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10명 중 8명 "주 4.5일제 도입되면 폐업 고려"
인건비 17% 추가 상승 전망… 연 매출 3억 원 미만 업체 타격 집중
"근로 시간 단축은 대기업 중심… 소상공인 현실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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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국회 앞에서 주 4.5일제 반대 집회를 벌이는 소상공인들. (사진 = 챗GPT) |
주 4.5일제(주 36시간 근무)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소상공인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월 여당 의원 23명이 공동 발의한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후, 대한소상공인총연합회를 중심으로 '100만인 서명 반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법안은 현행 주 40시간(주 5일) 근무를 주 36시간(주 4.5일)으로 단축하되, 2027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 2029년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상공인계는 "인건비 추가 부담이 연간 17% 이상 증가해 영세 사업장의 존립을 위협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 소상공인 82% "주 4.5일제 시행되면 폐업 고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82.1%가 "주 4.5일제가 전 사업장에 시행되면 폐업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인건비 인상분을 가격에 전가하겠다"는 응답은 61.4%, "직원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54.7%였다(복수 응답).
서울 종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 모 씨(49)는 "직원 3명에게 하루 4시간씩 일을 줄이면 월 인건비가 120만 원 이상 늘어난다"며 "이미 최저임금 인상으로 허덕이는데 근무 시간까지 줄이라니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음식점·카페·편의점 등은 영업시간이 곧 매출이다. 주 4.5일제는 대기업에는 가능하지만 소상공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인건비 17% 추가 상승 전망… 연 매출 3억 미만 업체 직격탄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소상공인의 평균 인건비는 현재 대비 17.2%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근무 시간이 줄어든 만큼 추가 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직원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 매출 3억 원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에게 타격이 집중된다. 이 규모 업체의 평균 인건비 비중은 매출의 28.3%인데, 주 4.5일제 시행 시 33.2%로 높아진다. 영업이익률이 5~7%인 업체라면 인건비 증가분만으로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주 4.5일제로 인해 추가 발생하는 소상공인 인건비 총액은 연간 약 12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5년 소상공인 정책자금 총액(11조6,000억 원)을 초과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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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인력 부족으로 혼자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소규모 식당 사장님. (사진 = 챗GPT) |
◇ 찬성 측 논리… "근로 시간 단축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진다"
법안 발의자인 여당 의원실은 "근로 시간 단축은 OECD 평균에 맞추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반박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2024년 기준)으로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56시간 많다.
찬성 측은 "근로 시간이 줄면 여가 시간이 늘어 외식·쇼핑·문화 소비가 증가해 결국 소상공인에게도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프랑스가 주 35시간제를 도입한 뒤 외식 산업 매출이 12% 증가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소상공인 측은 "한국과 프랑스의 외식 문화·인건비 구조·사회보장 수준이 다른데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반박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주 4.5일제 시행 시 소상공인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 전망(23%)보다 부정 전망(54%)이 2배 이상 높았다.
◇ "단계적 도입과 소상공인 보완 대책이 관건"
전문가들은 근로 시간 단축의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소상공인에 대한 충분한 보완 대책 없이 일률적 시행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 모 교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 유예 기간을 충분히(최소 5년) 부여하고, 전환기 인건비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보완 대책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 5년 유예 ▲전환기 인건비 보조금(월 최대 50만 원, 2년간) ▲소상공인 업종별 유연 근무 모델 개발 ▲주 4.5일제 대비 자동화·무인화 설비 투자 지원 등이 제안됐다.
주 4.5일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780만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한 채 근로 시간 단축만을 밀어붙이면, 고용 축소와 폐업 증가라는 역효과를 피할 수 없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격차를 인정하고, 차등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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