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창업 기업의 딜레마, 연구의 심화보다 외형 성장에 매몰된 '기술 특례'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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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특례 상장이 연구개발 자금 조달의 단비가 되어주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술의 '검증'보다 '기대감'을 먼저 시장에 파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하며 바이오 기업의 본질적인 연구 역량 축적을 저해하고 있다. 상장과 동시에 시작되는 분기별 성과 압박과 투자 회수 시계는 장기적 임상 설계보다 단기적 사업 확장을 강요하며, 결국 '기술의 완성'이 아닌 '기대의 관리'에 자원을 낭비하게 만드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노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입니다.(사진=pexels) |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 상장을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상장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장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 선택은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기업의 연구 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기술 특례 상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 특례 상장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매출이나 이익이 부족하더라도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연구개발 중심 기업은 초기 단계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상장 기준으로는 자본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 제도는 기술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 분기 실적에 쫓기는 임상 시계, 장기 연구가 단기 커뮤니케이션에 밀려나는 비극
그러나 이 제도가 실제 산업 구조와 결합되는 순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투자 회수와 직접 연결되는 사건이며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자는 일정 기간 내에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기업은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기 이전 단계에서 상장을 추진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제도는 기술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자본의 시간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국내 사례를 보면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 특례 상장을 진행한 이후 기업 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상장 당시에는 기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이후 임상 과정에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불확실성이 드러나고 시장의 평가가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급격히 하락하기도 하고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연구를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일정 압박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상장 이후 기업은 분기 단위로 성과를 설명해야 하고 시장의 기대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인 연구보다 단기적으로 설명 가능한 결과를 우선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기술 개발의 방향이 시장 커뮤니케이션에 맞춰 조정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 사례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학 연구실 기반에서 출발한 일부 기업은 기술 특례 상장을 통해 빠르게 자본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후 연구의 축적보다는 사업 확장에 중심이 이동하면서 구조적 문제가 나타난 경우가 있다. 연구개발 기업으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 조직은 연구보다 외형 확대와 사업 다각화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핵심 기술의 검증 과정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대학 교수 출신 연구자가 창업한 기업 가운데 유전체 분석 기반 사업을 추진하며 기술 특례 상장을 진행한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연구 성과와 기술 가능성이 강조되었지만 상장 이후에는 연구의 심화보다 사업 확장과 외형 성장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면서 기대와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이 확대되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기 이전 단계에서 자본이 유입되고 조직이 확대될 경우 연구는 축적되기보다 분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특정 기업의 성패가 아니라 구조 자체에 있다. 연구자는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상장 기업은 시장의 기대와 자본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연구 이력과 제한된 데이터 상태에서 상장이 이루어질 경우 기업은 연구를 완성하는 조직이 아니라 기대를 관리하는 조직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환이 발생하는 순간 기술 개발의 속도와 방향은 자본 시장의 요구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기술 특례 상장은 기술 평가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로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된다. 문제는 이 기대가 임상과 같은 장기 과정과 결합될 때 발생한다. 임상은 단계별로 결과가 축적되며 그 과정에서 탈락과 선별이 반복된다. 그러나 시장은 이 과정을 충분히 기다리지 않고 단기적인 결과를 기준으로 평가를 조정한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와 시장이 요구하는 속도 사이의 간극이 상장 이후 더 크게 드러난다.
해외와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에서는 기업공개뿐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한 회수 구조가 활성화되어 있어 상장이 유일한 선택이 아니다. 임상 단계에 따라 기업이 인수되거나 공동 개발 구조로 전환되면서 자본 회수가 분산되고 기술 검증 과정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일본에서는 상장 이후에도 기업 내부에서 연구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 상장이 연구 방향을 급격하게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국내에서는 상장이 자금 조달과 동시에 투자 회수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면서 그 의미가 더욱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술 특례 상장은 연구개발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자본 시장의 시간과 결합되면서 기술 검증 이전에 기업이 시장에 노출되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연구와 시장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두 요구를 동시에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제도의 필요성이 아니라 검증 구조의 부재다. 기술을 평가하는 기준은 존재하지만 그 기술이 충분히 축적되고 검증되는 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술 특례 상장은 기술을 위한 제도지만 실제로는 검증 이전의 기대를 시장에 먼저 반영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
기술 특례 상장은 기술을 위한 통로다. 그러나 검증 구조가 함께 설계되지 않는다면 그 통로는 기술을 성장시키는 길이 아니라 기대를 먼저 상장시키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기대가 기술보다 앞서기 시작하는 순간 상장은 기회가 아니라 왜곡으로 작용하게 된다.
소상공인포커스 / 노금종 기자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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