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40년 팥빙수 원조집 3대 사장… “여름 한철, 우리 가족 1년을 산다”

소상공인24 / 이경희 기자 / 2026-07-06 14: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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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창업한 서울 종로 ‘옛맛빙수’, 3대에 걸쳐 40년 이어온 팥빙수 원조집
▶ 매년 6~8월 3개월 매출이 연 매출의 68%, 하루 손님 500명 · 팥빙수 800그릇 판매
▶ 여름 준비를 위해 3~5월 3개월간 팥·연유·얼음 원재료 자체 준비… 총 4톤 팥 사용
▶ 3대 사장 정혜숙 씨(52), 아들 정재훈 씨(28)에게 조용히 이어가는 4대 가업 승계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40년 전통 팥빙수 원조집에서 손님에게 팥빙수를 건네는 3대 사장. (사진 = 제미나이)

 

 

◇ “여름 3개월에 1년을 걸었다”
7월 12일 오후 2시 40분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 40년 된 팥빙수 원조집 ’옛맛빙수’는 매장 앞에 30명이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매장 안 15석이 모두 가득 차고, 카운터 뒤에서는 3대 사장 정혜숙 씨(52)가 쉴 새 없이 팥빙수를 만들고 있었다.


“여름 3개월에 1년 매출의 70%가 나온다. 이 시기가 우리 가족의 생계를 결정한다”는 정 씨의 말이다. 그의 가게는 매년 6~8월 하루 평균 손님 500명, 팥빙수 800그릇을 판매한다. 하루 매출 약 850만 원, 3개월 총 매출 약 7억 6,000만 원. 그해 연 매출(11억 원)의 68%가 이 시기에 나온다.


’옛맛빙수’는 1985년 정 씨의 조부 정순옥 씨(작고)가 창업했다. 정 씨의 부친이 1990년대 가업을 이어받았고, 정 씨는 2010년 3대 사장으로 올라섰다. 매장 인테리어는 40년 전 그대로다. 나무 테이블, 옛 액자, 벽에 걸린 노란 종이 메뉴판까지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다.


◇ 팥 4톤, 연유 500박스… 3개월간 재료 준비
’옛맛빙수’의 팥빙수는 40년째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국내산 팥을 자체 매입해 물에 담가 하루, 삶는 데 여덟 시간이 걸린다. 얼음은 얼음 기계에서 뽑아낸 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손님에게 낸다. 연유는 특정 브랜드 것만 30년째 사용한다.


여름 성수기를 위해 정 씨는 3~5월 3개월간 원재료 준비에 매달린다. 여름 시즌에 사용할 팥은 총 4톤. 팥 농가와 직접 계약해 2월에 미리 확보한다. 연유는 500박스, 얼음 기계용 물은 하루 8만 리터가 필요하다. “준비가 6~8월 매출의 80%를 결정한다. 재료가 완벽해야 손님이 40년 만족해왔던 그 맛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정 씨의 자부심이다.

 

◇ “직원 안 쓴다, 가족만으로”
’옛맛빙수’의 특이한 점은 여름 3개월간 외부 직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씨 부부, 정 씨의 여동생, 남동생, 그리고 정 씨의 아들 정재훈 씨(28)까지 5명의 가족이 매장을 지킨다. “직원을 쓰면 팥 삶는 시간, 얼음 뿌리는 손동작, 연유 붓는 각도까지 다 다르다. 40년 맛을 지키려면 가족만 가능하다”는 정 씨의 원칙이다. 여동생은 카운터, 남동생은 팥 삶기, 정 씨 부부는 팥빙수 제조, 아들은 홀 서빙과 SNS 관리를 담당한다.


정재훈 씨는 대학 졸업 후 IT 회사에 취업했다가 2년 만에 그만두고 가업에 뛰어들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지켜온 이 가게를 내가 이어가지 않으면 사라진다. 4대째 이어갈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우리 세대까지는 지키고 싶다”는 그의 다짐이다.


◇ 여름 3개월, 하루 15시간의 노동
’옛맛빙수’의 여름 3개월은 극한의 노동 시기다. 정 씨 가족은 매일 새벽 5시에 매장에 도착해 팥 삶기·재료 준비를 시작한다. 오전 10시 오픈, 밤 9시 마감. 마감 후 청소·재료 준비·다음 날 준비까지 마치면 자정을 넘긴다. 하루 노동 시간이 15~17시간에 이른다.


3개월간 정 씨 가족은 사실상 매장 위 3층에 있는 작은 방에서 잠을 잔다. 집에 가는 것도 사치다. “여름 3개월은 우리 가족의 극한 인내 시기다. 그 인내가 40년을 지켜온 힘”이라는 정 씨의 회고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아들에게 팥 삶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3대 사장. (사진 = 제미나이)



◇ “우리 매장, 옛 그대로 지키는 게 가장 큰 차별화”
’옛맛빙수’의 가장 큰 경쟁력은 ’변하지 않는 그대로’다. 서울에는 팥빙수 프랜차이즈가 수백 개 있고,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가 매년 쏟아진다. 하지만 정 씨는 40년 전 방식을 그대로 지킨다. “고급 팥빙수 트렌드, 프리미엄 재료, 인스타 감성 인테리어 다 안 쫓아간다. 40년 옛맛을 그리워하는 손님이 우리 가게의 진짜 자산이다. 그 손님들이 자녀·손자까지 데리고 온다”는 정 씨의 철학이다.


’옛맛빙수’의 손님 구성을 보면 50대 이상이 42%, 40대가 27%, 30대가 19%, 20대가 12%다. 손님의 60% 이상이 재방문 고객이다. 특히 여름철 인기 시간대인 오후 2~4시에는 3대가 함께 찾는 가족 손님이 다수를 이룬다.


◇ 40년 뒤에도 여기 있을 수 있을까

정 씨의 고민은 4대 승계다. 아들 정재훈 씨가 가업을 잇는다고 했지만, 40년 뒤에도 ’옛맛빙수’가 존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종로 상권의 임대료 상승, 골목 재개발 압력, 관광지화의 부작용 등이 계속되고 있다.


옛맛빙수’ 같은 노포는 한국 자영업의 소중한 무형 자산이다. 개별 매장의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골목 상권 전체의 정체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지자체·국가 차원의 노포 보존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시 문화본부는 지난해부터 ‘서울 노포 100선’ 사업을 통해 30년 이상 된 노포에 대해 임대료 지원, 홍보 지원, 브랜딩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옛맛빙수’도 2025년 선정됐다.


노포는 한국 골목 상권의 심장이다. 노포가 사라지면 골목의 매력도 함께 사라진다. 노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자영업 정책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한다.


노포는 한국 관광과 문화의 원천이다. 40년, 50년 이어온 가게 하나가 그 지역을 방문할 이유가 된다. 자영업 정책은 매출 지원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한다.


7월의 태양 아래, 종로 골목의 ‘옛맛빙수’ 매장에서 오늘도 정 씨 가족의 팥빙수 800그릇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800그릇 안에는 40년 세월과 3대의 손맛, 그리고 4대 승계의 조용한 다짐이 담겨 있다. 여름 3개월, 이 가족은 팥빙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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