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 기술이전은 왜 성과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는가

소상공인 이슈&분석 / 노금종 기자 / 2025-09-18 14: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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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기업이 스스로 완성할 수 없는 구조
임상 3상의 거대한 비용 장벽, 단일 기업이 감량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 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자본과 리스크의 부담이 임계치를 넘어서기 때문에, 기술이전(L/O)은 단순한 성과 과시를 넘어 연구를 지속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구조적 생존 통로'로 작동한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입니다.(사진=pexels)

 

 

바이오 산업에서 기술이전은 흔히 연구 성과가 외부에서 인정받는 순간으로 해석되지만 실제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 의미는 훨씬 다르게 나타난다. 기술이전은 선택적인 성장 전략이 아니라 연구개발 기업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구조적 연결 지점에 가깝다. 특히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 하나의 기술을 끝까지 자체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가능하며 대부분은 특정 단계에서 외부 기업과의 연결을 통해 다음 단계로 이동하게 된다.


초기 연구 단계에서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기본적인 효능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임상 단계로 진입하는 순간 필요한 자원의 규모는 급격히 확대된다. 임상 2상과 3상으로 갈수록 환자군이 확대되고 시험 기간이 길어지며 관리 비용과 데이터 분석 비용이 동시에 증가한다. 여기에 글로벌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추가 비용까지 포함되면 단일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이 지점에서 기술이전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라 구조적 필요로 등장한다.

 

◆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를 지탱하는 분업의 법칙


국내에서 기술이전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면 구조는 더욱 명확해진다. 한 바이오 기업은 임상 초기 단계에서 특정 적응증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한 이후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선급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조건이 함께 설정되었다. 초기 데이터는 제한적이었지만 향후 임상 확대 가능성이 인정되면서 외부 기업이 참여하게 된 사례다. 이 기업은 자체적으로 임상 후반 단계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기술이전을 통해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기술이전이 없었다면 해당 프로젝트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기술이전이 지연되면서 연구가 멈추는 사례도 존재한다. 임상 1상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추가 임상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다. 이 경우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요구하는 데이터 수준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사이의 간극이 원인이 된다. 일정 단계까지는 연구가 진행되지만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기술이전의 부재는 실패라기보다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이 구조가 보다 체계적으로 반복된다. 초기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바이오 벤처 기업과 후기 임상 및 상업화를 담당하는 대형 제약사가 분리되어 있으며 두 영역은 기술이전을 통해 연결된다. 특정 후보 물질이 임상 중간 단계에 도달하면 대형 제약사가 이를 인수하거나 공동 개발 형태로 참여하면서 이후 임상과 글로벌 시장 진입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 조건은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개발 단계별 성공 여부에 따라 지급되는 마일스톤 구조로 설계된다. 임상이 계획대로 진행될수록 추가 자금이 유입되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약이 중단되는 구조다. 기술이전 자체가 하나의 거래가 아니라 단계별 검증 과정으로 작동한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초기에는 소규모 바이오 기업에서 개발이 시작된 후보 물질이 임상 중간 단계에서 대형 제약사로 이전되면서 이후 개발과 상업화가 진행된 경우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초기 기업은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출발하지만 후기 단계에서는 전혀 다른 자원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이 간극을 연결하는 것이 기술이전이다. 성공으로 기록되는 결과는 단일 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구조적 분업의 결과로 나타난다.


일본의 경우에는 기술이전이 보다 보수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부 기업은 임상 초기 단계에서 외부 협력을 서두르기보다 내부에서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한 이후 협력 구조를 선택한다. 이로 인해 기술이전 시점은 상대적으로 늦어지지만 외부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낮아진 상태에서 참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계약 이후 단계에서 중단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동일한 기술이전이라도 준비 과정과 시점에 따라 결과 구조는 달라진다.


이러한 구조를 단계별로 보면 기술이전은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임상 초기 단계에서는 기술의 가능성이 중심이 되며 제한된 데이터로도 외부 기업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임상 후반 단계에서는 검증된 데이터와 상업화 가능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기술이전은 시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그에 따라 계약 구조와 조건도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의 역할은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연구개발 기업에게 자본은 선택적인 성장 수단이 아니라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임상 단계로 이동할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술이전은 자본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외부 기업의 참여는 단순한 기술 평가를 넘어 추가 자금과 임상 수행 능력, 그리고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기술이전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임상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인 검증이 이어지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계약이 수정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이전은 완성의 지점이 아니라 또 다른 선별 과정의 시작에 가깝다.


결국 기술이전은 성과를 외부에 증명하는 사건이 아니라 연구개발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위한 구조적 연결이다. 하나의 기업이 모든 단계를 수행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본과 시간, 규제와 시장 접근성의 제약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은 특정 지점에서 외부와 연결된다. 이 연결이 없다면 연구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전의 규모가 아니라 구조다. 어떤 시점에서 어떤 조건으로 연결이 이루어졌는지가 이후 결과를 결정한다. 빠른 기술이전은 리스크를 분산시키지만 통제력을 낮출 수 있으며 늦은 기술이전은 통제력을 유지하지만 위험 부담을 증가시킨다. 이 선택은 기업의 의지라기보다 산업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 산업에서 연구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완성은 연결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술이전은 선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위한 통로다. 그리고 그 통로를 통과하지 못한 연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연결을 기다리는 상태에 머무른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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