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배달 수수료 9.8%의 늪… "팔면 팔수록 손해" 배달 플랫폼 종속 구조의 민낯

기획/심층 / 이경희 기자 / 2025-01-24 15: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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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중개수수료 평균 9.8%, 배달대행비 포함 시 매출의 25~30% 유출… 소상공인 수익성 잠식
"배달 안 하면 매출 절반, 하면 남는 게 없다"… 배달 플랫폼 종속에 갇힌 외식업의 구조적 딜레마
배달앱 3사 과점 구조에서 수수료 협상력 '제로'… 소상공인 집단 반발 거세
공공배달앱·자체 배달 시스템 대안 모색 활발… 실효성 논란도 지속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배달앱 수수료 내역을 확인하며 한숨짓는 음식점 사장. (사진 = 챗GPT)

 

"1만 원짜리 치킨을 배달 앱으로 팔면, 중개수수료 980원에 배달대행비 3,500원, 결제수수료 150원이 빠져요. 치킨 원가가 4,500원이면 남는 건 870원입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임 모 씨(44)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보여준 배달 주문 1건의 수익 구조다.


2025년 1월 현재, 한국의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시장점유율 약 60%), 쿠팡이츠(약 25%), 요기요(약 12%)의 3강 구도로, 사실상 과점 시장이다. 이들 플랫폼의 중개수수료는 매출의 5.8~15.7%이며, 가중 평균으로는 9.8%다. 여기에 배달대행 수수료(건당 3,000~5,000원)와 카드결제수수료(1.5~2.0%)를 합산하면, 배달 주문 1건당 매출의 25~30%가 플랫폼과 배달대행업체에 돌아가는 구조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외식업 소상공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달앱을 이용하는 업체의 87.2%가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답했고, 43.6%는 "배달 주문이 많아져도 수익이 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역설이 배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 "배달 안 하면 매출 절반"… 빠져나올 수 없는 플랫폼 종속

배달 수수료가 부담스럽지만, 배달앱을 떠날 수도 없는 것이 소상공인의 딜레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배달 주문 습관이 고착화되면서, 배달앱은 매출의 40~60%를 차지하는 핵심 판매 채널이 됐다.


인천 남동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왕 모 씨(52)는 "한때 배달 수수료가 너무 아까워서 배달앱을 탈퇴한 적이 있다"며 "그랬더니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한 달 버티다가 다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앱 없이는 장사가 안 되고, 있으면 남는 게 없고… 완전히 함정에 빠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종속 구조는 플랫폼의 일방적 정책 변경에 소상공인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결과를 낳는다. 배달의민족이 2024년 하반기 '오픈리스팅' 광고 체계를 도입하면서 상위 노출을 위한 광고비 부담이 추가됐고, 쿠팡이츠의 수수료 체계 변경으로 일부 업체의 수수료가 실질적으로 인상된 사례도 보고됐다.

◇ 3사 과점의 그림자… 협상력 없는 소상공인

배달앱 수수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시장의 과점 구조에 있다. 3개 업체가 시장의 97%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개별 소상공인의 수수료 협상력은 사실상 제로다. 이는 플랫폼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소상공인은 이를 수용하거나 퇴장하는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배달앱 3사를 대상으로 '음식 배달 중개 플랫폼 수수료 실태 조사'를 실시했으나, 수수료 인하 강제 권한이 없어 "자율적 상생 협력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권고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32명이 공동 발의한 '배달 중개 수수료 상한제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배달앱 중개수수료를 매출의 7%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플랫폼 업계의 반발과 규제 완화 기조의 정부 방침이 맞물려 입법 전망은 불투명하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골목 음식점가에 즐비한 배달 오토바이들의 모습. (사진 = 챗GPT)


◇ 공공배달앱·자체 배달… 대안은 있는가

배달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배달앱과 자체 배달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전국 67개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서울 '제로배달 유니온', 경기 '배달특급', 군산 '배달의명수' 등)은 중개수수료 0~2%로 민간 배달앱의 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의 시장점유율은 전국 배달 시장의 3%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소비자 인지도와 편의성에서 민간 앱에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경기도 '배달특급'의 경우 출시 3년 만에 누적 주문 건수 800만 건을 돌파했지만, 배달의민족의 일 평균 주문 건수(약 300만 건)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소상공인은 자체 배달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단골 고객에게 전화·카카오톡 주문을 받아 직접 배달하거나, 동네 기반 소규모 배달 조합을 결성하는 경우다. 서울 성북구의 한 음식점 단지에서는 5개 점포가 공동으로 배달 기사를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배달앱 대비 건당 비용이 40% 절감됐다고 한다.

◇ 배달 생태계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배달 수수료 문제를 개별 업체의 경영 문제가 아닌, 플랫폼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정 모 교수는 "배달 플랫폼은 소상공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가 된 상황에서, 시장 자율에만 맡기면 소상공인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상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배달대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여 배달대행 수수료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배달대행 시장은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있어, 건당 3,000~5,000원의 배달대행비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배달 경제는 이미 한국 외식업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이 인프라의 비용 구조가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정책 실패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배달의 역설을 풀어내는 것이 2025년 외식업 정책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소상공인포커스 / 이경희 기자 leegh0224@biz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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