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사 절세 컨설팅 예약 대기 평균 3주… 개인 세무사 사무실 문의 300% 폭증
▶ 자영업자 63.4% “지난해보다 세부담 증가”, 평균 부가세액 전년 대비 12.7% 상승
▶ 국세청 ‘홈택스 간편신고’ 개편, AI 세무 도우미 도입… 그러나 고령 자영업자 활용률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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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부가세 신고를 앞두고 세무사 사무실을 찾은 자영업자들의 대기 행렬. (사진 = 제미나이) |
◇ “예약이 3주 대기, 절세 컨설팅 전쟁”
7월 10일 오후 2시 4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세무사 사무실 대기실에는 자영업자 7명이 서류 봉투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 문 앞에는 “부가세 신고 컨설팅 신규 예약 마감”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사무실을 운영하는 세무사 박모 씨(48)는 “6월 중순부터 문의 전화가 300% 늘었다. 신규 컨설팅 예약은 3주 뒤에나 가능하다. 신고 마감일 25일까지 밤 12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방모 씨(52)도 이날 새 세무사를 찾아왔다. “그동안 홈택스로 직접 신고했는데, 올해는 매출이 늘어서 세액이 급증했다. 절세 컨설팅이라도 받아보려고 왔는데, 예약이 안 된다”고 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부가세 신고 대상 자영업자는 623만 명으로 사상 최대다. 예상 신고 세액도 32조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8조 4,000억 원)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 “매출은 그대로인데 세금은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세무 부담 증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인건비·재료비 등 원가 상승으로 부가세 매입 세액 공제 대상은 늘지 않았는데, 매출은 인상된 판매가로 인해 형식적으로 증가했다. 둘째, 소득세 신고 시 활용되는 ’경비 인정 기준’이 강화됐다. 셋째, 신용카드·전자결제 비중 증가로 매출 노출도가 높아졌다.
한국세무사회의 ’2026년 상반기 자영업 세무 부담 분석’에 따르면 응답 자영업자의 63.4%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세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평균 부가세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했다. 특히 매출 규모별로 연매출 3억~10억 원 구간 자영업자의 세부담 증가율이 18.4%로 가장 컸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모 씨(45)는 “작년 상반기 부가세가 42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610만 원이 예상된다. 매출은 8% 늘었을 뿐인데 세금은 45% 늘었다.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 국세청 ‘AI 세무 도우미’ 도입… 그러나 고령층은 소외
국세청은 부가세 신고 편의 제고를 위해 ‘홈택스 간편신고 시스템’을 대폭 개편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AI 세무 도우미’ 서비스다. 신용카드 매출·전자세금계산서·현금영수증 데이터를 자동 취합하고, 절세 가능 항목을 AI가 자동 추천한다. 신고 소요 시간이 종전 평균 42분에서 8분으로 단축됐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 활용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국세청 자체 조사에서 40대 이하 자영업자의 AI 도우미 활용률은 74%에 달한 반면, 60대 이상은 22%에 그쳤다. 디지털 격차가 세무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신모 씨(63)는 “홈택스 앱을 열어봤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결국 딸에게 부탁해서 한다. 딸이 없으면 못 한다”고 했다.
◇ ‘세무 대리 부담’, 5~15만 원의 새로운 비용
세무사에 신고 대행을 맡기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세무 대리 이용 비율은 2020년 48.7%에서 2026년 71.4%로 상승했다. 부가세 신고 대리 비용은 업종·매출 규모에 따라 5만 원(간이과세자)에서 15만 원(연매출 3억 원 이상 일반과세자) 수준이다.
서울시자영업자연합회 정성훈 사무총장은 “자영업자에게는 부가세 신고 대리비 자체가 부담이다. 국세청이 무료 세무 컨설팅 창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특히 고령 자영업자와 초보 자영업자를 위한 오프라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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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밤늦게까지 부가세 신고 자료를 정리하는 자영업자. (사진 = 제미나이) |
◇ 절세, 합법과 탈세 사이의 경계
세무 부담이 커지면서 절세 컨설팅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합법적 절세’와 ’탈세’ 사이의 경계가 존재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세무 컨설턴트가 무자격 세무 대리, 허위 경비 과다 계상, 매출 누락 유도 등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강력 단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세무학회 박준영 회장은 “합법적 절세는 세법 지식과 사업 구조 설계의 결과다. 반면 매출 누락이나 허위 경비는 명백한 탈세로 가산세 20~40% 부과와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확한 지식 없이 ’지인의 소개’로 컨설팅을 받는 것은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 세무 자동화, 자영업의 새로운 인프라 필요
전문가들은 자영업의 세무 부담 완화를 위해 세무 자동화 인프라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영업 세무 부담의 근원은 복잡한 세법과 낮은 세무 지식 격차다. 국세청 홈택스가 ’자동 신고’까지 지원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세무사 무료 상담 창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자영업 세무 부담 문제는 세율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 미국·독일 등은 자영업자용 세무 자동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신고 시간이 평균 20분 이내다. 한국도 국세청과 민간 세무 솔루션의 협력을 통해 자영업 세무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
자영업의 세무 부담 완화는 세율 조정보다 신고 편의성 개선이 효과적이다. 특히 매출 규모별·업종별 표준 절세 매뉴얼 배포, 오프라인 무료 세무 상담 창구 전국 확대 등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7월 25일 부가세 신고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은 13일. 오늘도 세무사 사무실 앞에서, 홈택스 앱 앞에서, 그리고 계산기 앞에서 자영업자들의 밤은 깊어가고 있다. 부가세 신고는 자영업의 ’피할 수 없는 계절’이 됐고, 그 계절이 매년 더 무거워지고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지원 기자 leejy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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