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서울시, 위기 소상공인 1,000명 선제발굴… 빅데이터로 매출 급감 업체 찾는다

기획/심층 / 이경희 기자 / 2025-02-11 1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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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빅데이터 분석으로 매출 급감 소상공인 선제 발굴 시스템 본격 가동
카드 매출·폐업 이력·신용 정보 등 다중 데이터 결합… '위기 단계별 맞춤 지원' 모델 구축
전국 최초 '소상공인 위기 조기경보 시스템'… 타 지자체 확산 가능성과 개인정보 우려 병존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파수꾼'이 될 수 있을까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빅데이터 분석 대시보드를 활용해 위기 소상공인을 발굴하는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 (사진 = 챗GPT)

 

2025년 2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 위기 조기경보 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이 시스템은 카드 매출 데이터, 국세청 신고 자료, 건강보험공단의 사업장 정보, 신용평가 정보, 임대차 계약 데이터 등 다중 빅데이터를 결합·분석하여 매출이 급감하거나 폐업 위험이 높은 소상공인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상반기 중 1,000명의 위기 소상공인을 찾아내 맞춤형 컨설팅과 금융 지원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경제실 관계자는 "기존에는 소상공인이 직접 위기 상황을 호소하고 지원을 신청해야 했지만, 이제는 데이터가 먼저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우리가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위기 판별 기준은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주의' 등급은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경우, '경고' 등급은 30% 이상 급감하면서 대출 연체가 시작된 경우, '위기' 등급은 폐업 신고 직전 단계로 다중 채무와 임대료 체납이 동시에 발생한 경우다.

◇ 현장의 엇갈린 반응… "희망이다" vs "감시 아니냐"

서울 성동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정 모 씨(51)는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뚝 떨어졌는데, 어디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혼자 끙끙 앓았다"며 "시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은평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모 씨(44)도 "지원 사업이 있어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시에서 알아서 찾아와 연결해준다면 진짜 실질적인 지원"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금천구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최 모 씨(57)는 "내 매출 정보를 정부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게 좀 찝찝하다"며 "취지는 좋지만 동의 없이 정보를 활용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영등포구의 한 자영업자는 더 구체적인 우려를 표했다. "매출이 급감했다는 정보가 은행에 알려지면 대출 조건이 불리해지거나 기존 대출이 회수될 수도 있지 않으냐"며 "위기 소상공인으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발굴형 지원'의 혁신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긴장

서울시의 선제적 접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신청 기반'에서 '발굴 기반'으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환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원 사업의 존재를 모르거나 신청 절차를 감당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이 전체의 30% 이상"이라며 "이런 분들을 데이터로 찾아내는 것은 복지 행정의 진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감한 매출·신용 정보를 정부가 일괄 수집·분석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데이터 활용의 공익적 목적은 인정하지만, 소상공인의 명시적 동의 없이 금융 정보가 활용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석 결과가 유출되거나 다른 행정 목적으로 전용될 경우 소상공인의 신용 평가나 대출 심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한 연구원은 "공공 빅데이터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 제한의 원칙'"이라며 "위기 소상공인 발굴이라는 목적 외에 데이터가 활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접근 통제와 사후 감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빅데이터로 발굴된 위기 소상공인을 직접 찾아가 상담하는 서울시 컨설턴트. (사진 = 챗GPT)


◇ 위기 발굴에서 통합 지원까지… 원스톱 플랫폼으로의 진화

서울시의 시스템은 단순히 위기 소상공인을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굴된 소상공인에게는 단계별 맞춤 지원이 연계된다. '주의' 등급에게는 경영 컨설팅과 마케팅 교육이, '경고' 등급에게는 긴급 운영자금 대출(연 2% 이하)과 세무·법률 무료 상담이, '위기' 등급에게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 연계와 폐업 후 재기 지원까지 이어진다.


서울시 경제실장은 "이번 시스템은 위기 소상공인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업종 전환 컨설팅, 재기 지원 프로그램, 긴급 자금 연계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통합 지원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는 AI 기반 예측 모델을 도입하여, 현재 위기 상태인 소상공인뿐 아니라 6개월 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소상공인까지 사전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사장 이 모 씨(41)는 "시에서 연락이 와서 무료 경영 컨설팅을 받았는데, 불필요한 고정비를 월 40만 원이나 줄일 수 있었다"며 "혼자 고민했으면 절대 몰랐을 부분을 전문가가 짚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서울시 모델의 전국 확산 가능성… '스마트 행정'의 시금석

전문가들은 "투명한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정보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며 "서울시 모델이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소상공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경기도, 부산시, 대구시 등이 서울시의 시스템 벤치마킹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올해 하반기 유사 시스템의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서울시와 데이터 분석 기술 공유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 경제실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을 위해 모든 분석은 비식별화 처리 후 진행되며, 위기 소상공인에게 연락을 취할 때에도 본인의 동의를 먼저 구한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서울시의 모델을 면밀히 분석하여 전국적 확산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가 소상공인의 생존을 돕는 '디지털 파수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서울시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는 전국 소상공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시금석이 될 것이다. 데이터라는 차가운 숫자가, 골목상권의 따뜻한 불씨를 지키는 도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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