는 단순한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해외에서는 예방의학을 과학적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제도와 데이터로 연결해 왔다면, 한국에서는 건강에 대한 인식이 생활 경험과 신뢰 구조 위에서 형성되면서 산업 역시 그 흐름을 따라 발전해 온 것이다.


결국 예방의학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건강에 대한 개념이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하며, 제품의 가치는 설명이 아니라 검증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신뢰와 유통을 중심으로 확장된 구조가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검증과 데이터 중심의 구조로 재편될 것인지에 따라 산업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화는 시장의 흐름에 맡겨질 문제가 아니다. 유통 구조와 규제 체계, 그리고 시장 참여자의 선택이 동시에 작용할 때 비로소 산업의 방향이 결정된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시장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다음 질문이 남는다. 왜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지금과 같은 구조를 가지게 되었는가.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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