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가맹점 과밀출점 실태조사 착수… 프랜차이즈 영업지역 가이드라인 마련

이슈추적 / 이경희 기자 / 2025-03-13 11:21:53
  • 카카오톡 보내기
공정거래위, 주요 프랜차이즈 15개사 과밀출점 실태조사 전격 착수
같은 브랜드 매장이 500m 이내에 3~4개… 가맹점주 "본사가 경쟁자를 만들어"
편의점·치킨·커피 업종 과밀도 최고… 가맹점주 10명 중 6명 "매출 30% 이상 감소"
공정위, 영업지역 보호 가이드라인 연내 마련 예고… 업계 반발 vs 가맹점주 환영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한 블록 안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시내 상권의 모습. (사진 = 챗GPT)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프랜차이즈 15개사에 대한 '과밀출점 실태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같은 브랜드 매장이 인접 거리에 과도하게 출점해 기존 가맹점의 매출을 잠식하는 이른바 '과밀출점'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프랜차이즈 영업지역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점주 분쟁 상담 중 '과밀출점 관련 민원'은 2023년 1,240건에서 2024년 1,890건으로 52.4% 급증했다. 올해 1~2월에만 이미 480건이 접수돼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이 모 씨(41)는 "가맹 계약 때 '반경 500m 이내에 같은 브랜드 매장을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2년 만에 300m 거리에 새 매장이 들어섰다"며 "내 매출은 40% 떨어졌지만 본사는 가맹비만 늘리니까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 편의점·치킨·커피… '500m에 3~4개' 과밀 현실

과밀출점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종은 편의점·치킨·커피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수는 5만 5,000개로 인구 940명당 1개꼴이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주요 상권에서는 반경 500m 이내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3~4개 밀집해 있는 곳이 다수다.


치킨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전국 치킨 매장 수는 약 8만 7,000개로, 인구 590명당 1개다. 교촌·BBQ·BHC 등 상위 5개 브랜드의 매장 밀집도를 분석하면, 서울 주요 상권에서 같은 브랜드 매장 간 평균 거리는 불과 380m에 불과했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더 심각하다. 전국 카페 수는 10만 개를 넘었으며, 스타벅스·이디야·메가커피 등 상위 10개 브랜드의 서울 매장 밀집도는 평균 290m 간격이다. 서울 강남역 반경 1km 내에 스타벅스만 12개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맹점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58.7%가 "인근에 같은 브랜드 신규 매장이 들어온 이후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 감소분을 본사가 보전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72.3%에 달했다.

◇ 공정위 실태조사 핵심… "본사의 과밀출점 전략 검증"

이번 공정위 실태조사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 수를 늘리기 위해 기존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침해하는 '의도적 과밀출점' 여부를 집중 검증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사 대상은 매장 수 상위 15개 프랜차이즈 본사로,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커피 5사(스타벅스·이디야·메가커피·투썸·빽다방), 치킨 3사(교촌·BBQ·BHC), 기타 4사(파리바게뜨·맥도날드·한솥·본죽)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각 본사의 △신규 출점 심사 기준 △기존 가맹점 영업지역 보호 조항 △실제 매장 간 거리·매출 변동 데이터 △가맹점주 분쟁 처리 현황 등을 종합 점검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가맹사업법상 영업지역 보호 규정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같은 브랜드 매장이 바로 건너편에 신규 개업하는 것을 지켜보는 가맹점주. (사진 = 챗GPT)


◇ 업계 "출점은 시장 원리"… 가맹점주 "생존권 침해"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과밀출점 규제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매장 출점은 시장 수요에 기반한 자율적 경영 판단이며, 정부가 출점 위치를 규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 임원은 "소비자가 많은 곳에 매장을 내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라며 "과밀 여부의 기준을 누가 정하느냐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반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는 가맹비·로열티를 받으니 매장이 많을수록 이익이지만, 가맹점주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손해만 본다"며 "본사의 이익 추구를 위해 가맹점주의 생존권이 침해당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의 영업지역 보호 가이드라인이 어떤 수준으로 마련될지에 따라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가맹점주들의 생존권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 자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 해외 사례에서 해법 찾기… 일본·미국의 영업지역 보호 제도

해외에서는 이미 프랜차이즈 과밀출점을 규제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2002년부터 '중소소매상업진흥법'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가 기존 가맹점 반경 내에 신규 매장을 출점할 때 사전 통보 및 가맹점주 동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프랜차이즈 규칙'에 따라 가맹 계약서에 영업지역 보호(territorial exclusivity) 조항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현행 가맹사업법도 영업지역 보호 조항(제12조의4)이 있지만,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이를 가맹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공정위가 마련할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인 최소 거리 기준이나 매출 보전 의무가 포함될지 여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과밀출점 규제의 핵심은 '절대적 거리 제한'보다 '기존 가맹점 매출 영향 평가'에 있다"며 "신규 출점 시 기존 가맹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일정 수준 이상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 출점을 제한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 소상공인포커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