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소상공인 인력난 심화… 최저임금 인상에 '가족노동·1인 운영' 생존형 영업 확산

기획/심층 / 이경희 기자 / 2025-01-27 17: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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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5명 중 3명 "직원 구하기 어렵다"…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의 이중고
1인 자영업자 비율 전체의 78.3% 돌파… 직원 없이 혼자 또는 가족만으로 운영하는 '극한 생존'
MZ세대 취업 기피 업종 확산… 음식점·편의점·세탁소 "지원자가 없다"
인력 대체 전략으로 무인화·자동화 급물살… 키오스크·서빙로봇 도입 소상공인 증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가족 노동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가족의 모습. (사진 = 챗GPT)

 

"아르바이트 공고를 한 달째 올려놨는데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요." 서울 노원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윤 모 씨(48)의 하소연이다. 2025년 1월, 최저임금 1만30원 시대가 열리면서 소상공인의 인력난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데 구인은 안 되는 이중고에, '가족노동'과 '1인 운영'이라는 극단적 생존 전략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급 종업원 없이 사업주 혼자 또는 무급 가족 종사자만으로 운영되는 소상공인 사업체 비율이 78.3%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71.2%) 대비 7.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1인 운영' 트렌드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 없이 운영하는 이유로는 "인건비 부담"이 62.8%로 가장 높았고, "구인 어려움"(23.4%), "사업 규모 축소"(8.7%), "기타"(5.1%) 순이었다.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소상공인을 1인 운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 MZ세대 취업 기피… "힘들고 급여 낮은 일은 안 한다"

소상공인 인력난의 한 축은 MZ세대의 서비스업 취업 기피 현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20~30대의 음식점·카페·편의점 등 대면 서비스업 취업 비율은 2019년 32.1%에서 2024년 23.7%로 8.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배달·물류·IT 관련 직종의 취업 비율은 15.2%에서 24.8%로 상승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민 모 씨(41)는 "시급 1만2,000원(최저임금+2,000원)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없다"며 "젊은 친구들은 카페 아르바이트보다 배달이나 쿠팡 물류센터를 선호한다. 시급은 비슷해도 시간이 자유롭고 사람 상대를 안 해도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소상공인도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4년 약 28만 명으로, 2021년(19만 명) 대비 47%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고용 절차의 복잡성과 비자 제한으로 인해 영세 소상공인의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

◇ 가족노동의 그림자… "온 가족이 가게에 매여 삽니다"


인력난의 대안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족노동은 소상공인 가구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무급 가족종사자로 일하는 배우자, 부모, 자녀들은 법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노동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밤포차를 운영하는 문 모 씨(45)는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아내와 둘이 가게를 돌린다"며 "아내는 다른 직업이 있었는데 인건비 감당이 안 돼서 퇴사하고 가게로 왔다. 매달 아내 월급 200만 원을 아끼는 셈이지만, 가정생활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대전 둔산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38)는 "70대 어머니가 매일 와서 설거지와 청소를 도와주신다"며 "어머니한테 일당을 드리고 싶어도 여유가 없다. 자식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서빙로봇이 음식을 나르는 동안 혼자 주방에서 조리하는 1인 운영 음식점 사장. (사진 = 챗GPT)


◇ 무인화·자동화로 인력 대체… 소상공인도 '로봇 시대' 진입

인력난의 또 다른 해법으로 무인화·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키오스크, 서빙로봇, 자동조리기, 무인계산대 등의 도입이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키오스크를 도입한 소상공인 수는 약 32만 업체로, 2022년(12만 업체) 대비 2.7배 증가했다. 서빙로봇을 도입한 음식점도 2024년 기준 약 8,000곳으로, 2022년(1,200곳) 대비 6.7배 늘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 모 씨(42)는 "서빙로봇 2대를 월 30만 원에 임대하여 사용 중"이라며 "직원 1명 월급(최저임금 기준 약 210만 원)보다 훨씬 저렴하고, 쉬지도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하지만 "손님들이 서빙로봇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좁은 매장에서는 동선 문제가 있다"며 한계도 언급했다.

◇ 인력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인력난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한다. 인구 감소, MZ세대의 직업관 변화, 플랫폼 경제의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상공인이 종전처럼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모델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 모 연구위원은 "소상공인 인력 정책의 패러다임을 '사람 구하기'에서 '사람 없이도 운영하기'로 전환해야 한다"며 "무인화·자동화 설비 도입 지원,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컨설팅, 공동 인력풀 운영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구인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시급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근무 시간의 유연성, 복지 혜택, 성장 기회 등을 제공해야 MZ세대의 취업 유인을 끌어낼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소상공인 인력난은 한국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다. 가족노동과 1인 운영이라는 '극한 생존'이 아닌, 기술과 제도의 도움으로 지속 가능한 영업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소상공인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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