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 폐업률 15.3%, 음식점업 14.1%… 내수 침체에 직격탄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심화… 지방 소도시 폐업률 18.2%로 '상권 소멸' 우려
"지금은 위기를 넘어 구조적 전환기"… 전문가 대응 방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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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폐업이 잇따르며 공실이 늘어난 상가 거리 모습. (사진 = 챗GPT) |
2025년 상반기 소상공인 폐업률이 역대급 수준에 도달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6월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소상공인 폐업 신고 건수는 47만8,000건으로 전년 동기(39만2,000건) 대비 21.9% 급증했다. 전체 소상공인 대비 폐업률은 12.7%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3.1%)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업의 직접적 원인은 장기화된 내수 침체다. 2024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1.1%에 그쳤고, 2025년 1분기에는 0.3%로 더 둔화됐다. 고금리 장기화(기준금리 3.0%)에 따른 가계 소비 위축,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 감소가 소상공인의 매출을 직격했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의 타격이 가장 컸다.
◇ 업종별 분석… 소매업 15.3%, 음식점업 14.1% '최악의 상반기'
업종별로는 소매업 폐업률이 15.3%로 가장 높았다. 온라인 쇼핑 확대로 오프라인 소매점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된 데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체인의 시장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영세 소매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유통학회 조사에 따르면 동네 슈퍼마켓의 평균 일매출은 2019년 127만 원에서 2025년 83만 원으로 34.6% 감소했다.
음식점업 폐업률은 14.1%로 뒤를 이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 식재료비 상승(전년 대비 7.2%), 인건비 증가(최저임금 1만30원)가 삼중고로 작용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다 5월에 문을 닫은 정 모 씨(52)는 "월 매출 3,500만 원에 식재료비 1,200만 원, 인건비 900만 원, 임대료 500만 원, 배달앱 수수료 400만 원을 빼면 남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생활서비스업(세탁·미용·수리 등) 폐업률도 11.8%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인 가구 확대로 셀프 서비스 수요가 늘고, 프랜차이즈 대형 매장과의 경쟁에서 밀린 영세 업체들의 퇴출이 가속화됐다.
◇ 지역별 격차… 지방 소도시 '상권 소멸' 현실화
지역별 폐업률 격차도 심각하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폐업률은 10.4%인 반면, 비수도권은 15.1%로 약 5%포인트 차이가 났다. 특히 인구 10만 명 미만 소도시의 폐업률은 18.2%에 달해 '상권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북 남원시에서 30년간 잡화점을 운영해온 김 모 씨(67)는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고 노인만 남았다. 하루 손님이 10명도 안 되는 날이 태반"이라며 "이 골목에 10개 있던 가게가 3개밖에 안 남았다"고 전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인구 감소 지역(89개 시·군·구)의 소상공인 수는 2019년 대비 23.7% 줄었으며, 이 중 42%가 최근 2년 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지방 소도시의 상권 소멸은 지역 공동체 해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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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는 식당에서 장부를 확인하는 자영업자. (사진 = 챗GPT) |
◇ 폐업 소상공인의 이후… 68%가 재취업 실패
폐업 이후의 삶도 녹록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폐업 소상공인 추적조사'에 따르면 폐업 후 1년 이내 재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나머지 68%는 구직 활동 중(41%)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27%)로 분류됐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에도 평균 소득은 폐업 전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 폐업 소상공인의 재취업률은 21%로 30~40대(4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다 폐업한 이 모 씨(55)는 "2년간 빌린 돈 1억2,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데 취업이 안 된다. 배달 라이더를 시작했지만 월 200만 원도 벌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재기지원센터 관계자는 "폐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돼야 한다. 폐업 후 재취업·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기를 넘어 구조적 전환 필요"… 전문가 제언
전문가들은 현재의 폐업 증가를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경영학과 강 모 교수는 "인구 감소, 소비 패턴 변화,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통적 소상공인 영업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개별 업체의 생존 지원을 넘어 산업 구조 전체를 재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창업 전 시장성 분석 의무화 ▲과밀 업종 진입 규제 강화 ▲폐업 소상공인 재취업 연계 프로그램 확대 ▲디지털 전환 지원금 확대 ▲지방 상권 활성화를 위한 앵커 시설(공유 오피스·문화 공간) 유치 등이 제안됐다.
역대급 폐업률이라는 숫자 뒤에는 수십만 가정의 생계 위기가 있다. 소상공인 정책이 '창업 지원'에서 '생존·전환 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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