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분석] 박사는 왜 더 이상 ‘전문 인력’으로 기능하지 않는가

소상공인 이슈&분석 / 서영현 기자 / 2026-05-11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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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확대, 인력 과잉, 그리고 작동하지 않는 지식 노동시장
고용 설계 없는 R&D 투자의 그늘, 인력 확보가 아닌 '인력 과잉'을 낳는 시스템
▲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 따라 박사급 인력 공급은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나, 과제 중심의 단절된 고용 체계와 산업 현장 간의 ‘구조적 불일치’로 인해 정작 지식 노동 시장은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학위가 높아질수록 선택지가 좁아지는 역설적 경로 상실과 연구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단속적 고용 구조는 결국 국가 지식 자산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어, 인력 양성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연구 노동 생태계’로의 전면적인 구조 재설계가 시급하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사진=AI 생성 이미지)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투자는 지난 수년간 빠르게 확대되어 왔으며, 정부 예산 증가와 과제 수주 경쟁은 연구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석·박사 과정은 자연스럽게 확대되었고, 연구 인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 연구 확대와 박사 인력 증가 / 출발점에서 이미 틀어진 균형
문제는 이 확대가 고용 구조와 함께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 인력은 공급 측면에서 빠르게 증가했지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안정적 고용 구조는 동시에 확장되지 않았다. 연구는 과제 단위로 확대되지만, 고용은 과제 종료와 함께 단절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인력은 축적되고, 시장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형성된다.


이로 인해 박사 인력은 연구실 내부에서는 증가하지만, 연구실 외부에서는 정체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공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수요는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연구는 확대되지만, 고용은 구조적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출발점에서 이미 균형이 무너진 상태가 고착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박사 양성은 인력 확보가 아니라 구조적 과잉을 만든다.


인터뷰 (박사 과정P씨), “연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졸업 이후를 보면 자리가 많아진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선배들이 계속 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면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개인 능력이 아니라, 구조의 설계 단계에서 시작된다.

● 연구 경험의 축적과 노동시장 단절
박사 과정에서 축적되는 역량은 매우 구체적이며 고도화되어 있다. 연구 설계 능력, 데이터 해석, 논문 작성, 문제 해결 능력 등은 일반적인 직무 역량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은 특정 연구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연구실이라는 구조 안에서 축적된 경험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즉시 적용 가능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차이는 취업 과정에서 중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은 일정 기간의 적응 없이 바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는 반면, 연구 인력은 장기적인 연구 환경 속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며, 경력이 길어질수록 일반 노동시장과의 연결성은 점점 약해지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연구는 축적되지만, 노동시장과의 연결은 약화되며 전문성은 강화되지만, 적용 가능한 영역은 오히려 좁아진다. 연구 경험이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 전문성은 부담으로 전환된다.

● 전문성과 고용의 분리 / 지식은 남고 구조는 사라진다
박사는 사회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력으로 평가되지만, 이 전문성은 안정적인 고용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 연구는 수행되지만, 고용은 계약 형태로 유지되며, 장기적 안정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특징은 전문성과 고용이 분리된 상태다. 연구 역량은 유지되고 심화되지만, 그 역량을 기반으로 한 직업 구조는 점점 약화된다.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는 경력이 축적될수록 안정성이 강화되지만, 박사 인력의 경우에는 경력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다음 단계로의 이동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식은 축적되지만, 그것을 유지할 구조는 약화된다. 전문성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문성을 확보한 인력이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는 결국 지식 기반 자체를 약화시킨다.

● 연구직 구조 / 상시 필요와 비상시 고용의 공존
연구는 산업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서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기술 개발, 혁신, 정책 설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직의 고용 구조는 이러한 필요성과 일치하지 않는다. 연구는 상시적으로 필요하지만, 연구 인력은 과제 단위로만 고용되며, 과제가 종료되면 고용도 함께 종료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 구조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도, 연구 노동은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는 모순된 상태를 만든다.

 

연구는 지속되지만, 고용은 단속적으로 반복된다. 필요한 직업이지만, 안정된 직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결국 연구 인력의 이탈을 만든다. 인터뷰 (연구원 G씨) “연구는 계속 이어지는데, 계약은 계속 끊깁니다. 연구를 하면서도 다음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입니다.“ 연구는 연속적이지만, 노동은 단절적으로 반복된다.

● 경로 붕괴 / 이동 구조 자체의 상실
박사 인력의 문제는 취업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경로의 문제다. 과거에는 박사 → 교수 → 연구기관이라는 일정한 경로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이 경로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연구실에서 산업으로, 또는 공공기관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약한 상태에서 개인은 스스로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변수는 시간이다.


연구 경력이 길어질수록 일반 노동시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며, 경력의 연속성이 끊기는 상황이 나타난다. 경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연결 구조의 붕괴다. 이 구조에서는 준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로 작동한다. 인터뷰 (박사 연구원 E씨) “연구를 오래 할수록 선택지가 넓어지는 게 아니라 줄어듭니다. 갈 수 있는 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경로의 불명확성이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 기업 수요와 연구 인력의 구조적 불일치
기업과 연구실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인력을 평가한다. 기업은 실용성과 조직 적응력을 기준으로 인력을 판단하는 반면, 연구실은 깊이와 축적을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교육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과 연구 시스템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연구 인력은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즉시 활용 가능한 인력으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업은 적용 가능한 인력을 요구하고, 연구는 축적된 지식을 생산한다. 이 불일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연결되지 않는 두 시스템이 노동시장 단절을 만든다.

● 구조적 역설 / 연구 증가와 취업 감소의 동시 발생
현재 상황은 하나의 역설로 설명된다. 연구는 확대되고, 인력은 증가하지만, 취업은 감소한다. 이 현상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연구는 프로젝트 단위로 확장되지만, 고용은 그에 맞춰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인력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만, 이를 흡수할 구조는 형성되지 않는다. 연구 확대는 취업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구조가 연결되지 않으면 성장은 불균형을 만든다. 이 불균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화된다.

● 지식 노동시장 붕괴
박사 노동시장의 문제는 취업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 구조와 노동 구조가 분리된 상태에서 지식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사는 계속 배출되고, 연구는 확대되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사 인력이 남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인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변화는 개별 문제가 아니라 지식 노동 전체의 방향이다. 지식은 축적되지만, 시장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상황은 이미 진행된 구조적 붕괴다. 박사 문제는 취업이 아니라지식 노동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결과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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