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은 성과 위주, 금융은 안정 위주... 엇갈리는 정책 지표의 함정
대만 NDC의 교훈... 집행보다 중요한 건 정책 간의 '조율'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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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금융, 수출, 인력 정책이 각자의 지표에만 매몰되지 않고 국가 차원의 큰 설계도 안에서 통합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이 완성될 수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벡스코 제공) |
정책이 실패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제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이 반복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정책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산업 정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기술 개발 정책이 있고 수출 지원 정책이 있으며 금융 지원 정책과 인력 정책도 있다. 각각의 정책은 목적이 다르고 담당 부처도 다르다. 문제는 이 정책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술 개발 정책은 기술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된다. 수출 정책은 수출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금융 정책은 대출 규모와 안정성을 기준으로 운영된다. 인력 정책은 고용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각각의 정책은 자기 목표에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산업 전체 전략과 연결되지 않으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 부처별 칸막이에 갇힌 한국 산업 정책, 통합적 컨트롤타워 절실
이런 구조에서는 정책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산업 전략이 흐려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지원 사업이 존재하지만 그 사업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기술 지원을 받아도 시장 진입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고 금융 지원을 받아도 수출 전략과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대만 산업 정책의 특징은 이러한 분절을 줄이려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만에서는 산업 정책이 단순히 한 부처의 사업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국가 단위의 산업 전략 안에서 여러 정책이 연결된다.
대표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 국가발전위원회(NDC)다. 이 기관은 정책을 직접 집행하기보다는 산업 전략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기술 정책과 무역 정책, 산업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이 구조에서는 정책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한다. 기술 개발 정책은 특정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계되고 수출 정책은 그 산업이 해외 시장에 진입하도록 연결된다. 금융 정책 역시 같은 산업 전략을 기준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책이 여러 개의 사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술과 시장, 금융과 인력 정책이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책이 아니라 산업 전략이 작동하는 것이다.
한국 산업 정책에서는 이러한 통합 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부처별로 정책이 나뉘어 있고 정책 평가도 부처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책이 나뉘어 있으면 산업 전략도 나뉘어 작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한 정책은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지만 다른 정책은 규제를 강화해 기업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기업은 서로 다른 정책 사이에서 방향을 찾기 어려워진다.
산업 전략은 정책을 많이 만든다고 형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정책이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전략이 만들어진다. 기술 정책과 금융 정책, 수출 정책과 인력 정책이 서로 이어질 때 산업 경쟁력이 축적된다.
대만이 보여 준 것은 특정 정책의 성공이 아니라 정책을 연결하는 구조의 중요성이다. 산업 전략은 한 부처의 정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러 정책이 하나의 설계 안에서 움직일 때 산업은 방향을 갖게 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정책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산업 전략을 만들고 있는가.
소상공인포커스 / 김경훈 대기자 kkh429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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