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줌] 폭염 재난 등급 첫 도입… 자영업자 노동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다

소상공인24 / 이지원 기자 / 2026-07-06 1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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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일부로 폭염 재난등급제 시행, 1~3단계 구분… 3단계(재난) 시 공공기관 활동 제한
▶ 자영업자·배달 라이더·특수형태근로자는 ‘폭염 근로 제한’ 대상에서 제외… 법적 보호 공백
▶ 2025년 폭염 관련 온열질환자 3,240명 중 자영업 종사자 비중 18.4%로 최다
▶ 소상공인 안전 관리비용 지원 ‘냉방시설 개선 사업’, 신청률 8.7%로 저조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재난 수준 폭염 속에서 그늘막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노점상. (사진 = 제미나이)

 

 

◇ ‘폭염 재난’ 첫날, 그러나 골목은 그대로
7월 1일 오후 2시 12분 서울 낮 최고기온 37.8도.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폭염 재난등급 2단계(주의)를 발령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첫 등급 발령이다. 개정법은 폭염을 지진·태풍과 같은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1~3단계 대응 체계를 도입했다.


그러나 발령 첫날, 자영업 현장의 풍경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노점 채소상을 운영하는 신모 씨(64)는 폭염 재난 발령 사실을 저녁 무렵에야 알았다. “TV에서 재난 발령이라고 하더라.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는 그의 말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폭염 재난등급제는 공공기관·건설현장·야외작업장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자영업 매장 내부까지 강제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 씨 같은 노점상, 배달 라이더, 야외 진열대 자영업자는 재난 대응 체계에서 빠진 셈이다.


◇ 온열질환자 3,240명, 자영업 비중 18%로 최다
폭염이 자영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 ’2025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3,240명, 이 중 사망자는 34명이었다. 직업군별로는 자영업·서비스업 종사자가 597명(18.4%)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 노동자(492명), 배달 라이더(388명)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야외 노점, 시장 상인, 노후 건물 입주 자영업자의 온열질환 발생률은 일반 사무직 대비 12.4배에 달했다. 냉방 시설이 부족하거나, 실외 근무 비중이 높은 업태일수록 위험도가 커지는 구조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정재영 책임연구위원은 “폭염은 이제 재난이지만, 재난 대응 체계는 여전히 대기업·건설현장 중심이다. 매출 대비 안전 관리 여력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법의 보호 밖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 ’폭염 근로 제한’에서 배제된 자영업자
이번 재난등급제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폭염 근로 제한’이다. 개정법에 따라 3단계(재난) 발령 시 공공기관·건설현장은 낮 시간대(오후 2~5시) 작업 중단이 강제된다. 그러나 자영업자·배달 라이더·특수형태근로자는 ’자율 사업자’로 분류되어 법적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 대행업을 하는 강모 씨(41)는 “3단계 재난이 발령되면 나 스스로 배달을 안 나가면 되는 걸까? 하지만 안 나가면 그날 수입이 0원이다. 결국 목숨 걸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라이더유니온 김민우 사무국장은 “폭염 재난 발령 시 라이더에 대한 위험수당 지급, 배달 요청 자체를 제한하는 플랫폼 규제 등이 필요한데, 현행법은 이 부분을 다루지 않는다. 반쪽짜리 재난법”이라고 비판했다.


◇ ‘냉방시설 개선 사업’, 신청률 8.7% 그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폭염 대비 ‘소상공인 안전 관리비용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냉방시설 설치·개선·수리에 대해 점포당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6월 말 기준 신청률은 8.7%에 그쳤다.


신청률이 낮은 원인은 ▲ 신청 절차 복잡 ▲ 사후 정산 방식 ▲ 인지도 부족이다. 신청자는 사업자등록증·매출 증빙·냉방시설 견적서·시공 계약서 등 6종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설치 완료 후에야 지원금이 지급된다.


부산 사하구에서 이불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58)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 알았어도 서류 준비하는 데 시간이 없다. 하루 종일 가게 지키느라 관공서 갈 시간이 없다”고 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폭염 속에서 잠시 헬멧을 벗고 얼굴을 식히는 배달 라이더. (사진 = 제미나이)



◇ 재난법 사각지대 메꿀 ‘자영업 폭염 대응 매뉴얼’ 시급
전문가들은 자영업 현장에 맞춘 폭염 대응 매뉴얼과 지원 체계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자영업 폭염 리스크는 크게 세 층위  ① 사업주 본인의 건강, ② 종업원의 노동 안전, ③ 매장 내 고객·재고 관리 로 구분된다. 각 층위별 매뉴얼이 필요한데, 현재는 뭉뚱그려 ‘자율 관리’ 수준이다.


폭염 재난법은 첫걸음이지만, 자영업자와 특수형태근로자를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 3단계 발령 시 자영업 매장에 냉방비 긴급 지원, 배달 플랫폼 오후 시간대 요청 제한 등 실질 조치가 담겨야 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은 시작 단계다. 자영업·특수형태근로자 대응 체계는 연말까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시대의 폭염은 이제 ’자연 현상’이 아닌 ’사회 재난’이다. 재난 대응 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자영업자와 특수형태근로자를 우선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7월 첫날의 폭염 재난 2단계 발령. 온도계 숫자는 재난이었지만, 그 재난 앞에 자영업자의 생계는 여전히 자율 관리 영역에 놓여 있었다. 폭염이 ’재난’이라면, 자영업자도 ’재난 피해자’다. 그 인정이 시작되어야, 폭염 재난법의 다음 단계가 열린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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