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이 실물경제 직격… 외식·관광·소매업 매출 전년 동기 대비 15~25% 급감
탄핵 정국 장기화에 경기 회복 '안갯속'… 소상공인 10명 중 7명 "올해 폐업 고려"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불황의 동시 타격… 소상공인 긴급 안전판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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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비상계엄 이후 손님이 끊긴 서울 시내 한 상점가의 쓸쓸한 모습. (사진 = 챗GPT) |
2025년 2월,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소상공인의 삶을 직격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1분기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SBSI)는 54.2로, 조사를 시작한 201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선 100을 크게 밑도는 이 수치는 소상공인 대다수가 현재 경기를 '매우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 2분기의 62.1보다도 낮은 수치여서 충격은 더 크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80선으로 추락하면서, 외식·쇼핑·여행 등 재량적 소비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외식업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7% 감소했고, 특히 단체 회식과 모임이 많은 한식당·고깃집의 타격이 컸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58)는 "12월부터 단체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고, 설 연휴에도 매출이 평년의 절반에 그쳤다"며 "나라가 이렇게 혼란스러우니 누가 외식하러 나오겠느냐"고 한탄했다.
◇ 관광업계 직격탄… 외국인 관광객 예약 취소 쇄도
비상계엄 사태의 영향은 관광업계에서 더욱 극심하게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2·3 이후 한 달간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행 항공편 예약 취소율이 23%에 달했으며, 특히 일본(31%), 중국(27%), 동남아시아(22%) 관광객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명동, 홍대, 이태원 등 외국인 관광 밀집 상권의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제주도의 한 펜션 사장 최 모 씨(45)는 "계엄 직후 외국인 관광객 예약 취소가 쏟아졌다. 일본·중국 관광객이 '한국이 안전한 나라인지 모르겠다'며 취소하는데, 안전하다고 말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강 모 씨(52)도 "겨울이 비수기라 원래도 매출이 줄지만, 올해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완전히 끊겼다. 12월부터 2월까지 석 달 매출이 작년의 4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 수요도 위축됐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국내 여행 예약률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으며, '불안해서 집에 있겠다'는 심리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소매업도 타격이 컸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1월 전국 소매점 매출은 전년 대비 11.3% 감소했으며, 의류·잡화 등 비필수 소비재의 감소폭이 22%로 가장 컸다.
◇ 정치 불안이 골목경제를 파괴한다… "나라 걱정할 겨를도 없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 충격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정책 집행력이 약화되고, 예산 편성과 지원 사업 시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소상공인 지원 사업 중 상당수가 예년보다 2~4주 늦게 공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수록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받는 것은 골목상권의 영세 자영업자"라며 "여야 정치권이 소상공인 긴급 지원 패키지에 초당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금리를 한시적으로 1%대로 인하하고, 대출 만기 연장을 자동화하며, 긴급 경영안정자금 1조 원을 추가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장 모 씨는 "뉴스를 보면 탄핵이니 정국이니 하는데, 나는 내일 임대료 낼 걱정에 그런 걸 신경 쓸 여력도 없다"며 "정치가 어떻게 되든 매달 내야 할 돈은 변함없이 나간다. 소상공인에게는 정치 뉴스가 아니라 돈이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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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텅 빈 식당에서 매출 장부를 들여다보며 한숨 짓는 자영업자. (사진 = 챗GPT) |
◇ 폐업 상담 급증, 신규 창업은 급감… 자영업 생태계 위축 가속화
실제로 2월 들어 폐업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신규 창업은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의 폐업 컨설팅 신청이 쇄도하고 있고, 상가 중개업소에는 '양도양수'와 '폐업 정리'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상가 중개업자는 "12월 이후 한 달에 폐업 정리 문의가 30건 넘게 들어왔다. 평소의 3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소상공인들의 심리적 건강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회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최근 한 달간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67.8%에 달했으며,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42.3%나 됐다. 한국자살예방센터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감이 겹치면서 자영업자의 심리적 위기감이 코로나 시기를 넘어서고 있다"며 "소상공인 전용 심리상담 핫라인의 확대 운영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 '자동안정화 장치' 법제화해야… 정치와 무관한 소상공인 생존 보장 필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비상계엄 사태는 이미 악화되고 있던 소상공인 경영환경에 '결정적 한 방'을 가한 셈"이라며 "경기 회복의 전제 조건인 정치적 안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하반기까지 소상공인 폐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진해 소상공인정책본부장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소상공인들은 경제적·심리적으로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장하는 자동안정화 장치(Automatic Stabilizer)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안정화 장치란 GDP 성장률이나 실업률 등 거시경제 지표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소상공인 지원금이 자동으로 집행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경기 회복의 전제 조건인 정치적 안정이 요원한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생존과 직결된 현실 앞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골목상권의 불씨를 지키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국가 경제의 최후 안전판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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