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권 성공사례①] 예술이 살린 골목상권

이달의 현장르포 / 서영현 기자 / 2025-11-24 14: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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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지역 활동을 통한 상권 활성화 사례 분석
문화가 소비를 만들고 사람이 머무는 '관계의 공간'

 

▲ 예술가들이 적막만이 흐르던 골목의 낡고 허물어진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러일으켰다.(사진=pexels)

 

 

허물어진 담벼락 앞에 청년들이 사다리를 세웠다. 회색 벽 위에 첫 색이 올라가는 순간 골목의 공기가 달라졌다. 페인트 냄새와 함께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불이 꺼진 채 조용하던 골목이었다.


그 옆에서 분식집 사장님이 문을 열었다. 한동안 손님이 없어 폐업을 고민하던 가게였다.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골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벽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SNS에 올라온 골목 사진은 또 다른 방문객을 불러왔다. 주말이 되자 골목에 줄이 생겼다. 가장 늦게 불이 켜지던 골목에 다시 저녁 시간이 생겼다.

이 프로젝트는 지자체의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과 지역 예술가들의 참여로 시작됐다. 낡은 공간을 정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참여한 한 예술가는 말했다. “작품을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골목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림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벽화가 완성되자 변화는 바로 나타났다. “주말 매출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보는 손님이 많아졌어요.” 지자체 담당자는 골목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지나가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머무는 공간이 됐습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발생한다.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사고, 가게를 둘러본다. 문화가 소비를 만들고 소비가 상권을 살리는 구조다.

벽화를 그리던 날, 사장님들이 예술가들에게 점심을 챙겨줬다. 완성된 그림 앞에서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가게 안에 걸려 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 골목이 다시 살아났다는 증거다.

전에는 임대 문의가 붙어 있던 가게에 새로운 간판이 달렸다. 청년 창업자가 들어왔고 기존 상인은 메뉴를 다시 정비했다. 골목 전체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시설 지원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관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예술가와 상인,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만든 공동 프로젝트였다.

밤이 되자 벽화 앞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모였다.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진 가게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골목에서 다시 웃게 될 줄 몰랐습니다.” 사장님의 말은 단순한 매출 회복 이상의 의미였다. 장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골목상권의 회복은 대형 개발이 아니라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숫자보다 먼저 현장에서 나타난다.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지자체의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 도시재생 사업,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 개선, 문화 콘텐츠 기획, 공동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상권활성화재단 및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참여 사업을 확인하면 상인과 예술가가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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