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분석] 프랜차이즈 폐점률 상승,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 구조 재점검 필요

기획/심층 / 이경희 기자 / 2025-05-23 11: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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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점 폐점률 14.2%… 3년 연속 상승
외식 프랜차이즈 폐점률 18.7%로 가장 높아… 편의점 9.3%보다 2배
가맹점주 73% "본사 지원 불충분"… 인테리어 강제·과도한 로열티 논란
공정위, 가맹사업 상생 가이드라인 강화 추진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폐업 안내문이 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진 = 챗GPT)

 

프랜차이즈 가맹점 폐점률이 3년 연속 상승하며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발표한 '2024년 가맹사업 현황'에 따르면,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연간 폐점률(해지·해제·만료 후 미갱신)은 14.2%로 전년(12.8%)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11.3%) 이후 3년 연속 오름세다.


업종별로는 외식 프랜차이즈 폐점률이 18.7%로 가장 높았고, 서비스업(15.4%), 교육(13.2%), 도·소매(10.8%), 편의점(9.3%) 순이었다. 브랜드별로는 폐점률이 30%를 넘는 브랜드도 47개에 달했다.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9만8,000개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신규 개점(5만1,000개)과 폐점(4만2,000개)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순증가는 미미했다. '들어오는 만큼 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 가맹점주 73% "본사 지원 불충분"… 상생 체계의 허점

프랜차이즈 폐점 증가의 이면에는 본사와 가맹점 간 불균형한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가맹점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73.2%가 "본사의 경영 지원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불만 사항 1위는 "인테리어 강제 교체"(56.8%)였다. 본사가 3~5년마다 인테리어 리뉴얼을 요구하는데, 비용(평균 3,000만~1억 원)은 전액 가맹점주 부담이다. 2위는 "과도한 필수 매입 물품"(48.3%), 3위는 "인근 지역 동일 브랜드 과다 출점"(43.7%), 4위는 "로열티 대비 낮은 지원 수준"(39.2%)이었다.


서울 강서구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다 2024년 폐점한 구 모 씨(45)는 "가맹비 3,000만 원, 인테리어 1억2,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2년 만에 같은 브랜드가 500m 거리에 또 입점했다"며 "매출이 40% 급감해 결국 문을 닫았다. 본사는 책임지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 본사 측 입장… "시장 경쟁 격화와 비용 상승이 원인"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폐점률 상승의 원인이 본사의 정책이 아니라 거시 경제 환경에 있다고 반론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고물가·고환율·소비 위축 등 외부 요인이 가맹점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본사도 원자재 공급 가격 인하, 마케팅 지원 강화 등 가맹점 지원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는 자체적으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치킨 프랜차이즈 A사는 경영난을 겪는 가맹점에 6개월간 로열티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며, 커피 프랜차이즈 B사는 가맹점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마케팅비를 50% 지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생 노력은 일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한정되어 있으며, 중소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상당수는 여전히 가맹비와 물류 마진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협의회 회의 현장. (사진 = 챗GPT)


◇ 공정위, 가맹사업 상생 가이드라인 강화 추진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상생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동일 브랜드 인접 출점 시 기존 가맹점 동의 의무화(현행 거리 제한 규정 강화), 인테리어 교체 주기를 최소 7년으로 제한, 로열티 산정 기준 투명 공개 의무화, 가맹점 폐점 시 위약금 상한 설정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은 본질적으로 본사와 가맹점의 동반 성장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며 "본사의 이익이 가맹점의 희생 위에 성립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자체를 무너뜨린다"고 강조했다.

◇ "프랜차이즈 생태계, 상생 없이는 미래 없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본사-가맹점 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종대 경영학과 정 모 교수는 "한국 프랜차이즈의 수익 구조는 '가맹비+물류 마진' 중심으로, 본사가 가맹점의 성공보다 신규 출점에서 수익을 얻는 모델"이라며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사는 '성과 공유형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되, 가맹점 매출이 하락하면 본사도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이런 모델에서는 본사가 가맹점의 매출 증대에 진지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4.2%의 폐점률 뒤에는 수만 명의 가맹점주가 인생의 전부를 건 투자를 잃어가는 현실이 있다.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상생'이 구호가 아닌 사업 모델의 핵심이 되어야 할 때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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