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휴가 사유 1위 “쉬면 매출 반토막”(58.4%), 2위 “직원 대체 인력 없음”(24.1%)
▶ 자영업자 평균 연간 노동일 342일, 하루 평균 11.7시간… OECD 최고 수준
▶ 정부 ‘자영업자 휴식권 보장 특별법’ 논의 본격화, 대체 인력 지원·휴가비 세액공제 등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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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휴가철에도 가게를 지키며 창밖 여행객을 바라보는 카페 사장. (사진 = 제미나이) |
◇ “8년째 여름 휴가 없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 씨(43)는 지난해에도, 올해도 여름 휴가를 갈 계획이 없다. “휴가는 8년째 없다. 개업 이후로 3일 이상 연속 쉰 적이 손에 꼽는다”는 그의 말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틀 쉬면 그날 매출뿐 아니라 단골 이탈까지 감수해야 한다. “카페 쉰다는 안내를 붙이면 손님들이 다른 데로 갔다가 안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은 옆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아서, 한 번 다른 곳에 가면 그쪽 단골이 돼버린다”는 게 그의 경험이다.
정 씨의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6월 자영업자 2,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여름 휴가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3%가 “올여름 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2022년(72.4%)부터 2026년까지 5년 연속 상승세다.
무휴가의 사유로는 ▲ “쉬면 매출이 반토막 난다”(58.4%) ▲ “직원 대체 인력이 없다”(24.1%) ▲ “임대료·공과금 등 고정비 부담”(9.7%) ▲ “휴가 비용 부담”(4.8%) 순이었다.
◇ 하루 11.7시간, 연간 342일 노동
한국노동연구원의 ’2025년 자영업자 노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자영업자의 평균 노동 시간은 하루 11.7시간, 연간 노동일수는 342일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자영업자 평균(하루 9.2시간, 연간 289일)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 자영업자의 연간 노동 시간을 계산하면 4,001시간에 이른다. 이는 임금노동자 평균(1,872시간)의 2.1배, 독일 자영업자(2,190시간)의 1.8배, 일본 자영업자(2,760시간)의 1.4배다.
이런 극단적 노동 강도는 자영업자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 자영업자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만성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은 34.7%로 임금노동자(19.2%)의 1.8배, 정신 건강 위험군 비율은 28.4%로 임금노동자(15.6%)의 1.8배에 달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52)는 “지난달 심장 검진 결과 부정맥이 발견됐다. 의사가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쉬면 매장이 안 돌아간다”며 “쉬는 것 자체가 두려운 삶”이라고 토로했다.
◇ “휴가는 사치, 문 닫으면 임대료 감당 못해”
무휴가의 근본 원인은 자영업의 고정비 구조에 있다. 하루 문을 닫아도 임대료·공과금·프랜차이즈 로열티·직원 임금 등 고정비는 그대로 나간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 평균 고정비는 월 매출의 42.7%에 달한다.
서울 동작구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56)는 “일주일 문 닫으면 그 주 매출이 0원인데, 임대료 250만 원, 공과금 40만 원, 리스료 80만 원 다 나간다. 하루도 쉴 수가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자영업연구소 박찬규 소장은 “한국 자영업의 무휴가 문제는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고정비 구조, 대체 인력 부재, 단골 이탈 우려가 결합돼 자영업자를 ’휴식할 수 없는 노동자’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 ‘자영업자 휴식권 보장 특별법’ 논의 본격화
이런 문제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회에서는 ‘자영업자 휴식권 보장 특별법’(가칭)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성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 내용은 ▲ 자영업자 연 15일 이상 휴가 시 대체 인력 파견 지원 ▲ 휴가 비용 세액공제 최대 100만 원 ▲ 임대인의 휴가철 임대료 감면 유도 인센티브 등이다.
법안 발의자인 조 의원은 “OECD 국가 대부분이 자영업자 최소 휴식권을 법으로 보장한다. 한국 자영업자만 유독 ’스스로 알아서 쉬어라’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휴식권 보장은 자영업자의 건강권이자 지속 가능한 사업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대인 단체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반발이 크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지원 대변인은 “임대인에게 자영업자 휴가 감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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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밤늦게 셔터를 내리며 하루를 마감하는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대체 인력 지원 사업 시범 도입… 실효성 관심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6월 ‘자영업자 휴가 대체 인력 지원 사업’ 시범 운영에 착수했다. 자영업자가 3일 이상 연속 휴가를 갈 경우, 검증된 대체 인력을 파견하는 제도다. 인건비의 60%를 정부가 지원한다.
시범 사업 지역은 서울·경기·부산·대구·광주 5개 도시, 대상 업종은 카페·베이커리·소규모 음식점·미용실 등 4개 업종이다. 총 예산 120억 원, 지원 대상 자영업자 4,000명 규모다.
자영업자 무휴가 문제의 핵심은 ’대체 인력 부재’다.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인력 풀이 조성되면 자영업자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시범 사업 성과를 평가한 뒤 전국·전 업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영업자 휴식권 보장은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번아웃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매년 늘고 있는데, 이는 사회 전체의 손실이다. 대체 인력 지원 사업의 실효성 있는 정착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의 극단적 노동 시간은 결국 자영업 부문 전체의 저생산성과 저임금 노동시장의 축소로 연결된다. 자영업자 한 명이 쉬면 그 시간을 대체할 다른 노동자가 필요하고, 그것이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7월의 여름, 도시를 떠나 바다와 산으로 향하는 인파 속에서 골목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가게를 지키고 있다. 그들의 무휴가가 개인의 선택인지, 사회의 강요인지 — 그 질문에 대한 사회적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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