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고] 자영업 해체를 노동 정책으로 품지 못하는 사회

이달의 현장르포 / 노금종 기자 / 2025-11-05 1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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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공백 앞에 무력해진 직업훈련 제도의 현실
▲ 수십 년간 칼이나 집기를 잡던 손에 이제는 망치와 삽이 들렸다. 자영업 경력이 지워진 자리에는 낯선 현장 용어와 육체적 고단함이 대신 들어선다.(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새벽 공기가 아직 어두운 시간, 인력사무소 앞 골목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 안전화를 손에 든 사람, 아직 평상복 차림인 사람까지 서로 다른 삶이 한 줄로 서 있었다. 어제까지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도 그 줄 안에 섞여 있었다.

“요즘 자영업 하시던 분들 많이 옵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의 말이다. 경기 침체 이후 줄의 길이가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건설 현장에서 오래 일하던 사람들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음식점, 카페, 소매점을 하던 사람들이 새벽을 함께 기다린다.

번호가 불려야 하루가 시작된다. 불리지 못하면 그대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말이 없다. 그날의 소득이 0원이기 때문이다. 폐업 후 일용직으로 나온 김 씨(52)는 말했다. “가게 할 때는 매출이 없어도 문은 열고 있었죠. 지금은 일이 없으면 하루가 통째로 비어요.”

하루 평균 수입은 10만 원 안팎. 많아 보이지만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남는 돈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일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달을 계산하면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보다 소득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와 지자체에는 일용직과 실업자를 위한 제도가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공공근로,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이름의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있는 건 알지만 신청 방법을 몰라요.” “조건이 안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기간이 너무 짧아요.”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한 상담사는 말한다. “제도는 많습니다. 문제는 생계 공백 없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공일자리는 대부분 단기 사업이다. 몇 달 근무 후 다시 대기 상태로 돌아간다.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안정적인 생계를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지자체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던 박 씨(58)는 이렇게 말했다. “일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나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제도도 있지만 현실의 벽이 있다. 훈련을 받는 동안 생활비를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당장 오늘의 식비와 월세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에게 미래를 위한 교육은 선택하기 어려운 길이다.

인력사무소 앞 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나이도 높아지고 있다. 관계자는 자영업 폐업자의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가게 접고 바로 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현장 경험이 없어서 일이 더 제한됩니다.” 일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일할 기회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정책은 존재하지만 삶까지 연결되지 않는다. 제도는 신청해야 시작되지만, 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정보를 얻을 시간도, 준비할 여유도 없다.

고유가와 고금리 시대에 폐업은 늘고 있다. 그들이 흘러오는 곳이 바로 이 새벽의 대기실이다. 그러나 이 이동은 실업 통계에 온전히 잡히지 않는다. 자영업의 붕괴는 노동시장으로 흡수되고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분리되어 있다.

줄의 끝에 서 있던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일용직을 위한 제도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제도가 인간다운 삶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기 일자리 공급을 넘어 생계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오늘도 번호가 불리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불리지 못한 사람은 내일을 기다린다.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일정 요건 충족 시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자체 공공근로·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은 각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모집 공고를 확인할 수 있으며,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해 직업훈련·일자리 연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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