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당정, 수수료 인하 결정 ‘후폭풍 온다’…‘승자 없는 오장어 게임’

기업포커스 / 이수근 기자 / 2021-12-23 11: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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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3억 이하 가맹점 카드 수수료 0.8%→0.5% 인하
금융위, 카드수수료 개선 TF 구성…적격비용제 재검토
카드 수수료 인하 시기 늘 주요 선거 직전과 겹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소상공인포커스 = 이수근 기자] 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23일 카드 수수료율에 관한 당정협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0.8%에서 0.5%로 인하키로 했다.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마친 기자들과 만나  "연매출 3~5억원의 경우 수수료율을 1.3%에서 1.1%로, 연매출 5~10억원의 경우 1.4%에서 1.25%로, 연매출 10~30억원의 경우 1.6%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면서 "전체 카드가맹점의 약 96%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 제도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적격비용에 기반한 수수료 체계가 도입,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해왔는데, 이 제도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진다.

 

카드 수수료는 영세·중소 가맹점 위주로 꾸준히 내리는 추세다. 현행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 매출액 기준 ▲3억 원 이하 0.8% 3억~5억 원 이하 1.3% 5억~10억 원 이하 1.4% 10억~30억 원 1.6%로 책정됐다. 대기업 사업장 등에 적용하는 최대 수수료율 2.3%와 비교해 많게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영세·중소 가맹점은 전체의 96.1%인 283만3000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되고 소비자, 가맹점,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상생 협력을 위한 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크게 경감됐지만, 카드업의 구조적 왜곡이 심화되고 소비자 혜택이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면서 "현재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제도가 신용 판매 부분의 업무원가 및 손익을 적절히 반영하는지, 재산정 주기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등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필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제도 개선 TF를 통해 카드사 수익기반 등을 확충해 카드사가 신용판매 부문의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의 혜택 축소도 방지할 방안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카드 생활에 있어서 소비자와 카드사, 관계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당정 협의 공개 발언을 통해 카드수수료 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카드업계는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힘든 어려움에 처해 있고, 소비자 혜택도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소비자, 가맹점, 카드업계 중심으로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수수료 재산정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카드사가 결제·금융상품 추천·자금관리·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종합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며 "오늘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책 집행과정에서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당정 협의 공개 발언을 통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적격비용 산정결과 2018년 이후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경감 가능 금액은 약 6900억원"이라며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 등을 통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기경감한 금액 2200억원을 감안시 수수료율 조정을 통한 경감 금액은 약 4700억원"고 말했다.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정부 방역지침에 반발한 자영업자단체 총궐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올해 5대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하나·우리) 기준 1~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708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9% 증가해 돈을 많이 벌었다.

 

금융권에선 이번에도 영세·중소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를 예상해왔다. 
 

카드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카드 수수료가 내려가면 카드사는 주요 먹거리인 카드론이 내년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익 축소가 불가피한 마당에 수수료 인하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 노동조합은 더 나아가 카드 수수료 인하 시 '결제 셧다운'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 지난 11월 15일 카드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와 전국금융산언노조 조합원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 반대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정의 이번 결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표심을 자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정치적 논리가 깔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카드 수수료 인하 시기는 주요 선거 직전과 겹친다.

정치적 논리보다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파장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를 유지했다간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영업 악화를 겪는 자영업자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자영업자 지원이라는 명분은 공감하나 부작용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가 낮아지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며 "카드사는 과거 카드 수수료 인하 때도 할인율, 적립률이 높은 이른바 '혜자 카드'를 단종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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