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이후의 삶을 지탱할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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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은 순간 소득은 끊겼고 빚만 남았는데, 제도 안에서는 실업자 혜택을 못받고 있다.(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
가게 문을 닫은 지 일주일째 되던 날, 그는 처음으로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았다. 어제까지 사장이었던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사업자등록증 폐업 사실증명서와 신분증, 그리고 아무 계획도 없는 하루였다.
센터 입구에는 번호표 기계가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버튼을 눌렀다. 종이 한 장이 손에 쥐어졌다. 그 순간 그는 ‘대표님’이 아니라 ‘구직자 대기번호’가 되었다.
대기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정장을 입은 사람, 작업복 차림의 사람, 나이가 지긋한 사람,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 그 사이에 앉아 있으면서도 그는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실업자는 맞지만 근로자는 아니었다.
상담 창구에서 들은 말은 짧았다. “대표님은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없어서 실업급여 대상이 아닙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의 의미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게 문을 닫은 순간 분명히 소득은 끊겼고 빚만 남았는데, 제도 안에서는 실업자가 아니었다.
근로자는 실업급여를 받는다. 기업은 구조조정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폐업한 소상공인은 개인의 선택으로 남는다. 시장의 위험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일로 정리된다.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임의가입 구조다.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하고, 당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래의 안전망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가입률은 낮다.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폐업 이후 아무 제도에도 연결되지 않는다.
센터를 나와 계단에 앉았다. 실업자는 맞는데 실업급여 대상은 아니었다. 장사를 접은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자리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고유가 시대다. 전기료는 올랐고 원재료 값은 뛰었고 금리는 높아졌다. 폐업은 늘어나고 실업자는 증가한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폐업은 통계의 실업으로 잡히지 않는다. 정책의 보호 대상에서도 비켜 서 있다.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것은 매출을 올려주는 지원금의 문제가 아니다. 폐업 이후에도 생계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사회 안전망의 문제다. 한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지 않는 정책의 문제다.
우리는 실업률을 걱정한다. 그러나 폐업률이 곧 실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외면한다. 근로자만 보호받는 사회인지, 일하는 모든 사람이 보호받는 사회인지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센터를 나서며 그는 번호표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그 종이는 상담 순서를 기다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자신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았다.
가게는 사라졌고, 직장은 없고, 실업급여는 대상이 아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분명히 일을 했는데, 보호받는 노동이 아니었구나.”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임의가입 제도를 통해 폐업 이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으나, 가입 시점과 납부 기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폐업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해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과 직업훈련 과정은 이용할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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