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한 그릇에 배추 원가만 3,000원"… 메뉴 가격 인상과 원가 절감 사이 딜레마
가격 인상하면 손님이 떠나고, 동결하면 적자… '버티기 경영'의 한계
기후 변화에 따른 식자재 가격 불안정, 소상공인 대상 식자재 가격 안정 기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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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새벽 도매시장에서 폭등한 채소 가격에 놀란 음식점 사장의 모습. (사진 = 챗GPT) |
"배추 한 포기에 1만2,000원이라니요. 작년 이맘때 4,000원이었는데…" 서울 가락시장에서 새벽 장을 보던 한식당 사장 이 모 씨(54)의 탄식이다. 2025년 1월, 이상기후의 여파로 주요 식자재 가격이 전년 대비 50~100% 폭등하면서 외식업 소상공인들이 극심한 원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1월 셋째 주 기준 식자재 가격 동향에 따르면, 배추는 포기당 1만1,800원(전년 4,200원 대비 181% 상승), 무는 개당 4,500원(전년 1,800원 대비 150%), 사과는 개당 5,200원(전년 3,100원 대비 68%)을 기록했다. 대파, 양파, 마늘 등 양념 채소류도 30~50% 올랐다.
이상기후가 식자재 가격 폭등의 주범이다. 2024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을 이상 고온으로 배추·무의 작황이 크게 부진했고, 사과는 2023년부터 이어진 냉해·우박 피해로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기상청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빈도 증가가 향후에도 농산물 가격 불안정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원가율 70% 돌파… "팔수록 손해" 외식업의 비극
외식업 소상공인에게 식자재비는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최대 변동비용이다. 그런데 식자재 가격 폭등으로 원가율이 60~70%까지 치솟으면서, 인건비와 임대료를 합산하면 사실상 '팔면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에 빠진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모 씨는 "김치찌개 1인분 가격이 8,000원인데, 배추·돼지고기·두부 등 재료 원가만 5,600원이 든다"며 "여기에 밥·반찬·가스비까지 합하면 한 그릇 팔아 남는 건 500원도 안 된다"고 한탄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서울·수도권 외식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5년 1월 기준 평균 원가율은 67.3%로 2024년 1월(52.1%)보다 15.2%포인트 상승했다. 원가율이 70%를 넘어선 업체도 전체의 38.4%에 달했다. 원가율 70%는 인건비(20~25%)와 임대료(10~15%)를 합산하면 매출 대비 총비용이 100%를 넘어 구조적 적자에 빠지는 임계점이다.
◇ 메뉴 가격 인상의 딜레마… "올리면 손님이 안 온다"
원가 상승을 메뉴 가격에 반영하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외식을 줄이는 가구가 늘면서, 가격 인상이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1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서 "외식 빈도를 줄였다"는 응답이 6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격이 오른 외식업체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48.7%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메뉴 가격 인상은 자칫 고객 이탈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대구 중구에서 비빔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조 모 씨(46)는 "작년 11월에 500원 올렸더니 단골 손님이 30%나 줄었다"며 "다시 가격을 내릴 수도 없고, 원가를 줄이자니 양과 질이 떨어지고… 정말 진퇴양난"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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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식자재 가격 인상 전후 납품 명세서를 비교하며 원가를 계산하는 음식점 사장. (사진 = 챗GPT) |
◇ 식자재 공동구매·대체 식재료… 소상공인의 생존 전략
원가 압박 속에서 소상공인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은 식자재 공동구매다. 같은 골목상권의 음식점 5~10곳이 모여 도매시장에서 공동으로 식자재를 구매하면 개별 구매 대비 15~25%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 '성수 외식인 공동구매 모임'은 2024년 하반기부터 활동을 시작해, 현재 12개 음식점이 참여하고 있다. 모임 대표 김 모 씨(41)는 "배추를 개별로 사면 포기당 1만2,000원이지만, 20포기 이상 공동구매하면 8,000원으로 떨어진다"며 "매주 월요일 새벽에 함께 가락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고 설명했다.
대체 식재료 활용도 확산되고 있다. 사과 대신 배를 사용하거나, 비싼 국산 마늘 대신 수입 마늘을 혼합하는 등의 방법이다. 다만 "품질이 떨어지면 결국 손님도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 기후 변화 시대, 식자재 가격 안정 기금 도입 논의 필요
식자재 가격 폭등이 이상기후로 인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뉴노멀'이 되면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 모 연구위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량 변동성이 커지면서, 가격 급등이 외식업 소상공인에게 전이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 안정 기금을 소상공인 대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요 식자재의 가격이 전년 대비 30% 이상 상승할 경우, 외식업 소상공인에게 식자재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정부 비축 물량을 소상공인 대상으로 할인 방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농림수산성이 '식재료 가격 안정화 기금'을 운영하여 급격한 가격 변동 시 외식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결국 '금값 배추'의 시대에서 외식업 소상공인이 살아남으려면, 개별 업체의 생존 전략과 함께 정부 차원의 식자재 가격 안정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식자재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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