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자영업자 연평균 매출 3,120만 원, 월 순이익 87만 원… 최저생계비 미달
부채율 140.3%, 평균 부채 7,800만 원… "빚으로 버티는 노년"
"은퇴 후 갈 곳 없어 창업"… 생존형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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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한적한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고령 자영업자. (사진 = 챗GPT) |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210만 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5월 발표한 '2025년 1분기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11만3,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554만2,000명)의 38.1%를 차지했다. 2015년(147만 명) 대비 43.7% 증가한 수치로, 자영업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고령 자영업자의 경영 실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60세 이상 자영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 자영업자 경영실태조사'에서 연평균 매출은 3,120만 원, 월 순이익은 87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1인 가구 최저생계비(월 113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 부채율 140%… "빚으로 생존하는 노년"
고령 자영업자의 재무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조사 대상의 평균 부채는 7,800만 원으로, 자산(5,560만 원) 대비 부채율이 140.3%에 달했다.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순부채 상태'인 셈이다. 부채의 구성을 보면 사업자 대출(52.3%), 개인 신용대출(27.8%), 카드 대출(11.4%), 지인 차입(8.5%) 순이었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율이 47.8%로, 전체 자영업자 평균(42.3%)보다 높았다. 연체 경험률은 22.1%로, 5명 중 1명 이상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경기 광명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최 모 씨(68)는 "은행 대출 4,000만 원, 캐피탈 대출 2,000만 원이 있다. 월 이자만 65만 원인데 순이익이 80만 원"이라며 "이자 내고 나면 식비밖에 안 남는다. 국민연금은 월 38만 원이라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 "은퇴 후 갈 곳 없어 창업"… 생존형 자영업의 현실
고령 자영업자 급증의 근본 원인은 노후 대비 부족과 재취업 기회의 부재다. 조사에서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창업 동기 1위는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46.7%)였고, "생활비가 부족해서"(31.2%), "평생 해온 일이라서"(14.3%) 순이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4세이며, 퇴직금과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불가능한 '연금 공백기'(퇴직~연금 수령)가 평균 12.6년에 달한다. 이 공백기에 퇴직금으로 치킨집, 분식점, 편의점 등 '생존형 창업'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사업 경험이나 전문성 없이 창업한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고령 자영업자의 57.3%가 "창업 전 해당 업종 경험이 없었다"고 답했고, 68.9%는 "창업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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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시니어 소상공인 디지털 경영 교육 현장. (사진 = 챗GPT) |
◇ 정부, 고령 자영업자 맞춤 지원 확대
정부는 고령 자영업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60세 이상 소상공인 전용 '시니어 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을 편성하고, 연 2.0%의 저금리로 업체당 최대 3,000만 원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또한 '시니어 소상공인 경영 컨설팅' 프로그램을 신설해,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 세무·회계 지원, 메뉴·상품 개선 컨설팅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올해 1만 명을 대상으로 운영하며, 전국 62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폐업을 결정한 고령 자영업자를 위한 '시니어 전환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폐업 점포 정리 비용 지원(최대 250만 원), 재취업 연계(시니어 인재은행),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전환 컨설팅 등을 통해 사업을 접은 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 "고령 자영업 문제, 노후 보장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필요"
전문가들은 고령 자영업 문제가 단순히 창업 지원이나 폐업 지원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한국 사회의 노후 보장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 모 교수는 "고령 자영업의 급증은 연금 제도의 실패, 중장년 재취업 시장의 부재, 자산의 부동산 편중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기초연금 현실화, 중장년 전직 지원 강화 등 노후 소득 보장을 두텁게 해야 '먹고살기 위한 창업'이 줄어든다"며 "자영업을 은퇴 후 마지막 선택지가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준비해서 하는 직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210만 고령 자영업자의 삶에는 한국 사회의 노후 현실이 응축되어 있다. 월 87만 원의 순이익으로 빚을 갚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근본적 재설계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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