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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소상공인포커스 DB) |
가을이 한 단계 더 깊어지자 거리는 같은 시간에도 다른 온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낮 동안 남아 있던 열기는 빠르게 식었고, 가게들은 예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불을 켰다. 유리창에 비친 형광등 불빛이 길어졌지만 문을 여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발걸음은 계속 지나갔고, 머무는 시간은 짧아졌다.
분식집 사장은 튀김 반죽을 만들지 않았다. 어제 남은 재료를 버리면서 계산기를 두드린 뒤 내린 결정이었다. 기름을 끓여도 팔리지 않으면 그대로 손실이 된다. 그래서 오늘은 김밥 재료만 꺼냈다. 폐기가 적은 메뉴로 바꾼 것이다.
“이제는 얼마를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안 버리느냐예요.” 같은 거리에서 카페의 움직임은 전혀 달랐다. 좌석은 줄어들고 포장 동선은 넓어졌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만 배달 광고를 켜고 나머지 시간에는 꺼둔다. 매출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남기는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가게들의 계산법이 달라지고 있었다. 의류점은 매대 절반을 비웠다. 신상품 대신 할인 상품을 전면에 내놓았다. 이익률은 떨어지지만 현금이 먼저였다.
“요즘은 장사가 잘되느냐보다 통장에 돈이 있느냐가 더 중요해요.” 매출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결제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손님들은 물건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고 식당 앞에서 메뉴판을 한 번 더 보고 지나갔다. 소비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결정이 미뤄지고 있었다.
어떤 가게는 영업 시간을 줄였다. 전기료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른 가게는 영업 시간을 늘렸다. 점심 중심 매장이 저녁 메뉴를 만들고 조리 시간을 줄인 포장 메뉴를 늘렸다.
같은 매출 감소 구간에서도 누군가는 시간을 줄이고 누군가는 시간을 늘리고 있었다. 차이를 만든 것은 규모가 아니라 가게가 접속해 있는 시장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지금 거리에서 중요한 숫자는 오늘 매출이 아니라 입금 예정일이었다. 가게마다 계산기가 놓여 있었지만 계산하는 내용은 달랐다. 어떤 가게는 오늘 얼마를 벌었는지를 계산했고 어떤 가게는 오늘 얼마를 지켰는지를 계산했다.
가을 저녁의 공기는 차가워지고 있었지만 가게 안의 긴장은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 계절은 더 이상 회복의 시간이 아니었다. 여름의 적자를 메우고 연말을 준비하던 완충 구간이 아니라 현금이 멈추는 시험 구간이 되고 있었다.
분식집 사장은 메뉴판을 다시 붙였다. 튀김 대신 김밥과 라면만 남겨 둔 단순한 구성. 길 건너 카페에서는 포장 주문 봉투가 계속 쌓이고 있었다. 같은 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오늘을 통과하고 있었다.
■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
매출 감소기에는 매출 총액보다 ‘현금 입금 시점’을 기준으로 지출을 설계해야 한다. 카드·배달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원재료 발주일과 고정비 납부일을 입금 예정일 이후로 재배치하면 단기 자금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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