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만난 사장님들의 첫 한마디는 대부분 같았다. “매출은 있는데 남는 게 없습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수료가 늘었고 단골은 줄었지만 고정비는 늘었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버티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임대료는 숨을 조였고 금융은 손을 내밀지 않았고 플랫폼은 편리함의 대가를 요구했다.
폐업은 사업의 종료가 아니라 삶의 해체였다. 남는 것은 빚이고 사라지는 것은 관계였다. 단골과의 이별은 조용히 진행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으로 폐업을 기록했다.
그러나 골목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상인회 회의실에 다시 불이 켜졌다. 각자 장사하던 사람들이 함께 장사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공동 마케팅, 공동 쿠폰, 공동 대응. 혼자가 아니게 되는 순간 폐업은 늦춰지고 회복은 빨라졌다.
협동조합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생존 방식이었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방식을 바꾸는 구조였다.
벽화가 그려지자 사람들이 골목으로 들어왔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자 소비가 생겼다. 문화는 감성이 아니라 매출 구조였다. 단골이 다시 생겼다. “내일 또 올게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골목은 브랜드가 되었고 청년이 들어왔다. 기존 상인은 거래처를 알려주고 단골을 연결했다. 세대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은 골목을 떠나 아파트로 이동했다. 기다리는 장사가 아니라 찾아가는 장사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묻는다. 문화재는 보존하면서 왜 생업은 보존하지 않는가. 가게 하나는 한 사람의 삶이고 지역의 기억이며 다음 세대의 일자리다.
소상공인은 약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기반이다. 골목이 무너지면 고용이 무너지고 소비가 무너진다. 그래서 골목을 지키는 일은 감성이 아니라 경제다.
밤이 깊어 골목의 불이 하나둘 꺼진다. 마지막 불빛 아래에서 사장님이 셔터를 내린다. “내일도 장사합니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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