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 로켓배송에 밀린 동네 슈퍼… 골목 소매업 폐업률 5년 새 2배

소상공인24 / 이경희 기자 / 2026-04-08 15: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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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슈퍼 폐업률 5년간 100% 증가… 2020년 대비 2배 폐업
▶ 로켓배송, 쿠팡 프레시 등 당일배송 서비스가 슈퍼 고객 대폭 이탈
▶ 슈퍼 사업자 고령화로 후계자 없이 폐업하는 악순환 심화
▶ 지역 공동체 기능 상실… “할머니가 모여서 수다 떨던 공간도 사라진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폐업한 슈퍼가 늘어나는 골목 상권. (사진 = 제미나이)

 

 

◇ “당일배송이 슈퍼를 죽인다”… 동네 슈퍼의 급속한 쇠락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동네 골목은 슈퍼마켓의 영역이었다. 장을 보러 나온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슈퍼 앞에서 즉석밥과 음료를 사 먹었다. 슈퍼는 단순한 생필용품 판매처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 풍경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국 골목 슈퍼는 약 35,000곳이었다. 2025년 말 현재는 약 17,500곳으로 정확히 절반이 사라졌다. 5년 사이에 50% 폐업한 것이다.


더 정확히는, 2021~2023년 사이에 폐업 속도가 가팔랐다. 특히 2023년에는 한 해만에 약 8,000곳의 슈퍼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는 하루에 22곳의 슈퍼가 없어진다는 계산이다. “슈퍼 폐업의 가장 큰 원인은 쿠팡이다”는 것이 현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쿠팡 프레시 서비스가 본격화된 2020년 이후로, 골목 슈퍼의 폐업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전의 폐업 속도가 연 1,000~2,000곳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연 5,000~8,000곳 수준이다.


경주의 오래된 골목에서 32년간 슈퍼를 운영했던 정 모 씨(67)는 지난 1월 가게 문을 닫았다. “정말 견디다 못해서 폐업했다”고 그는 말했다. “쿠팡은 새벽배송으로 우유, 계란, 간식 같은 우리 주요 상품들을 싼값에 팔아준다. 고객들이 다 그쪽으로 간다”며 “아들도 이 장사는 못 한다고 한다”고 한탄했다.


◇ “새벽 6시에 배송, 골목 슈퍼와 경쟁이 안 된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쿠팡 가입 회원은 2020년 1,000만 명대에서 2025년 현재 약 4,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정기배송 이용자는 월 평균 1,200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배송 속도다. 쿠팡 로켓배송은 새벽 6시 이전에 상품을 배송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밤 11시에 주문해서 아침 6시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편의성 앞에서 동네 슈퍼는 경쟁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오전 9시쯤 문을 연다. 그런데 손님들은 이미 새벽배송으로 필요한 것들을 다 받아 놨다”고 설명하는 것은 서울 성북구의 슈퍼 사장 조 모 씨(61)다. “우리 슈퍼는 응급상황이나 갑자기 필요할 때만 찾는 곳이 되었다”며 “그런 고객은 일주일에 1~2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의 수익성은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골목 소매점 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골목 슈퍼의 평균 월 매출은 약 1,000만 원대다. 10년 전의 월 2,500만 원대와 비교하면 60% 감소했다.


이 중에서 원가를 빼면, 사장의 순이윤은 월 150만 원 수준이다. 여기서 월세(약 300~500만 원), 직원 급여(있을 경우 400~600만 원) 등을 내야 한다. “순이윤이 음수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고령의 사업주가 운영하는 골목 슈퍼의 현재 모습. (사진 = 제미나이)


 

◇ “아들한테 물려줄 가게가 아니다”… 후계자 없는 악순환
슈퍼의 쇠락을 가속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사업자의 고령화다. 현재 골목 슈퍼 운영자의 평균 나이는 61세다. 10년 전의 52세와 비교하면 약 10살 늘어났다. 이는 젊은 세대가 슈퍼 사업을 꺼리고 있다는 뜻이다.


“아들이 엄마는 왜 그런 장사를 하냐고 묻는다”고 하는 것은 인천의 슈퍼 사장 이 모 씨(59)다. “내가 30년 해온 장사인데, 지금은 미래가 없어 보인다”며 “아들한테 물려주고 싶어도 물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슈퍼 사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답한 사업자는 전체의 약 12%에 불과했다. 88%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 또는 “물려줄 형편이 못 된다”고 답했다.


“아무리 좋은 위치의 슈퍼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투자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하는 것은 경제학자 신 모 박사(55)다. “수익성이 낮고, 미래의 전망도 어둡다”며 “따라서 젊은 세대는 슈퍼 사업보다는 다른 업종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 “슈퍼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공동체 기능”… 사라지는 사회적 자산
더 큰 문제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선다. 슈퍼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할머니들의 만남의 장소, 아이들의 학용품을 사는 곳, 이웃사람들과 소식을 나누는 곳이었다.


서울 종로구의 주민 협의체에서 일하는 박 모 씨(56)는 “골목 슈퍼가 없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모일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할머니들이 슈퍼에서 만나서 수다를 떨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웃이 나서는 관계가 깨진다”며 “그건 통계로 잡을 수 없는 손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슈퍼의 역할을 단순한 상업적 기능을 넘어 사회적, 공동체적 의미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김 모 교수는 “골목 슈퍼의 폐업은 단순히 소상공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 공동체 해체의 신호”라며 “정부의 장기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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