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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게 문을 닫고 일용직마저 구하지 못한 이들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침묵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pexels) |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골목 끝까지 줄이 늘어섰다.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시선을 바닥에 두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인다. 식판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이 줄은 단순한 배식 대기 줄이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도착한 마지막 안전망이다.
무료급식소 문이 열리기 전, 한 남성이 조용히 말했다. “예전에는 이 시간에 직원들 식사 챙기던 사람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던 그는 폐업 후 일용직을 전전하다 이곳에 오게 되었다. 처음 왔을 때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몇 번을 돌아갔다고 했다. “아직 일할 수 있는데 여기 서 있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급식소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다친 사람, 경비 일을 하다 계약이 끝난 사람, 그리고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서로의 사정을 묻지 않는다. 묻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운영자는 최근 2~3년 사이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고령층 비중이 높았는데 지금은 50대 초반, 40대 후반도 많습니다. 자영업 하시던 분들도 많이 오세요.”
후원으로 운영되는 구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같은 예산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식사의 양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줄의 길이는 계속 늘어난다.
무료급식소는 복지의 가장 마지막 단계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이미 여러 단계를 지나왔다는 의미다. 폐업, 구직 실패, 일용직 소득 감소. 그 끝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줄을 선다.
지자체에서도 일부 지원이 있지만 대부분의 운영은 민간 후원에 의존한다. 운영자는 말했다. “이용자는 늘어나는데 지원은 크게 늘지 않습니다.”
노동시장과 복지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는 지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연결하지 못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줄의 중간에 서 있던 한 사람이 말했다.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버티러 온 겁니다.”
무료급식소의 줄이 길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빈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 경제의 붕괴, 자영업 구조의 변화, 노동시장의 불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통계보다 빠르게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가게 문을 닫고, 일용직으로 밀려나고, 그리고 결국 이 줄 앞에 선다. 이 이동 경로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다. 식사가 배식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빠르게 먹고 일어나는 사람이 많다.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쉬는 공간이 아니라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한 중간 지점이기 때문이다.
한 이용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오래 남았다.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 무료급식소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곳이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식사가 아니라 일자리다. 인간다운 노동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실업률을 숫자로 확인한다. 그러나 무료급식소 앞에 선 줄의 길이는 숫자로 잡히지 않는다. 그 줄이 길어질수록 사회의 안전망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신호다. 일하는 사람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회와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사회의 차이는 정책에서 시작된다.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각 지자체는 결식 예방을 위한 급식 지원 사업과 함께 자활근로·공공일자리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급식소 이용자도 주민센터 상담을 통해 자활사업, 긴급복지지원,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결될 수 있어 생계와 일자리 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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