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노란우산 가입 급증, 1월 2만5천 명 돌파… 불확실한 경기 속 자영업자 안전망 찾기

기획/심층 / 김영란 기자 / 2025-02-18 1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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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장기화에 '노란우산공제' 1월 신규 가입 2만5천 명… 전년 동월 대비 40% 급증
소득공제 혜택 확대와 폐업 시 목돈 수령 매력… 연 최대 600만 원 소득공제 가능
가입자 증가에도 중도 해지율 15% 유지… '여유 자금 부족' 해지 사유 1위의 아이러니
부분 인출·담보 대출 도입 논의 본격화… 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안전망 강화의 열쇠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노란우산공제 가입 서류를 검토하는 자영업자의 모습. (사진 = 챗GPT)

 

2025년 2월, 소상공인의 퇴직금 역할을 하는 '노란우산공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노란우산 신규 가입자 수가 2만5천 명을 돌파하며 전년 동월 대비 40% 급증했다. 누적 가입자는 190만 명을 넘어섰으며, 총 적립금 규모는 20조 원에 육박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폐업 공포가 확산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망 확보에 나선 것이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이 매월 5만~100만 원을 적립하면, 폐업이나 퇴임 시 목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연간 납입액에 대해 연 소득 구간별로 최대 5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져 절세 효과도 크다. 특히 2025년부터는 소득공제 한도가 종전 대비 100만 원 상향되어 연매출 4천만 원 이하 소상공인은 연간 600만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종합소득세율을 감안하면 최대 99만 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규모다.

◇ 가입자 급증의 이면… '불안이 만든 수요'

서울 송파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 모 씨(43)는 "주변에서 폐업하는 분들이 늘면서 불안해져서 가입했다"며 "한 달에 30만 원씩 넣고 있는데, 나중에 폐업하더라도 퇴직금처럼 받을 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중고차 매매상을 운영하는 윤 모 씨(50)도 "세금 환급 효과가 생각보다 커서 올해 초에 가입했다. 월 50만 원씩 넣으면 연말정산에서 꽤 큰 금액을 돌려받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사업본부장은 "가입자 증가의 가장 큰 동인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위기의식"이라며 "특히 30~40대 청년 자영업자의 가입이 전년 대비 55%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은 노란우산을 단순한 공제가 아닌 '자영업자의 퇴직연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입 경로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 창구를 통한 오프라인 가입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소상공인24 앱과 카카오톡 간편가입을 통한 온라인 가입이 60%를 넘어섰다.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자영업자 절세 꿀팁'이라는 제목으로 노란우산이 소개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이 급속히 높아졌다.

◇ 가입은 늘었지만 해지도 늘어… '악순환'의 그림자

그러나 동전의 이면도 있다. 노란우산의 중도 해지율이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지 사유 1위는 '운영 자금 부족(42%)'으로, 당장의 생존을 위해 적립금을 꺼내 쓰는 소상공인이 적지 않다. 이어 '폐업(28%)', '납부 여력 부족(18%)', '제도에 대한 불만(12%)'이 뒤를 이었다. 중도 해지 시에는 소득공제 혜택을 환수당하고 원금에 이자도 크게 줄어들어 사실상 손해를 보는 구조다. 특히 가입 후 1년 이내 해지하면 적립금의 100%만 돌려받고 이자는 전혀 없다.


광주에서 포장이사 업체를 운영하던 강 모 씨(47)는 지난달 노란우산을 해지했다. 3년간 월 20만 원씩 넣어 720만 원을 적립했지만, 매출 급감으로 임대료를 내지 못해 꺼낸 것이다. 강 씨는 "해지하니까 세금도 추가로 내야 했고, 결국 손에 쥔 건 650만 원 남짓이었다"며 "안전망이라고 들어갔는데 결국 마이너스"라고 한탄했다. 충북 청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배 모 씨(38)도 "코로나 때 가입했는데, 작년에 매출이 반 토막 나서 결국 해지했다. 3년간 넣은 돈에서 세금 토해내니까 남는 게 없었다"고 씁쓸해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노란우산 적립과 폐업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상공인의 딜레마를 상징하는 모습. (사진 = 챗GPT)


◇ 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시급… '부분 인출'과 '담보 대출' 도입 논의

전문가들은 "노란우산 가입 증가는 소상공인들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경영 위기 시 적립금의 일부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긴급 상황에서의 부분 인출 제도를 도입하면 해지율을 낮추고 실질적인 안전망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부분 인출 제도 도입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며, 적립금을 담보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적립금의 50% 범위 내에서 연 2% 이하의 금리로 긴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납입 유예 기간을 현재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며, 경영위기 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일본의 '소규모기업공제'는 한국의 노란우산과 유사한 제도인데, 적립금의 70~90%까지 저리 대출이 가능하고 일시적 납입 감액도 허용된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일본의 해지율은 5% 미만으로 한국(15%)의 3분의 1 수준이다.

◇ 비가 올 때 펼 수 있는 우산이 되려면

노란우산이 자영업자의 진정한 '안전 우산'이 되려면 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 비가 올 때 펼쳐야 하는 우산이, 정작 비가 오면 접어야만 하는 역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가입자가 늘어도 소상공인의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추문갑 회장은 "노란우산공제가 190만 가입자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넣을 때는 혜택을 주고, 어려울 때는 꺼내 쓸 수 있으며, 폐업할 때는 든든한 퇴직금이 되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제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여 가입자에게 더 많은 이자를 돌려주는 것도 장기 가입 유인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20조 원에 육박하는 적립금은 그 자체로 소상공인의 피땀이 응축된 결정체다. 이 돈이 어려울 때 소상공인의 등을 받쳐주는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소상공인의 눈높이에 맞춰 개선하는 작업이 2025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소상공인포커스 / 김영란 기자 supu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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