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심층취재] 우후죽순 자영업은 왜 계속 늘어날까?

소상공인 심층/기획 / 서영현 기자 / 2025-04-21 11: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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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한국 자영업 시장의 구조
낮은 문턱이 부른 과잉 경쟁… 준비되지 않은 창업의 그림자
▲ 한국의 자영업은 퇴직 이후의 삶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노동 시장의 일시적 대피소 역할을 수행하며 550만 명이라는 거대한 규모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카페가 망한 자리에 다시 카페가 들어서는 '회전무대'식 순환 구조에 갇혀, 산업적 축적이나 생산성 향상 없이 개인의 자본만 소모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자영업을 단순한 창업 지원의 대상이 아닌, 한국 경제의 '노동 구조'와 '산업적 정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할 때이다.(사진 = 서영현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한국 경제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자영업 비중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는 약 55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 취업자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이 비율은 높은 편에 속한다. 독일이나 미국처럼 기업 고용 중심 구조가 자리 잡은 경제와 달리 한국에서는 개인 창업이 노동 시장의 중요한 축을 형성해 왔다. 산업화 이후 기업 고용이 충분히 확대되지 못했던 시기부터 자영업은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를 흡수하는 통로 역할을 해 왔고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 시장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특징이 나타난다. 창업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매년 수십만 개의 사업장이 새로 문을 연다. 그러나 동시에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는다. 창업과 폐업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가 자영업 시장의 기본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상권에서 가게가 사라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점포가 같은 자리에 들어서는 장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권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점포 운영자가 계속 교체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 단순 창업 지원을 넘어 노동 시장의 체질 개선으로


자영업 창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제조업이나 기술 기반 산업과 달리 음식점이나 소매업은 비교적 짧은 준비 기간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일정한 자본만 확보되면 영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 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영업 창업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퇴직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작은 가게를 시작하는 방식이 생계 유지 수단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창업 업종을 살펴보면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외식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음식점과 카페, 분식점, 치킨집과 같은 업종은 자영업 창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조리 기술이 일정 수준만 확보되면 영업이 가능하고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점포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작용한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경쟁 역시 치열해진다. 동일한 상권 안에 비슷한 업종의 점포가 여러 곳 들어서면서 고객 확보 경쟁이 반복된다.


창업 비용 구조 역시 자영업 시장의 특징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점포를 시작하려면 보증금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장비 구입 비용이 동시에 필요하다. 상권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초기 투자 금액이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도심 상권에서는 임대료와 권리금 부담이 상당한 수준으로 형성된다. 창업자는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기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비용을 부담한 상태에서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 부대찌개 식당 외부 모습.(사진 = 서영현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창업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개인 창업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사가 제공하는 메뉴 구성과 운영 방식, 마케팅 지원이 일정한 안정성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창업 역시 비용 구조가 단순하지 않다. 가맹비와 로열티, 인테리어 기준 비용 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초기 투자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활용하는 대신 수익 구조의 일부를 본사와 공유하는 형태가 만들어진다.


상권 내부의 경쟁 구조 역시 자영업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동일 업종 점포가 한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카페가 밀집된 거리나 치킨집이 줄지어 있는 골목은 한국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장면이다. 특정 업종이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새로운 창업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가 상권 전체 수요보다 눈에 보이는 점포 형태를 기준으로 사업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폐업 역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매출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비용 부담이 지속될 경우 점포 운영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폐업은 특정 개인의 실패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동일한 상권 안에서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가게가 문을 닫으면 곧 다른 점포가 그 자리를 채운다. 점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운영 주체만 바뀌는 형태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인가 하는 질문이다. 경제 활동에서는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경쟁력이 낮은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과정은 산업 발전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 자영업 시장에서 나타나는 순환은 산업 발전 과정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 기업 교체가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경쟁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규모를 확대하고 기술을 축적하면서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산업 구조 변화와 연결된다. 반면 한국 자영업 시장에서는 동일 업종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점포는 바뀌지만 산업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 상권 내부의 경쟁 구조 역시 자영업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동일 업종 점포가 한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사진 = 서영현 기자 / 소상공인포커스 DB)


 

예를 들어 한 상권에서 치킨집이 폐업하면 같은 자리에 또 다른 치킨집이 들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카페가 문을 닫으면 비슷한 형태의 카페가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점포 운영자가 교체되는 동안 업종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는 산업 생산성이 축적되기 어렵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기술이나 브랜드가 축적되는 구조와는 다른 형태의 시장 순환이 이루어진다.


결국 한국 자영업 시장은 산업 성장보다는 노동 시장과 더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를 보인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 창업이 노동 시장의 출구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영업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기보다 고용 흡수 장치로 기능하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구조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자영업 시장은 단순한 개인 사업 영역이 아니라 노동 시장과 도시 상권, 서비스 산업이 함께 작동하는 경제 공간이다.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현상 역시 개인의 경영 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영업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점포 수나 창업 규모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많은 사람이 자영업 창업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왜 동일한 상권에서 점포 교체가 반복되는지라는 질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을 통해서만 한국 자영업 시장이 어떤 구조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자영업 시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활발한 창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창업과 폐업이 동시에 반복되는 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이 구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자영업 정책을 넘어 한국 경제의 노동 구조와 산업 구조를 함께 바라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포커스 / 서영현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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