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匠人 줌인] 30년 된 전통시장 정육점의 변신… 라이브커머스로 전국 팬덤 만든 70대 사장님

소상공인24 / 이경희 기자 / 2026-04-28 15: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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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 정육왕”으로 불리는 한 정육사… 라이브커머스 월 방송 4회 × 월 4억 원대 매출 창출
▶ SNS 팬층 12만 명 형성… 20~40대 도시 젊은이들이 이 70대 정육사를 찾는 이유
▶ “소고기의 부위별 특성 설명”, “요리법 강의”, “한우 산지 이야기”… 정보 제공과 교육이 매출의 핵심 ▶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의 새로운 모델 제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강북 정육왕” 한봉구 사장(73). 전통시장의 가치를 현대에 맞춰 재해석했다. (사진 = 제미나이)

 

 

◇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젊은이들”
서울 강북구 정수시장의 한봉구 정육사(73세)를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강북구에 사는 60대 이상 단골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에서 매주 찾아오는 20~30대들이 눈에 띈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강남에도 명품 한우점이 많은데, 왜 강북에 와서 우리 집 고기를 사갈까? 나중에 알았어요. 고기 자체도 좋지만, 내가 설명하는 고기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였어요”라고 한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한 사장이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 것은 2023년 1월이다. “손자가 권했어요. ’할아버지가 늘 고기 부위별로 요리법을 설명하시는데, 그걸 더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좋을 거 같다’고”라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이 나이에 인터넷 방송을 한다니… 쑥스럽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지도 걱정했어요”라고 한 사장은 고백했다.


◇ 73세 정육사의 첫 라이브… 40분 안에 소진된 고기들
첫 라이브커머스는 2023년 2월 12일 토요일 오전 10시였다. “준비하면서 엄청 떨렸어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떻게 고기를 보여줄지… 아들 부부가 옆에 앉아서 도와줬어요”라고 한 사장은 회상했다. 그 첫 방송은 40분 만에 끝났다. 예상했던 3시간 분량의 고기가 모두 팔려버렸다. “40분 동안 우리가 준비한 한우 300만 원어치가 다 팔렸어요. 실시간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계산 방법도 배워야 하고… 진짜 정신없었어요”라고 웃음지었다.


이후 한 사장의 라이브커머스는 규칙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화요일 오후 3시 등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 4회 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회당 평균 시청자는 3,000~5,000명이다.


◇ “고기 부위별 특성·조리법·산지 이야기”… 정보가 곧 매출이다
한 사장의 라이브커머스가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보 제공”과 “교육”을 꼽는다.
매 방송마다 한 사장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오늘은 등심이 어디서 나오는 부위이고, 어떤 부위랑 다른지 설명해드릴게요”, “이 한우는 어디 농장 한우고, 어떻게 사육되었는지 아세요?”, “이 부위는 구이도 좋지만 국으로 끓이면 더 맛있어요”라는 식의 설명을 곁들인다.


한 사장의 아들 한정호(48세) 씨는 “아버지의 강점은 50년 정육사 경력에서 나오는 ’전문성’입니다. 단순히 고기를 파는 게 아니라, 고기에 담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 지식을 받기 위해 우리 방송을 봅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댓글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사장님 설명이 있으니까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이제 소고기를 사 올 때 사장님 목소리를 떠올려요”, “강남의 유명한 고기집에 가봤지만, 사장님 고기가 더 맛있어요. 왜냐하면 사장님이 애정을 담아 판매하시니까” 등의 댓글들이 계속 달린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라이브커머스 중인 한봉구 사장. “고기를 파는 게 아니라 지식을 공유한다”고 그는 말한다. (사진 = 제미나이)


 

◇ SNS 팬덤 12만 명… 그들이 주는 것들
현재 한 사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2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 구독자도 8만 명이다. 이들은 단순한 팬이 아니라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매주 우리 방송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요. 실제로 다른 사업하시는 분들이 ’한봉구 사장의 라이브를 보는 것이 일주일의 작은 행복’이라고 댓글을 다세요”라고 한 사장의 딸 한미영(45세) 씨는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팬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다. 한 사장의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고기를 구매한 사람들이, SNS에 “한봉구 사장의 고기로 저녁밥을 차렸습니다”라는 사진을 올린다. 이런 UGC(User Generated Content)가 또 다른 사람들을 끌어온다. “입소문의 순환이 만들어졌어요”라고 한미영 씨는 설명했다.


또한 한 사장의 팬들은 그를 ’한국의 고기 문화를 지키는 사람’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어떤 팬은 “사장님 라이브를 보면서 한우의 가치와 역사를 배웁니다”라고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팬은 “한국 전통시장의 희망이세요”라고 표현했다.


◇ 월 매출 4억 원…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
현재 한 사장의 월 매출은 3.5~4.5억 원대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 월 매출 6,000만 원과 합쳐지면 4.2~5.0억 원 규모다. 30년 동안 운영해온 작은 정육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규모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한 사장은 매출 규모를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매출이 얼마나 올라갈까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고기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기 문화를 알리고, 젊은이들에게 한우의 가치를 전하고, 우리 정육점이라는 ’장소’의 가치를 되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사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 전통시장의 희망… 이제 다른 상인들이 따라한다
한봉구 사장의 성공은 정수시장 다른 상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옆 가게의 떡 장수 김영희(68세) 씨는 “한 사장님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저도 라이브커머스를 준비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생선가게 사장 이재문(72세) 씨도 “정수시장이 예전처럼 활기차지는 않지만, 한 사장님을 통해서 우리 시장이 ’SNS 핫플레이스’가 되어가고 있어요. 이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정수시장을 찾는 관광객 수가 늘고 있다. 강북구청의 관광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정수시장 월 방문객 수는 평균 4,200명이었으나 2025년 월 방문객 수는 평균 8,600명으로 거의 2배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한봉구 사장의 정육점을 보고 왔다”라고 응답했다.


◇ 전문가 조언: “전통시장의 미래는 ’이야기’에 있다”
한국전통시장협회 회장 박종준(63세) 씨는 “한봉구 사장의 사례는 전통시장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더 이상 전통시장은 ’저렴한 물건을 사는 장소’가 아닙니다. ’이야기가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한 사장은 그 이야기를 SNS를 통해 전 국민에게 전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미래 전통시장의 모델입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한 사장의 나이를 지적한다. “70대의 할아버지가 SNS의 중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혁신입니다. 노년층의 경험과 지혜, 젊은층의 기술이 만날 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는 걸 보여줍니다”라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선종윤 연구원(박사)은 말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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