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경제] 전기세·가스비 폭등...소상공인은 왜 더 비싸게 쓰는가

소상공인 이슈&분석 / 서영현 기자 / 2025-04-21 15: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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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가스비 상승을 구조 관점에서 해석
에너지 비용의 한계 통해 리스크와 정책 공백 점검해야

▲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일반용이다. 매출은 줄어도 에너지 비용은 고정비처럼 유지된다.(사진 = 서영현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장사가 안 돼도 전기세는 줄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12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의 말이다. 한 달 전기요금이 400만 원을 넘었다. 가스요금은 전년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그는 묻는다. “대기업 공장은 산업용 전기 쓴다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비쌉니까?” 이 질문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한국의 전기요금 체계는 사용 목적에 따라 산업용, 일반용, 주택용으로 구분된다.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일반용이다. 문제는 단가다. 산업용 전기는 상대적으로 낮고, 대기업은 대량 사용과 계약 구조를 통해 협상력을 가진다. 반면 소상공인은 협상력도, 선택권도 없다. 같은 전기를 쓰지만 출발선은 다르다.

 

소상공인의 가장 큰 약점은 고정비 구조다. 손님이 줄어도 냉장고는 꺼지지 않고, 환기 시스템은 멈출 수 없다. 조명은 계속 켜져 있어야 한다. 매출은 줄어도 에너지 비용은 고정비처럼 유지된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 도매 전력단가 인상이 겹치면 결과는 단순하다. 매출은 줄어도 요금은 오른다.

 

 

▲ 소상공인이 자신의 계약 전력과 피크 전력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진 = 서영현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 매출 삼키는 에너지 고정비의 늪


요금 체계는 복잡하지만 설명은 부족하다. 많은 소상공인이 자신의 계약 전력과 피크 전력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계약 전력이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어도 안내는 없다. 피크 시간대 동시 사용으로 기본요금이 올라가도 구체적 설명은 부족하다. 대기업은 에너지 담당 부서가 있지만 소상공인은 사장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격 전가의 어려움이다. 대기업은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떠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인상분은 마진 감소로 흡수된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존 구조의 문제다.


정부 지원 제도는 존재한다. 에너지 바우처, 노후 설비 교체 지원, 효율 개선 컨설팅 등이 있다. 그러나 현장 체감은 낮다. 절차는 복잡하고, 신청은 어렵고, 홍보는 부족하다. 정책이 존재해도 접근성이 낮으면 체감은 없다.

 

 

▲ 소상공인 전용 요금 구간 신설 검토, 계약 전력 자동 재산정 시스템 도입, 피크 분산 인센티브 제도, 집단 계약 모델 허용 등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사진 = 서영현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이쯤에서 분명히 짚어야 한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개별 사업자의 관리 실패가 아니다. 환율, 도매 단가, 요금 체계, 계약 구조, 협상력 차이가 겹쳐 만든 구조적 문제다. 소상공인은 가격 결정권이 약한 집단이지만 비용 상승의 부담은 가장 먼저 떠안는다. 이 균형은 공정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 재설계다. 소상공인 전용 요금 구간 신설 검토, 계약 전력 자동 재산정 시스템 도입, 피크 분산 인센티브 제도, 집단 계약 모델 허용 등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특히 집단 협상 구조는 개별 소상공인의 약한 협상력을 보완할 수 있다.


에너지 비용은 단순 고지서 문제가 아니다. 경쟁력의 기초다. 대기업은 산업용 단가를 적용받고 소상공인은 일반용 단가를 적용받는 구조 속에서 공정 경쟁을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절약을 넘어 요금 구조 자체를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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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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